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제인 오스틴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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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당한 재산을 지닌 독신 남자에게 반드시 아내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그런 독신 남자는 딸을 둔 부모에겐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겨졌다(본문 7쪽)." 바로 그런 독신남이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통칭 리지 베넷)이 사는 하트퍼드셔 지방의 네더필드로 이사를 온다. 잘생기고 쾌활한 남자 찰스 빙리. 그는 무도회에서 리지 베넷의 언니 제인과 춤을 두 번이나 춘다. 제인은 베넷 가의 다섯 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남들의 좋은 점만을 보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 언니에 비해 현실적인 성격의 리지 베넷은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한 남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엘리자베스에게 첫 만남부터 최악의 인상을 심어준 찰스 빙리의 절친 피츠윌리엄 다아시다. 다아시 씨가 보기엔 리지 베넷은 외모도 성품도 별로였다. 그런데도 그는 리지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리게 된다.



<오만과 편견>은 18세기 영국 중산층들의 삶을 조명하여 당대 젊은이에게 연애와 결혼이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칼과 방패를 들고 켄타우로스에 맞서 싸우는 반신반인 영웅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이 소설의 갈등은 다소 심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과 그녀의 가족들은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딸 부자인 베넷 가의 관심은 온통 결혼에 쏠려있다. 소설의 갈등과 전개도 '결혼이 성사될 것인가 아닌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설에는 여러 형태의 결혼이 나온다. 좋은 집안의 상대와 결혼을 하는 것이 여성이 이룰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업적 중 하나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렇게나 젊은 남성의 재산을 따지고 젊은 여성의 미모와 집안을 따지는 게 이해가 간다. 한정 상속(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토지와 집 등 재산을 남자에게 한정시켜 상속하도록 한 영국의 제도), 재산 분배 같은 결혼 후에 생기는 법적 문제들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남자나 결혼 생활 자체에 큰 환상이 없었던 그녀의 목표는 예전부터 결혼이었다.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재산은 많지 않은 젊은 여자에게 결혼은 유일하게 명예로운 생계 수단이었고, 행복을 가져다줄 확신은 없더라도 궁핍을 예방하는 최선의 대책인 건 틀림없었다. 168쪽. 


"키티와 리디아가 오히려 저보다 그의 변심에 더 상심하고 있어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들이라 잘생긴 젊은 남자도 평범하게 생긴 남자만큼이나 먹고살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그 안타까운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200쪽. 






특히 이 시대 사람들의 결혼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다아시 씨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당신의 집안 수준을 고려했을 때 내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지금 청혼을 하는 것은 내 가문에 미칠 불명예를 감수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당신은 이 사실만으로도 기꺼이 내게 감사해야 한다'라는 뉘앙스의 말이다. "그는 애정보다 자존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히려 더 열변을 토했다. 자신에 비해 낮은 그녀의 신분, 그로 인해 자신이 받을 타격, 마음을 정하기까지 늘 걸림돌이 되어 왔던 그녀의 집안 등에 대해 흥분해서 늘어놓았다. 그가 감수해야 할 손해 때문이겠지만, 정작 청혼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255쪽)."


엘리자베스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동생들의 경망스러운 행동 때문에 자신과 언니 제인의 혼사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안 후부터는 남들, 특히 다아시 씨가 자기 가족을 어떻게 평가할지 전전긍긍한다. 동생이 다아시 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위컴 씨와 결혼하는 게 결정되었을 때에는 이제 다아시 씨가 자신에게 재청혼을 하지 않을게 분명하다며 낙담한다. 그토록 경멸하는 위컴 씨와 조금이라도 연관되는 것을 꺼리는 마음이 자신을 향한 사랑보다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만과 편견>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문을 중요시하는 중상류층 가문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 오만함 때문에 그들은 어떤 인물을 평가할 때 남들의 평판에 휘둘리기 쉽다. 자신의 체면과 가문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부당한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인물의 성격을 꿰뚫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비해, 사소한 눈짓이나 말에도 오해와 편견은 쉽게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하고 현명하고 너무나 당연한(450쪽)" 시작을 함께 맞이할 상대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소설 속 결혼관과 현대의 결혼관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겠지만 그것 하나만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결혼은 안중에도 없고 사랑을 믿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과 사랑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제인 오스틴의 역량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은 언니 제인의 결혼 지지자, 동생 리디아와 절친 루카스 양의 결혼 반대자, 자신의 부모의 결혼 관찰자 그리고 다아시 씨 사이의 결혼 당사자다. 그녀의 인생에서 결혼은 아주 중요한 것이며, 이것은 당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제인 오스틴은 리지의 입을 빌려 "본분이나 명예, 감사 같은 것들은 어떤 호소력도 발휘할 수 없는(464쪽)" 애정이 있는 결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신분, 본분, 명예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이루어지는 사랑은 당시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큰 행복과 만족감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로맨스 장르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라고만 들었고 실제로 읽어 본 적은 없었던 <오만과 편견>을 지학사아르볼에서 나온 풀컬러 일러스트 버전으로 만나보았다. 504쪽에 달하는 묵직한 양장본이며 따뜻한 색을 사용한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특징이다. 이 책은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를 담당한 Classics Reimagined 시리즈 중 하나이다. 프랑켄슈타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그림 형제 동화, 셜록 홈스 등 시리즈의 나머지 책들도 전부 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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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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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혹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질문 아홉 가지와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과 그들의 신화 이야기를 엮어서 강의식으로 엮은 책이다. 아홉 가지의 질문 중에서 자신이 특별히 관심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읽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 부분을 골라 소개해 보려한다.



