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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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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비슷한 제목의 에세이가 있었다. 그 책이 명사들의 인생 경험을 통해 지혜를 주고 싶은 책이었다면,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죽을 자의 영혼을 도운 한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는 목사이며 이름은 ‘짐 브라질’이다. 책에도 언급된 다큐도 있다. 볼 수는 없지만. 사형수들의 죽음의 시간을 함께 한 목사이다. 죽음 앞의 공포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면 범죄자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미안한데, 목사님은 그렇게 바라본다. 긍휼의 마음으로. 죽음 앞에서 외로운 자가 없어야 한다며.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도 기독교인이다. 흉악범들을 사형시키는 것이 옳고 그른가를 논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기독교를,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야 한다. 아는 것뿐 아니라 그분을 사랑해야 한다. 번역된 단어도 불편하다. ‘신’으로 번역된 문구들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미국의 신은 누구인가. ‘하나님’ 아닌가. 책에 ‘신’이라는 단어 대신 ‘하나님’이라고 번역된 곳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왜 그 부분은 ‘신’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성경 말씀이 나오는데 ‘신’이라고 번역해버리면 영 이상해지기 때문은 아닐지.

인터뷰하는 기자인 ‘카리나 베리펠트’는 적절한 질문과 반응을 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가족으로부터 받은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인터뷰의 시간을 거치며 짐 목사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걸음을 떼려고 한다.

짐 목사는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다. 목사이기에 한 영혼을 구원에 이르도록 돕는 사명을 감당할 뿐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실천한다. 목사이기에.

책의 거의 끝부분에 짐 목사 생각에 지옥에 갔을 것 같은(?) 세 사람의 이름이 언급된다. 극악무도한 사형수들이 목사를 만나 복음을 듣고 모두가 구원에 이르러 천국에 갔다는 판타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구원을 받으면 안 된다...라고 하찮은 평신도인 나는 갈등하며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짐 목사 역시 인터뷰를 시작하며 죄를 지은 일을 고백한다. 그럼으로 성직자인 자신도 독자나 인터뷰를 하는 기자와 다를 바 없음을 느끼게 해 준다. 내면의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저 순종해 왔음을 알려준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살기도 좋을 수 있는 날이라는 복음을, 긍정의 말을 남긴다.

이 책의 주제는 ‘용서’이다.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이를 가족으로 둔 이도 피해자로 마주한 이들도 용서라는 큰 산을 넘으면 그 에너지는 용서받은 자에게가 아니라 용서를 해 낸 자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내면으로든 육신으로든 죽지 말고 살아보자고 말한다.

사형수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읽다 보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궁금증도 생길 수 있다. 미국의 교도소와 사형집행이 비교적 자세히 묘사된다. 그들의 범죄 내용 몇 줄의 무거움과 분노를 희석시키는 장치처럼 그들의 집행 전후의 과정이 짐 목사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편하지는 않았다. 그때 생각난 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자식을 죽인 자를 양자 삼은 손양원 목사님의 용서는 판타지가 아니다. 그분은 해내셨다. 혼자의 힘이 아닌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종함으로.


  • 가독성이 좋다. 대화의 형식이고 독자의 의문을 글쓴이가 질문으로 대변한다.

  • 원고 교정의 몇 군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 기독교인에게는 어쩌면 필독서가 되어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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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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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있다. 병원에서 사는 아이들이 있다. 현실은 더할 텐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작가의 마음에 감사하다. 오래전 아이들 병치레로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을 입원실에 있으면 커튼 너머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마음을 나누기도 다툼이 있기도 했던 어떤 날이 기억났다.

나 또한 병실에 누워있을 때 보이던 천장이 정사각이었나 직사각이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아이들 병동의 천장에 아이들의 마음을 편케 해주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도 상상해 본다.

‘제갈 호’와 ‘오 새롬’, 가로와 세로라는 별명을 나눠갖고 비밀친구가 되어간다. 배경은 어린이병원이고 이들이 비밀을 나누는 공간은 병원의 도서관이다.

