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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론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중의 하나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방정식이 잘 동작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간 이와 관련 몇권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자산격차의 확대로 이제는 그런 성공방정식은 더이상 작용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사다리는 80년대 초반까지만 유효했고 이제는 점점 기능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심지어 열심히 한 사람만이 성공해왔다는 믿음은 중산층이 자신들의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강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있어 낙담한 적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믿음은 아직까지 변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부의 제한선이란 책이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제도윤리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불평등에 관한 연구 및 부에는 상한을 두어야 한다는 '제한주의'를 제창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학자라고 한다.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 책을 펼쳐들었다.
저자는 그동안 토마 피케티 등 다양한 사람이 부의 불평등을 지적해왔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부의 집중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국가간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상위 10%, 상위 1%로 갈수록 그 정도는 심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부의 집중보다 빈곤에 집중하자는 프레임이나, 트리클다운(낙수효과) 효과가 있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동안 모두 틀렸음을 지적한다. 이들 슈퍼부자들의 부는 대체로 형성과정에서 부정을 피할 수 없었으며 정치, 사회적 이점을 독식한 결과물이고, 이러한 극단적인 부의 집중은 민주주의를 희석하는 등 여러가지 폐해를 가져오므로 부를 제한하기 위해 구조적, 재정적,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1.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해체, 2. 계급간의 분리 감소, 3. 경제권력 균형잡기, 4. 조세역량 회복, 4. 부정한 돈 회수, 5. 국제경제구조 공정화, 6. 경영자 보수 제한, 7. 세대 간 부의 이전 제한 등을 제한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이후 만연한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의 제한을 주장하며, 그에 대해 이념적이지만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안들을 내놓는다.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다소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으나, 여러가지 이유에서 부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선 아직 흔하진 않지만 해외에선 좀 더 이슈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책을 통해 부의 제한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지 관련 주장들을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 남긴 내용이 더 눈에 와닿았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강력한 규제와 평등주의적인 사회규범으로 불평등 수준을 낮게 유지하며 경제발전을 이룩해왔으나 폭넓은 복지 제도 마련 및 재벌 규제에 실패하면서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특히 대가족이 사회적 보험 기능을 지탱해왔으나 이런 가족 구성 형태가 해체되고, 정치경제적으로 재벌이 차지하는 역할이 비대해진 것이 주요요인이라는 해석은 책에서 저자가 소개한 부의 제한과 맞물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회적 불평등에 관심있다면 도발적인 담론의 이번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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