질문,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온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죽을 텐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가끔은 이 모든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일리아스』의 수 많은 영웅 중 아킬레우스는 원래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터였다. 오뒷세우스가 그를 찾아내 설득했다. 아킬레우스는 평범하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 죽음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가 공을 세워 후세에 길이 남을 명예로운 삶을 얻을 건지 선택해야했다.


『오뒷세이아』의 주인공 오뒷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칼륍소라는 님프와 지내면 불멸의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삶을 택했고, 자기 앞에 펼쳐진 위험천만한 모험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한다. 칼륍소는 '가리는 자'라는 뜻의 이름이다. 겉으로 볼 때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의 선택이 달라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오뒷세우스가 칼륍소와 지내는 이상 그는 속세에 가려져 아무도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없어질테니.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에선 죽음이 있는 삶을 긍정한다는 대목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자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을 '실패'라는 한마디 말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의 내 삶은 내가 어떻게 써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본문 148쪽.



갈등과 혐오를 넘어 화합으로 가는 길.


그리스 신화의 시작 부분은 혼돈(카오스)에서 가이아가 태어나고 제우스의 손에 의해 우주가 균형 상태(코스모스)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라노스 - 크로노스 - 제우스의 순서로 독단적인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권력을 빼앗고 자리에 오른다. 제우스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세대들을 포용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기회를 주고, 자신의 권력을 다른 형제들과 분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올림포스 신들의 엽기적인 가족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통찰을 담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 사회의 본질, 끝없는 세대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어는 너무나 쉽게 내뱉어지고, 단 한글자로도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말한 이의 의도는 절반도 담지 못하는 것 같다. 여덟번째 문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에선 전염병 처럼 번지고 있는 '혐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치관과 태생이 다른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은 그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갈등은 상호 이해의 계기를 제공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혐오의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일반화, 집단화 하고 배척/공격하는 순간 부터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로스는 가이아가 나타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에로스는 결핍을 전제로 한 욕망과 사랑의 신이다. 결핍을 충족하려는 의지 때문에 욕망하게 된다. 다툼과 미움, 혐오의 원인이 되어 버리는 것 또한 에로스다. 어떻게 하면 혐오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광장에 모여 비극을 즐겨 봤다. 그 당시의 비극은 일종의 종교적 정화의식의 역할을 했다. 무대 위에 오른 배우들은 극장의 관객의 욕망을 대표하며 관객 대신 그곳에 올라 서 있다. 비극은 욕망을 현명하게 다스리지 못한 주인공들이 슬픈 결말을 맞이하는 걸로 끝나는데,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욕망이 쌓이면 갈등이 고조된다. 언젠가는 시원하게 분출해야 한다. 욕망의 분출은 올림피아 제전 같은 축제들의 역할이었다. 오늘날의 록 페스티벌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고전을 읽는 이유.


고전은 오래된 책, 읽기 힘든 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말로 번역될 때 높을 고(高)가 아닌, 옛 고(古)를 써서 더욱 그렇다. 사실 고전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클래식이고 그 어원은 클라시무스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임을 뜻한다. 클라시무스라는 단어 자체엔 시간적 개념이 없다.


고전이야말로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 그것도 엄청 나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여러 질문에 부딪히고 그 답을 찾아야 할 때, 가장 유력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 중 하나가 고전인 것 같아요. (…) 고전은 분명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90쪽.


