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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 존재의 가장 근본이 되는 역사의 서사를 담은 책이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뇌 과학, 유전학 등외 분야를 넘나들며 우주 초기부터 현재 우리가 현존하게 되기까지의 원리를 설명한다. 최초의 물질 생성에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사회를 이루고 삶의 목적에까지 다가가는 서사를 읽고 있다 보면 그
동안 내가 읽었던 최소한의 수십권의 인문과학책의 핵심 내용들을 자연적으로 요약 복습하며 다시 뇌에 새겨 넣어지는 것 같은 명료한 느낌 같은 것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시간의 순으로 설명을 한다. 그렇기에 그저 교양이라고 하기에는
아쉽고 깊이 있는 지식을 준다고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이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에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아는 것이 특히나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나만의 생각일까? 아래는 책 속에 환경에 따른 다른 진화 방식을
설명한 내용이다.
[필자의 연구 대상이었던
구피는 트리니다드섬 노던산맥 아래의 개울과 강에서 포식자와 함께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는 구피는
언젠가 잡아먹힐 운명이다. 개체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으며, 포식자가
있기에 구피 개체군은 적은 수를 유지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구피에게 양질의 먹이인 영양가 높은 무척추동물이
풍부하다는 의미였다. 당시 구피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잘 적응한 상태였다. 구피는 어린 나이에 성 성숙에 이르고, 번식할 때 많은 수의 작은
새끼를 낳는다. 또한 대사율이 매우 높고, 빠르게 헤엄치며, 항상 포식자들이 부지런히 경계한다. 주둥이는 물에서 먹잇감을 잘
빨아들이도록 적응했으며, 장이 짧아 먹이를 효과적으로 소화한다.
그 개울을 따라 산을
타고 올라가면 폭포가 하나 있다. 폭포 너머에는 포식자가 한 마리도 없지만, 그곳에 서식하는 구피는 폭포 아래의 구피와 다르다. 폭포 쪽에는
포식자가 없으므로 구피 무리는 먹이가 부족해질 때까지 커진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구피는 포식자에 잡아먹혀
죽지 않고 굶어 죽는다. 서로 밀집되어 양질의 먹이가 부족해진 구피는 조류와 세균을 먹기 시작한다. 이처럼 포식자가 없고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그 반대의 환경에서 자연 선택을 받는 표현 형질과 차이가 있다.
첫째, 폭포 위쪽에 사는 구피는 바위에서 조류와 세균을 뜯어 먹기 좋은 새로운 턱 모양을 지닌다.
둘째, 대사율 감소로 에너지 효율성이 증가한다.
셋째, 영양소가 적은 먹이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장이 길어진다.
넷째, 포식자를 피해 전력으로 헤엄칠 필요가 없으므로 최대 속도가 느려진다.
다섯째, 잡아먹히기 일쑤인 이웃 구피보다 성장이 느리며, 몸집은 더 커지고, 어느 정도 자라야 성 성숙에 이른다.
여섯째, 새끼의 수가 더 적은 대신 크기가 크며, 최대 수명도 증가한다.
일곱째, 포식자가 없으니 수컷은 암컷을 쟁취하기 위해 더욱 밝은 색을 띤다.
위와 같이 폭포 위쪽과
아래쪽에 서식하는 구피 모두 동일한 구피이다. 그러나 여러 표현 형질의 변화 및 서식지의 포식자 유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중 변화의 원인은 발생 과정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가 활성화/비활성화된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종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뇌 신경 과학의 책을 몇 권 읽어본 사람들은 뇌 신경의 작동원리가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듯하다. 눈, 코, 귀 등의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들을 그 동안 누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해석을 한다. 이는 곧 “지금의 나 자신이 세상에 대한 해석은 그 동안 살아온
과정을 말한다” 라고 생각을 해도 된다. 위의 글의 구피는
유전자의 활성과 비활성에 관여를 했지만 우리의 뇌는 환경에 따른 자극이 각자 저마다의 뇌 신경을 고유하게 배선을 한다. 이것이 위 글에 나온 구피와 같은 효과를 낸다.
보통
좋은 경험이 좋은 삶을 만들게 한다. 근데 여기서 좋은 경험은 단지 이쁜 것을 보거나 듣기 좋은 것을
듣거나 하는 그런 성격의 것이 전혀 아니다. 순간은 힘들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좋고 나쁜 모든 것들이다.
얼마전에는
아이들의 금융 교육에 있어 조기 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중요함으로 조기 교육을 한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교육
내용은 정말 놀라웠는데,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파악하여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계좌를 만들고 따라하는 식으로 매매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난 이러한 금융 조기 교육이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른다. 극히 일부만 그런 것인지 전반적인 것인지 모른다. 극히 일부라면 조금 하다가 사라지겠지만 전반적인 금융 조기교육을 이런 식으로 한다면 단순 쾌락만 자극하는 꼴이라서
이는 조루 걸린 토끼 마냥 빠르게 사고 팔면서 도박을 하는 꼴만 된다. 물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당연히 있다. 마치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태어날 때부터 뇌 신경에 배선하여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서
내면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천국과 지옥에 집착하게 만들고 노력은 없고 기도를 통해 꿈을 이루길 바라는 숙주를 만들어서 평생 헌금을 걷는다면
이것만큼 훌륭한 광산이 어디 있겠나? 이것이야 말로 노다지가 아닌가 싶다.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방식을 아는 것은 그것이 곧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토대로 행동하며 더 나은 행동력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자면 한 연애인은 대인배의 조건이 남을 씹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이것이 현실에는 잘못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특히 유명 연애인이 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씹지 않는 다는 것은
잘못되고 있고 잘못된 것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좋게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은 해당이 돼지 않아야 한다. 남을
씹지 않은 대인배가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서 추징을 당한 사실이 있다면 어떤가? 사람은 실수도 할 수
있다. 실수 하나가 많은 다른 좋은 점을 가려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아까운 인재도 있어서 실수를
덮어주고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분명 아름다운 세상의 하나의 요소라 생각한다. 또 그래야 한다. 사람마다 대인배의 기준은 다르다. 누구는 대인배라 할 수 있고 누구는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다. 무조건 듣기 좋은 말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실수를 눈감아 주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간다면 좋은 일이지만 실수를 덮는 것이 그저 더 많은
이익을 기반으로만 한다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본다면 그것 역시 올바른 일일까? 난 대인배의
기준을 인문과학이 알려주는 역사에서 얻는다. 내가 판단하는 대인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치더라도
올바른 근거를 가지고 잘못된 것은 용기 있게 비판을 할 수 있고 올바른 선이라면 보상이 없어도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이들 때문에 세상이 발전할 수 있었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듣기 좋은 소리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아 그것이 곧 진리 같이 느껴지지만 여기에는 곧 기생과 기만을 업으로 타인의 자산을 친절과 미소를
내보이며 눈치채지 못하게 걷어들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기생형 인간이 자리잡게 되며 이는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고 이를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시기가 오면 많은 대가를 치루게 되었던 것이 역사가 가르치는 하나의 교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38억년 전부터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 지고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상당히 많은 교양 지식들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하지 않고 각 분야의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상당히 많은 양의 책을 읽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 한권의 분량으로 많은 내용을 다룬 종합 비타민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