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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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이가 음료수 병에서 라벨을 떼느라 낑낑대는걸 봤다. 그동안 아빠한테 주는 풍경이 익숙했던지라 지금 뭘 하고 있는건지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분리수거 안하면 지구가 아프대'였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보니, 문득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매번 분리수거날이면 붙어있는 '분리수거 제대로 안하면 다음번 수거 안하겠음'이란 경고문이나 플라스틱 분리수거 마대에 들어가 있는 비닐봉지, 종이와 붙어있는 PET 필름 등. 이 쓰레기들이 정말 재활용이 잘 되긴 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쓰레기가 수거상태에 따라 사료, 매립, 소각, 분리 후 재활용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있는 것 같다. 한편 몇년 전 중국에서 쓰레기를 더이상 받지 않아 세계 각국에서 쓰레기 대란을 겪는다는 이야기도 들은적 있는 것 같다. 쓰레기는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 볼 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웨이스트 랜드'란 이름의 이 책은 영국의 저널리스트가 폐기물 산업의 민낯을 직접 파헤쳐 우리가 집에서 쓰레기통 혹은 분리수거를 통해 버린 쓰레기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종말에 이르는지 탐사한 현장 르포이다.
책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모이는 매립장, 종이, 플라스틱, 고철 등이 재활용되는 과정 및 실제 재활용 비율, 중국을 포함한 폐기물 산업이 세계화된 과정들, 유럽과 일본에서 많이 활용되는, 재활용과 경쟁하지만 소각 잔재가 발생하고 탄소 배출이 심한 소각, 하수처리에서 물티슈에 지방과 기름이 엉겨 붙으며 팻버그가 형성되어 제일 큰 문제가 되는 과정, 음식쓰레기, 퇴비, 바이오 가스 등 유용한 또다른 일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종 산업의 부산물과 전자기기, 중금속, 핵폐기물 등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부터 파생하는 가장 큰 문제인 독성물질의 방출에 대해 흥미롭지만, 마냥 재밋거리로만 생각하기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책에 나열된 엄청난 숫자들을 꼭 떠올려보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내내 전반적으로 쓰레기가 너무나 많이 생겨나고, 생각없이 버려지며, 아직까지 완전한 해결책없이 그냥 지구의 미래와 우리 후손들에게 전가되는 현실에 놀랐다. 기후환경, CO2, 지구 온난화 등 여러가지 환경문제가 항상 거론되지만 사실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았다.
요즘은 뜸하지만, 자전거를 한참 탈때 아라뱃길을 자주 다녔는데 어딘가를 지날때면 항상 매캐하고 무거운 공기를 느끼곤 했다. 후일 그곳이 수도권 매립지 근처란 것을 알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책을 읽으니 생각보다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하고, 가까이 있고, 내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게 되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든 없든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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