미래교육의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의 책이기에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진정한 고전 교육이란 고전에 있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꺼내 새로운 틀에 담아 오늘의 고전으로 만들고, 미래에도 고전으로 남을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란 말이 기억에 남았다. 고전을 재해석하고 재탄생 시켜 시대와 함께 갈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작품들을 읽고, 아예 존재조차 몰랐던 작품들을 발굴하며 이야기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와 '너'를 '우리'로 묶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의 공유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는 서로의 차이점이 의미가 없어진다. 앞에서 혐오 시대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 있는 고전이야 말로 타인을 나와 연결해 주는 훌륭한 접착제가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건 결국 같은 세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 묶어주는 힘이 되지요. (…) 이제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본문 282쪽.



고대 그리스 인들에게 축제와 대화의 장이었던 아크로폴리스. 

우리 시대의 아크로폴리스는 어디일까? 

언제든지 모여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라하면... 

그곳은 이미 우리 곁에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교수님이 아닌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교육자가 쓴 책이다. 저자의 격려의 메세지는 바로 타인에 대한, 특히 자신보다 어린 독자들을 향한 공감과 애정이 담겨있기에 읽는 사람을 위로한다. 인생의 황혼기에서도 질문하고 탐구하는 자세, 단정하지 않고 경청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기꺼이 공유하려는 그런 그의 태도는 책 전반에서 느껴진다.


지금 닥친 어려움도 훗날 나의 역사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나는 내 인생의 시인이고 주인공임을 어느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나의 이야기와 역사를, 그리고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임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57쪽.


그리스로마 신화와 인문학 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렵지 않은 언어와 보편적으로 통용될 만한 감성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평소에 실존주의적 질문과 힘겨루기를 하는 사람,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사람들도 잠시 쉬어가며 교수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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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인생사진 - 스마트폰 사진의 기술
한다솜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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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지금까지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술을 배운 사람이나, 예술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손재주도 없고 학생 때 예체능 과목을 제일 싫어했던 나는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왜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지?" 

"역시 좋은 카메라에 돈을 써야 하는 걸까?" 

"난 센스도 없고 카메라 살 돈도 부족해. 나는 역시 안된다니까." 


이런 불평만 할 줄 알았지 사진 찍기도도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을 못 했었다. 



이 책은 크게 준비 단계와 실전 단계의 두 파트로 나뉘어있다. 


[준비 단계 1 ~3]에선 카메라 촬영에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간다. 

카메라의 격자 기능을 켜고 카메라 렌즈를 청소해 주자. 사진을 찍을 때 만이라도 화면 밝기를 최대로 높여서 사진이 잘 담겼는지 확인하자. 


사진이 잘 나오기 위해선 빛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사진을 찍기 전에 머릿속으로 이런 느낌으로 찍고 싶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갈 장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가려고 하는 카페에 핑크색 테이블이 있다면 그것과 어울릴만한 소품을 준비해서 시킨 음료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 


실전 단계에선 다양한 피사체와 상황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라이트룸 앱을 이용해 보정하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실전 단계 4 : 사물과 공간을 예쁘게 담아내기]

적당한 줌 당기기와 아까 켜둔 격자를 기준으로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 음식, 건물 내부, 건부 외부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알려준다. 


[실전 단계 5 : 여행지에서 인생사진 찍기]

사진을 찍을 때 눈으로 보기에는 예쁜데 카메라에는 잘 안 담긴다는 말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이럴 때는 먼저 내 눈에 보이는 모습과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에서 예쁘게 보이는 부분을 찾으러 다니는 수밖에 없다! 

이번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법을 알려 준다. 가장 자주 쓰이는 3:4(사진) 비율과 1:1(정방향) 비율 화각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인물의 전신과 상반신 사진을 찍을 때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진 구도는 격자 기능을 사용해 맞춘다. 난 사실 격자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앞으로 없으면 어색할 것 같다. 야경 사진과 쨍한 느낌의 사진, DSLR 처럼 사진 찍는 법도 알려 준다.


[실전 단계 6 : 사진을 나만의 색감으로 보정하기]

사진을 찍었다면 이제 보정을 할 차례! 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동일한 색감으로 찍히 않기 때문에 '색감 보정'을 해주어야 한다. 사진 찍기와 보정은 한 세트!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진 편집 앱 중에서 라이트룸(lightroom)을 사용해서 색감 보정, 밝기 보정을 해 보자. 라이트룸은 전문가들이 자주 이용하는 프로그램인데 모바일에선 결제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최근에 북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라이트룸을 깔아두었는데 아이콘이 의미하는 바가 대체 뭔지 몰라서 포기했었다. 이 책 덕분에 라이트룸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 


[실전 단계 7 : 세계 여행자가 알려주는 사진 꿀팁]에선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때, 여행을 갔는데 포토존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때, 카메라 앞에 섰는데 표정이 영 어색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고


[실전 단계 8 : 이런 사진을 연습해보자]에는 다양한 장소, 시간대, 구도를 사용한 사진이 나와있다. 그걸 참고로 연습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다음 날 책을 가방에 넣고 외출을 했다. 


