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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연 - 어느 청년 연구자의 빈곤의 도시 표류기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024년 5월
평점 :
몇년전, 부동산 폭등이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비단 FOMO뿐만 아니라, 사회에 처음 진출하거나 집에서 따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좌절을, 젊은 층에겐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생각 변화를, 주거비의 인상을, 세금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을 가져왔다. 개인적으론 개인차원에서 미래예측의 어려움을 키운것도 큰 문제라고 보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어려움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 및 그에 대한 법이나 제도보완의 미비, 개발 붐으로 인해 재개발 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 이탈, 붕괴 등 부동산 급등의 폐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서울의 심연'이란 책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저자는 서울 용산의 한 쪽방촌에 들어가 그곳의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며 고단한 삶을 밀착취재한다.
책은 쪽방촌 입주하기로 시작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입주 경로와 달리 이 과정은 정보가 제한적이며 입주자에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위계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힘들게 입주하고 나면 바퀴벌레와 곰팡이, 불쾌한 악취가 입주자들을 맞이하며 이곳에서의 삶이 험난함을 예고한다. 한편 세입자와 집주인, 그리고 직접 관리하지 않는 집주인들을 대리하는 관리인이라는 이곳의 구조는 불평등한 권력구조를 양산하고, 관리인은 집주인으로부터 약간의 혜택이나 편의를 받고 세입자들위에 군림한다.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이러한 권력구조나 서로에 대한 불신은 그들에게 또다른 정신적인 고통을 안긴다. 이탈을 꿈꾸지만, 무기력하게 몸부림치다 하나둘 무연고로 실려나가는 21c 지옥도가 현실에 존재함을 저자는 이 책에서 생생히, 그러나 덤덤하게 보여준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쪽방촌 등에 대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 책을 보고 그러한 방송조차 어찌보면 일종의 순한맛 '방송용 프로그램' 에 불과했고, 현실은 그보다 수백배 나쁨을 알게 되었다. 한편 저자는 단지 그들의 삶과 환경을 조망하는데 그치지 않고, 입주민 외 복지시설, 민간사회복지단체, 교회 등 이곳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고받는 단체들의 실제도 드러내며 잘 기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쪽방촌과 그곳을 둘러싼 삶,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수작인 것 같다. 적극 추천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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