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고 시를 만났다 - 국어 시간에 시 쓰기
최인영 지음 / 양철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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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다. 이런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 나도 문학소녀였기에.

30년간 국어를 가르친 선생님이 자신의 이과 성향을 시 수업으로 승화시킨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 책에서 ‘시’라는 말 외에 반복되는 말 혹은 남기고 싶은 말은 ‘태도’인 것 같다. 어떤 것을 대하는 모습, 삶의 태도. ‘실존주의’ 또한 비슷하게 설명한다.

산을 오를 때 뿐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꼭 넘어야 할 고개, 바로 글감을 찾는 일이다. 글을 쓰자고 하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뭘 써요..? 뭘 써야 해요..?이다. 아이들은 방금 읽은 책이 있어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개요를 작성하면 글을 쓰기가 덜 어렵듯이 시를 쓰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서 글감을 찾는다. 왜냐하면 시의 글감은 다른 글의 글감과 다르기 때문이다. 나, 너, 우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시가, 글감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순간을 만나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동화가 떠올랐다,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시라는 말을 처음들은 다니엘이 시 가 무엇인지 찾아다니며 시에 대한 질문과 답을 듣는 그림책.


글을 쓰며 마음이 평안해졌다든지 혹은 치유 글쓰기 등. 글의 힘은 이미 많은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송곳을 다루는 힘, 송곳을 꺼내는 용기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이 책은 2023년 저자의 첫 중학생 제자들의 시 쓰기 보고서이다. 하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대한 태도를 가르친다. 한 학년의 모든 반을 가르치신 건지 아니면 앞뒤 반으로 나뉘어 두 분의 국어선생님이 계신 건지 알 수 없지만, 선생님의 수업이 부러웠던 문학소녀도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이 출간되어 반가운 것은 나뿐이 아닐 것 같다.


각 장의 마무리에 선생님의 쪽지 한 장이 있다. 일곱 개의 쪽지, 시를 쓰려는 학생들에게. 시를 만나는 법에서 인생의 조언까지. 선생님은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문학과 시를 통해 자신이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추천한다.

아이들이 시를 쓰는 즐거움 혹은 몰입의 과정을 보는 흐뭇함이 있다. 쓰고 보여주고 나누고 묻고 고치는 모든 과정이 뭉클하다. 이 교실에 나도 있고 싶고, 내 아이도 있으면 좋겠다. 한 편의 완성된 시를 보았다고 시인의 많은 시간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우리 땅의 청소년들이 고래를 위하여라는 시를 분해함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 한편 품어보고 고뇌하며 잠깐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낮아진 엄마의 마음으로 시인들을 축복한다.

  • 시를 배우고 싶은 누구에게나

  • 시 수업이 궁금했던 누구에게나

  • 글을 쓰고 싶은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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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아이 문지 푸른 문학
유니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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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다. 책의 첫인상. 금세 읽겠구나 쉽게 펼칠 수 있는 책이다. 청소년 문고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는 기본적인 내용과 흐름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소녀 ‘달아’와 소년 ‘찬’의 성장 소설, 『나보다 불행한 아이』를 소개한다.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안도감(?)이 있다.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호기심에 집어 들고 싶은 책이겠다. 집어 드는 순간 깊이 가라앉았던 긍휼한 마음이 고개를 들고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달아의 주변인과 찬의 주변인은 거의 어른이다. 결핍을 느끼는 환경 속에서 운동화를 하얗게 유지하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는 달아와 보이는 환경은 완벽하지만 시작이 평범하지 않고 주변의 시선이 족쇄가 되는 찬을 나는 만난 적이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달아와 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꼭 그런 결핍이 아니어도 달아처럼 뾰족하고, 찬처럼 참아내는 삶을 사는 아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처든 결핍이든 관계의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독자에게 제목으로 말한다. 내 얘기를 들어볼래?라고.

달아 역시 찬을 만나며 위로를 받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려는 그들의 행동들은 되려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달아와 찬의 캐릭터를 바꾸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 달아는 찬을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찬의 용서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난 시간의 습관이기도 하다. 애달프고 마음이 아팠다.

그 시기, 질풍노도의 시간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 어른에 한 발 더 가까워진다. 찬의 형이 그렇다. 찬의 형의 당당한 투정은 찬에게는 결핍을 확인하는 도구가 된다. 찬의 메꿔지지 않는 마음자리 때문에 슬프고 안타까웠다. 어른들의 말 한마디는 오랜 시간 마음에 앙금을 남기기도 한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을 들은 이후엔 엄마나 아빠에게 야단을 맞기만 하면 그 말이 생각났다. 장난으로, 아이의 놀란 표정이 귀여워서... 울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찬은 진짜로 그런 상황의 아이였다. 얼마나 속상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어른의 선의를 입은 아이, 그것을 되새겨주는 어른들은 아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선을 베푼 어른을 기억하라고 툭툭 건드릴 뿐이다.


알아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다. 이 책은 주인공이 스스로 구원하는 것을 그리지 않는다. 구원은 어느 골목에서 나타날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 것. 우리는 서로 구원이 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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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미티드 어드벤처 1 - 잃어버린 토끼 발의 행방 언리미티드 어드벤처 1
앤디 그리피스 지음, 빌 호프 그림, 심연희 옮김 / 비룡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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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나무집에서 169층까지, 아이들이 열광했던 나무 집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굵직해진 그림과 끝이 없을 것 같은 모험의 세계, 어른이 읽으면 병맛이라고 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을 모아 모아 어른이 써 냈다. 나무 집에서 엘리스의 세계로 그리고 스펀지밥을 만나 캐리비언의 해적들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온 느낌이랄까.