나의 목표는 막국수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하면서 항공샷으로 음식 사진을 찍어보고, 근처 카페에 가서 마시고 있는 음료 사진과 카페 내부 사진을 한 장씩 찍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혹시 키가 큰 멋진 건물을 발견하면 그 또한 한 장 찍어보는 거였다. 


하나의 주제 당 내가 평소에 찍던 대로 한 장,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무작정 따라해서 한 장씩 총 두 장씩 찍었다. 


점심에 갔던 막국수 집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두 시간 이상 기다리는 바람에 음식이 나왔을 때 사진 찍는 걸 잊어버리고 와구와구 먹어버렸다...ㅠㅠ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대신 나중에 간 카페에서 저녁까지 이런저런 소품을 사용해서 실험적인 사진을 찍고 놀았다. 





책에는 입이 딱 벌어지는 놀라운 사진들이 많이 실려있다. 우와! 이걸 스마트폰으로 찍었다고? 하는 감탄이 나오는 사진들이다.


그걸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고양감이 솟아올라야 하는데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의욕만 앞서고 경험이 부족한 초보가 보일 만한 반응이었다.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으면서 처음엔 책에서 알려준 법칙을 지키는 데에 급급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 놓인 사물들도 눈에 들어왔고 즐기기 시작했다. 사진찍기는 예술이고 예술은 실험정신과 영감을 원동력으로 이뤄지는 마법인 것 같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평소대로 찍은 사진, 책보고 따라찍은 사진, 라이트룸 앱으로 보정한 사진이다. 

 


과거에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이 좋아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는 것이다. 사진이 잘 나와도 왜 그게 잘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못 나온 사진은 즉시 삭제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젠 이게 왜 아쉬운 사진인지 진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점을 보완해서 다시 찍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문제는 빛과 관련된 것이었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 찍거나, 조명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거나... 


이 책은 사진 찍기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부수어 주고 사진 찍기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그림자를 피해 테이블 주위를 빙글빙글 돌거나 온몸을 비틀어 가며 요상한 각도를 만들어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나의 인생 사진을 많이 저장하고 싶다. 잘 찍힌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 또한 추억으로 남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해가 구름에 가려져 흐린 날이다. 내일 날씨가 좋다면 사진을 찍으러 나갈 것이다. 손에 스마트폰, 머릿속에 원하는 이미지, 가슴속엔 예고 없이 찾아올 마법 같은 찰나를 만날 기대감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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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무작정 따라해봤어요.

내 손에 인생사진
글/사진 한다솜
출판 42미디어콘텐츠
발매 2020.04.28


Track: SpeciaIDays 一 JayJen [Audio Library Release]
Music provided by Audio Library Plus
Watch: https:youtu.be/RgYPyh5cxQc
Free Dovvnload / Stream: https:alplus.to/special-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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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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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멀 피플》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작품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 계층 사이 갈등, 가정 폭력, 트라우마, 정신병, 젠더 이슈, 차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한 테이블에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갑갑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았다. 책 페이지에서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주인공 매리앤과 코넬 덕분이다.
둘 중 어느 쪽에 감정 이입을 하는 건 쉬운 일이었고, 두 사람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했다.

소설 제목은 왜 노멀 피플인가? 
내게 평범함과 특별함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물음에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이슈였다. 
아마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는 다른 곳에 관심을 둘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모르겠어.
어떤 면에서?
왜 사람들이 날 사랑하게 만들지 못할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나.
225쪽.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노멀 피플 속 주인공 매리앤은 코넬에게 사랑받음으로써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특별함 때문에 별난 사람,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넬과 매리앤은 각자 그렇게 불릴만한 약점이 있다. 
코넬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것은 코넬 가문과 관련이 있다.
매리앤은 중등학교 시절에 또래들 사이에 혼자 붕 뜨는 존재였고, 엄마와 사이가 안 좋다. 
죽고 없는 아빠에겐 가정 폭력을 당했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우등생 코넬과 모두에게 경멸 받는 부잣집 아이 매리앤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리앤은 코넬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고 코넬도 매리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아니다. 