어른들은 진료를 하고, 재활을 도우며, 돈을 받고 고용된 간병인, 환아의 가족, 그리고 도서관에 책을 기증한 사람... 등이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어른들이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 착하거나 착하지 않거나를 결정지을 수 없다. 병원은 그런 곳이다.


호가 책의 세계에 들어왔고, 천정의 빙고와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혼자가 아닌 느낌.

아이들은 어디서나 놀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호처럼. 빙고를 만들 수 있고 채울 수 있고 빙고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빙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이 병원에도 있고, 병원 밖에도 있다. 침대에 누워있거나 책상에 엎드려있거나 풀어야 하는 많은 과제들 앞에서 턱을 괴고 있거나.


성공의 관점을 말해주는 의사의 말에 호가 질문한다. 그럼 포기하라는 거냐고, 엄마는 반드시 걸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 의사의 대답이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라고.

‘할 수 있다’는 응원은 어른의 입장에서 응원일 뿐이라는 걸까. 호는 엄마의 응원보다 의사선생님의 말이 더 와닿기 시작했다고 마음에 말한다. ‘완전한 절망은 없다’는 것이 아이의 마음에 응원이 되었다. 아이의 절망은 모든 부모의 두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의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실패를 겪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두려움이 아이를 제한한다.

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새롬이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날개를 꺾인 아이들에게서 아이다움을 발견하는 슬픔이 이 책 속에 있다. 꼭 몸이 아프지 않아도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도 살아내는 것의 찬란함을 말해 줄 수 있다면, 어른 됨의 삶을 나 또한 잘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호야, 새롬아 너희들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미지의 아줌마가 응원한다.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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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두 번째 이야기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최지혜 지음, 김고둥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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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도서관이라니 얼마나 귀여운 조화란 말인가, 공지를 보자마자 서평단에 신청. 역시나 아기자기한 그림과 이야기, 고양이 레오와 아기 고양이 설탕이와 소금이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속의 그림책을 볼 수 있다. 아이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전편이 궁금해서 얼른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레오의 등장과 도서관 적응, 그리고 책 읽는 고양이 레오가 동화 속 여행을 경험하는 것이 전편의 내용이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이야기는 레오의 공간에 아기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에게 관심을 빼앗긴 레오의 속상한 마음, 레오만의 동화책을 아기들이 건드리는 순간의 폭발하는 마음, 그런데 함께 여행을 하고 보니 풀리는 마음까지. 누군가 머리에 싼 똥의 주인을 찾고, 공룡나라에서 모험을 하며 커다란 사과도 나눠 먹는다.

함께.

레오의 마음이 영글어지고 포근해져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흐뭇하게 책장을 넘겼는데. 갑자기 레오의 시간이 빨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갑자기 내 삶에 들어온 누군가.

그 불편함과 어색함이 자연스러움으로 바뀌는 시간.

그 시간 속의 모험, 즐거움.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그림책을 읽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나처럼 기분 좋고 흐뭇하고 신나하는 아이에게

이게 무슨 말이야 엄마? 묻는다면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그림책 속의 레오를 보면 대답이 쉬워질지도 모른다.

다들 잘 하고 있겠지.

그림책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네가 그림책을 보고 있다면,

네가 상상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 책은,

-묘생의 희로애락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동화책을 보는 방법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함께’해서 불편한 것이 좋아진 경험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함께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다음 편의 주인공이 될 것 같은 고양이를 찾는 재미도 있다.

-도서관 고양이 레오의 매력에 빠져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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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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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호진’ 초등학교 6학년.