번역가(심연희)는 어떻게 이렇게 찰떡으로 번역을 해놓았는지 원서를 보고 단어들을 비교해 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 신기한 단어의 맛은 책장을 몇 장만 넘기면 시작된다. 이 책의 시작은 나무 집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이 모험을 함께 하자는 초대처럼 들린다. 이미 ‘우리’가 된 독자들은 아지트에 들어와 있다. 독자는 ‘너’가 되었다가 ‘나’가 될 수도 있다. 모험의 주인공이 ‘나’라면 이 여정을 함께하며 떠오르는 ‘너’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이상한 나라의 폴」이 떠나는 여행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나라를 합해도 모자란 우당탕탕 여행이 시작된다.


「엉덩이 탐정」보다는 덜 충격적인 주먹머리 조니, 황소마블의 후유증으로 인내심을 잃어버린 황소, 왜 날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손목시계. 손목시계의 줄이 날개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가물가물해지면 나도 이 책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이들은 모두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여행길에 함께 오른다. 여기서는 또 「오즈의 마법사」와 「브레멘의 음악대」가 떠오르는... 정말 정신없이 재밌다. 169층에서 마무리된 나무 집을 아쉬워하던 독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언리미티드 어드벤처』

많아봤자 30대쯤 되었을까 싶었는데 60대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다음 시리즈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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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 정신분석가가 10대에게 전하는 자기 이해 수업
이승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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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치우침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의 연륜이 묻어난다. 두루두루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든, 내담자이든 내담자의 가족이든 그와 연관된 주변인에게 맞는 조언을 해 줄 것 같다. 나는 이 책 앞에선 내담자일까 내담자의 가족일까. 상상해 보았다. 정신분석이 필요하다는 말, 혹은 상담을 받는다는 말, 예전에는 흔하지 않았다. 지금은 몸이 아픈 것만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아니 어쩌면 모두에게 마음이 아픈 구석이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관찰 예능이니 상담을 소재로 하는 방송이 많은 것 덕분인지, 아님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일부러 독자가 반감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일반화를 시켜버리고는 ‘당신, 혹시 이 생각 했어?’라며 읽는 이의 마음마저 읽어버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한 번에 다 읽고 글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 줄을 그어가며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버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어른. 스승을 찾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너무 좋아서 남편에게 읽어줬다. 글은 어머니인 내가 바라는 모습을 알아챈 듯 왜 어머니는 안 쳐주냐는 초반의 서운함도 모두 이해해 준다. 그래서 눈물이 날 뻔했다.

먼저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종종 주저합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지요. 만약, 내가 한 결정이 나중에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지요.... 우리가 결정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결정이 잘못될까 봐 겁나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의 결과에 책임을 질까 말까를 결정하지 못해서입니다.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생각하면 결정하는 일은 훨씬 쉬워집니다. 만약 그 결정이 잘못되어 책임을 지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면 책임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을 겁니다.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_119쪽 」

아이의 선택을 못 미더워 했던 지난날, 엄마 말을 들을 걸 그랬어라는 말에 신이 나서 간섭했던 일들, 나의 무식한 사랑에도 잘 자라준 우리 집 덩치를 보며 마음이 구름 되어 흘러간다.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선택과 집중과 결과에 따른 문들이 두려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해 나가는 기쁨을 아이는 누려야 한다. 부서지면 다시 조립하는 레고처럼. 매뉴얼을 따라 하다가 이리저리 바꿔보고 돌려보는 아이만의 공간이, 마음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당근과 채찍이 아닌 동행을 약속한다.

흔히 보았던 ‘좌절금지’가 아니라 ‘좌절하기 전에’라는 이정표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책의 첫머리와 맺는말에 저자의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우리 집의 십 대들을 아주 조금 넓고 깊게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다. 오래가려면 자주 읽어야 할 마음이다. 입병을 겪고 비타민 B2를 미리 챙겨 먹고 있는 것처럼.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에게 비타민이 될 책.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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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다잡는 열다섯의 공부법 - 생각 근육과 공부력을 키워 줄 다섯 철학자 이야기
김범준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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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흥미를 느낄 아이들은 ‘철학’이라는 단어에 이끌렸을까 아니면 ‘공부법’이라는 단어에 이끌렸을까. 어른이 읽어도 매우 훌륭한 책이다.

다섯 명의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준 성장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의 이론과 명언들을 소개한다.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도 철학자의 책 제목이 나오면 도서관 목록을 검색해 보게 하는 책이다. 깔끔하게 설명한다. 대화하듯이. 읽다가 생각하고 줄을 긋게 만든다.

철학자의 몇몇 용어들은 웬만한 한자어를 알고 있는 아이들은 그 뜻을 유추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게 무슨 뜻이야’ 에서 멈춘다면 끝까지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중학생의 독서수업에서 다룬다면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훌륭하다.

이 책은 철학자의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떻게 공부에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과목별 공부법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 태도에 관한 내용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모든 활용서들이 그러하듯 제대로 하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게 한다.

제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휴대폰을 잠시 방해금지 모드로 해두시고.


베이컨의 부분은 가장 많이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국어시간에도 배운 ‘귀납적’이라는 용어를 저자의 의도대로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과학의 실험에서만이 아닌 생각을 이끌어내고 그것이 혼자만이 아닌 여럿이 이끌어내는 과정의 기쁨도 알려준다. 아이들이 모둠활동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활기차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함께 온 스터디 플래너는 한 달 분량이다. 다가오는 겨울방학, 책의 조언과 구체적인 공부법을 적용하여 30일의 목표를 세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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