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 정신분석가가 10대에게 전하는 자기 이해 수업
이승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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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치우침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의 연륜이 묻어난다. 두루두루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든, 내담자이든 내담자의 가족이든 그와 연관된 주변인에게 맞는 조언을 해 줄 것 같다. 나는 이 책 앞에선 내담자일까 내담자의 가족일까. 상상해 보았다. 정신분석이 필요하다는 말, 혹은 상담을 받는다는 말, 예전에는 흔하지 않았다. 지금은 몸이 아픈 것만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아니 어쩌면 모두에게 마음이 아픈 구석이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관찰 예능이니 상담을 소재로 하는 방송이 많은 것 덕분인지, 아님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일부러 독자가 반감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일반화를 시켜버리고는 ‘당신, 혹시 이 생각 했어?’라며 읽는 이의 마음마저 읽어버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한 번에 다 읽고 글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 줄을 그어가며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버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어른. 스승을 찾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너무 좋아서 남편에게 읽어줬다. 글은 어머니인 내가 바라는 모습을 알아챈 듯 왜 어머니는 안 쳐주냐는 초반의 서운함도 모두 이해해 준다. 그래서 눈물이 날 뻔했다.

먼저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종종 주저합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지요. 만약, 내가 한 결정이 나중에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지요.... 우리가 결정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결정이 잘못될까 봐 겁나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의 결과에 책임을 질까 말까를 결정하지 못해서입니다.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생각하면 결정하는 일은 훨씬 쉬워집니다. 만약 그 결정이 잘못되어 책임을 지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면 책임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을 겁니다.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_119쪽 」

아이의 선택을 못 미더워 했던 지난날, 엄마 말을 들을 걸 그랬어라는 말에 신이 나서 간섭했던 일들, 나의 무식한 사랑에도 잘 자라준 우리 집 덩치를 보며 마음이 구름 되어 흘러간다.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선택과 집중과 결과에 따른 문들이 두려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해 나가는 기쁨을 아이는 누려야 한다. 부서지면 다시 조립하는 레고처럼. 매뉴얼을 따라 하다가 이리저리 바꿔보고 돌려보는 아이만의 공간이, 마음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당근과 채찍이 아닌 동행을 약속한다.

흔히 보았던 ‘좌절금지’가 아니라 ‘좌절하기 전에’라는 이정표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책의 첫머리와 맺는말에 저자의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우리 집의 십 대들을 아주 조금 넓고 깊게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다. 오래가려면 자주 읽어야 할 마음이다. 입병을 겪고 비타민 B2를 미리 챙겨 먹고 있는 것처럼.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에게 비타민이 될 책.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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