5학년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당당하게 나가고, 혼자서 표를 끊고, 광주를 가서 삼촌을 만나고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아이가 가출했다. 동기가 불량하다고 아이 스스로 생각한 걸까, 제목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다. 2권에서 호진이는 자신의 체험학습 보고서 제목을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고 붙인다. 작가는 이 책을 몇 권까지 쓸 계획이었을까. 2,3,4권을 모두 읽었다.한 권을 다 읽으면 다음권이 기대되도록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할까? 현실적인 가정환경이라고 해야 하나. 호진이의 아픈 마음이 느껴져서 미안해진다. 2권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더 가관이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그들을 다독이고 그들을 살핀다. 이 여행에 나오는 호진이의 가족들은 4권에 등장하는 할머니까지 모두 내 눈에는 이상하다. 호진이가 가엾어질 지경이다. 호진이의 성장동화라기보다 호진이에게 매달린 어른들 같다.


읽을수록 호진이에게 감정이 동화된다. 책을 덮고 나면 떠나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많은 생각을 견디고 있는 어른, 호진이 엄마 아빠가 안쓰럽기도 했다. 어른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 호진이가 걱정되었다가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호진이가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독자는 어떻게 읽을까.

집을 나간 6학년이 부러울까? 나도 한번 나가볼까 생각할까?

지금부터 돼지 저금통에 용돈을 모아야지 결심하려나.

호진이의 여행길을 지도로 그어가며 따라가는 어린이도 있겠지. 자전거를 볼 때마다 호진이의 여행을 상상하는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느끼는 가족의 의미도 생각하게 한다. 부모가 주는 안정감은 아기가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평화를 준다는 것, 비록 사춘기일지라도 말이다.

4권까지 모두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작가의 말이다. 책의 가장 뒷면에 있는데 자전거 여행으로 어른 버전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리 포터의 성장을 본 것처럼 호진이의 성장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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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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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앤의 그림이 한 장도 없다. 그래서 앤의 계절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앤의 캐릭터들과 그 장면에 함께 있을 수 있다.

긴 이야기의 뒷장에 인물사전 혹은 찾아보기 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렇게 앤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우리는 길어봤자 앤과 길버트의 결혼까지를 읽었거나 보았고, 그 이후의 여섯 권이나 되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거나 아직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앤은 길버트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대” 가 끝인 줄 알았을 수도 있다.

그런 독자들이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책이다. 앤의 전편에서 앤과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김은아 작가의 생각을 적어 둔 글이다. 그러니까 앤을 포함한 다른 등장인물 말들을 읽을 수 있다. 김은아 작가는 문학치료사답게 개인의 에세이가 아닌 문학으로서 앤의 언어들을 소개한다. 낯설지 않도록 인물 소개와 상황 설명을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앤 묵상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혹은 앤 사전, 앤 평전..

마지막 권의 내용을 나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성인이 된 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앤만은 그냥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어른 앤은 여전히 낭만을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나오는 ‘서희’가 생각났다고 하면 오버일 수도 있지만, 앤과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앤의 어른 됨을 인정하고 만다. 나도 어른 앤도 어른. 더 깊어진 앤의 낭만을 만날 수 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다 읽고 나면 앤 전집을 읽기 시작할 수도 있다.

수집한 문장을 펼치고, 배경을 설명할 뿐 아니라 작가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쓴 이와 읽는 이를 성찰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이번 가을에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마주했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길버트의 시선과 앤의 시선이 다른 것은 남자와 여자의 감성 차이일까 아니면 자라면서 마주한 상황의 열매들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의 마무리는 다시 봄으로 돌아온다. 사계절을 돌아 다시 봄, 그다음은 여름이겠지. 끝나지 않을 낭만과 사랑의 꽃을 피우는 인생을 노래한다. 그러고는 묻는다. 인생의 사계절 중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에 있는지, 어떤 꽃으로 채우고 싶은지.

인생의 모든 순간이 꽃인 것을, 앤과 함께 그 계절을 지나왔음을, 그리고 지나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듯이..


추천한다:

-앤의 서사를 한 권에 보고 싶은 이에게

-앤의 전체를 읽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 이에게도.

-독서모임을 하며 질문을 만들고 싶은 리더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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