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 자신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을 향한 동물의 반론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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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은 받았지만, 광고 목적이 전혀 없는 100% 개인적인 감성과 주관으로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따라서 좋은 책에 대한 찬사만이 아니라 신랄한 비판도 마구마구 작성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책의 원래 이름이 "Psychologie des animaux" 이렇게 나온다. “동물 심리학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원래의 제목을 그대로 쓰면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교과서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작가의 이미 출판된 다른 책을 본 사람이 아니라면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칠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라고 해야 할까? 책의 내용은 상당히 캐주얼 하고 재미있는데, 그래서 제목을 변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을 보면 책의 오리지날 이름처럼 사람의 입장에서는 직관적이지 않은 동물의 기준에서의 다양한 행동, 습성, 심리, 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진화 생물학을 배경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데, 책 속의 지식들이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 및 인지들이 오랜 시간 무작위 변이와 함께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인간이 가진 독보적인 인지능력은 그저 운이 엄청 좋을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믿음속에 천국을 가겠다고 변변히 않은 능력에 시원치 않은 벌이로 가족을 챙겨도 부족할 판에 십일조를 받치고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박멸하려 드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면 지능의 양극화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를 느끼게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 문장인데, 인간은 부호화된 DNA25%를 바다의 미세 조류와 공유하고, 3분의 2를 파리와 공유한다!” 내가 어릴적에 잠시 교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목사님이 하느님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의 능력을 주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종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는데, 정말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또라이나 변태가 아닌 이상 파리와 DNA3분의 2씩이나 공유하게 만들었을까? 정말 의도했다면 이왕 능력을 준 김에 날개를 붙여서 날라다니게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독후감을 쓰면서 얘기가 잠시 다른 데로 흘러갔지만……


 책을 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곤충들도 그렇고 우리가 혐오하는 곤충도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래는 독일 바퀴벌레의 학습 인지 능력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독일바퀴벌레는 언제든지 출발점을 기준으로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먹이를 찾는다. 그리고 이 타고난 시스템에 더하여 주방의 음식물 찌꺼기처럼 풍부하고 예측 가능한 먹이 공급원이 있는 환경에서는 시각적 단서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배운다. 따라서 바퀴벌레는 환경의 특성에 따라 타고난 전략이나 학습한 전략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습은 개체가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끔, 사고력이 떨어지나 높은 학력을 가진 일종의 후천성 암기 자폐 서번트들을 종종 바퀴벌레 인지능력과 비교하는 농담의 글을 보곤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혹시 메타인지가 인간의 고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아래는 그에 대한 책 속의 내용이다.

개코원숭이가 메타인지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자신의 의식 상태를 인식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 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실험을 통해 밝혀졌는데, 개코원숭이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알고 있으면 터치스크린에서 특정 도형을 터치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가 답을 확실히 모른다고 느낄 때는 다른 도형을 터치할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메타인지가 가능한 종인가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개코원숭이는 미래 지향적 사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야생에 사는 개코원숭이는 먹이를 찾기 위해 먼 길을 가야하는 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개코원숭이에게 유추를 통해 추론하는 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객체가 나타내는 추상적 관계에 따라 객체 쌍을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객체 AA 쌍을 객체 BB 쌍과 연결 지을 수 있는데요. AA 쌍과 BB 쌍은 둘 다 동일한 객체 두 개로 이루어져 있죠.

 2000년대 초에 또 다른 가설이 제시되었습니다. 인간만이 생각을 계층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고 믿은 겁니다. 가령 인간은 첫번째 문장을 안에 삽입하고, 세 번째 무장을 두 번째 문장 안에 삽입하고...... 이렇게 해서 다양한 길이의 문장을 무한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연구들은 이 믿음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장류도 이런 사고를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죠. 실험을 통해 영장류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 짧은 문장 여러 개를 서로 끼워 맞출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AB 시퀀스와 CD 시퀀스를 따로 학습한 후 A-CD-B 형태의 시퀀스를 구성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관점의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인간과 동물 사이의 능력 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영장류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주체와 많은 유사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스타일의 책을 많이 보지 않았다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식들이 정말 많다. 동물들의 성선택 원리, 동물들의 암컷과 수컷중에 육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성이 어느 것이며 어떠한 원리는 갖는지, 동물의 가축화,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우리에게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지와 그에 따른 자녀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 등 그 외에도 많은 지식들이 나오고 학자들의 연구 논문을 근거로 재미있게 설명을 한다. 그저 운이 좋은 인간 그리고 동물들의 다양한 인지 능력을 알고 싶다면 정말 좋은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더 많이 책 속의 내용들을 쓰고 싶은데…… 독후감 올리는 온라인 서점 중 하나가 3000자 제한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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