그럼 너희 둘은 언제 헤어진 거니?
우린 함께였던 적이 없거든. 
160쪽.

내 감정에 관심을 가지는 건 너답지 않아, 코넬. 그건 우리가 논의하면 안 되는 영역인 것 같아. 
187쪽. 

코넬이 졸업 파티 때 매리앤을 파트너로 초대하지 않은 후 
매리앤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
코넬이 매리앤을 다시 만난 것은 트리티니 대학에서였다.
이제는 두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정반대로 바뀌어 
코넬이 고향을 떠나 가식적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매리앤의 주위에 친구가 많은 상태였다.

코넬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는 속하고자 하는 특별함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의 방황은 골웨이 대학 법학과와 트리니티 대학 영문학과 중 어디에 지원할지 고민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법학엔 관심조차 없지만 그곳에 간다면 수입도 안정적이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반면 매리앤의 조언대로 영문학과에 지원하면 사람들에게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는 못할 것이다. 

폭력의 행위자가 사라지고 나서도 그것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매리앤이 방황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녀의 삶은 비정상적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잎사귀들이 떨어져 땅의 한 부분을 덮고 있다가 결국 그 토양과 섞여버리듯이,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시간에 덮였다. 
과거에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그녀의 몸이라는 땅속에 묻혀 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심 그녀는 자신이 부도덕하고 형편없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사람이 되고, 올바른 의견을 가지고, 올바른 말을 하기 위한 그녀의 모든 노력은 단지 그녀 안에 묻혀 있는 것, 즉 
그녀 자신의 사악한 부분을 감출 뿐이다. 
294 - 295쪽. 

코넬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리앤과 같이 있었을 때 둘의 관계가 좋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소설 속 시간은 2개월 후 4개월 후라는 식으로 휙휙 흘러간다. 
각자 애인을 사귀고, 친구를 만들고, 시험을 보고, 취업을 고민하며 시간이 가고 그들은 성장해 간다.
이야기는 2011년 1월에 시작해서 2015년 2월에 끝이 난다.
마지막 문단을 읽었을 때
나를 휩쓸고 간 감정들을 부패하지 않게 통조림 캔에 밀봉하고 싶었다.


최근에 두 사람이 자신들의 우정에 대해 주고받은 일련의 이메일에서, 
매리앤은 주로 그의 의견과 신념에 대한 그녀의 지속적인 관심, 그의 삶에 그녀가 느끼는 호기심,
그리고 무엇이 대해서든 갈등을 느낄 때마다 
그의 생각을 살피려는 그녀의 본능이라는 면에서, 코넬에 대한 그녀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주로 일체감, 그러니까 그녀가 고통스러워할 때 그녀를 응원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감각,
그녀의 행동의 동기를 가나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그의 느낌을 표현했다.
매리앤은 이것이 성역할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너를 많이 좋아할 뿐인 것 같아. 그는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다정도 해라. 그녀는 그렇게 답장을 써 보냈다. 
202쪽. 

학교 문학 수업은 내게 이런 소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알려주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91년생 작가의 작품이라 처음엔 그저 얼마나 잘 썼는지 궁금했다.
만약 노멀 피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난 어쩔 작정이었을까? 
sns에 악담을 늘어놓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진 않을 것이다. 
나는 감정에 북받친 내 글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남들의 눈에 보이긴 더욱 싫으니까.
내 친구에게 이 책을 제발 읽고 나랑 이야기하자고(= 네 생각은 모르겠고 내 얘기부터 들어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을 테니
내가 쓴 글은 노트북 휴지통으로 들어가거나 비공개 계정의 구석에 처박혀서 디지털 먼지를 덮어쓰게 될 것이다. 
내 친구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읽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안 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마음이 너무 심란해. 
반면에 나는 그와 같은 변명을 대며 같이 게임하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거절당한 쪽은, 넌 진가를 모른다니까, 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실제로 친구들이 모여 같은 행위를 하는 게 불안하다.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그걸 즐기게 되고 설사 취미생활로 바뀌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나는 유난히 책에 집착하는 책의 노예가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내 친구는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서 새벽이 지나도록 게임 방송을 하는
미래의 인플루언서가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우린 우리에게 붙는 이름표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름표는 떼어버리고 싶어 한다. 
그건 내가 원하지 않았어. 그렇게 나를 분류하지 말아줄래, 라면서. 
구속당하고 싶어 하면서 한편으로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우린 정말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다. 

서로에게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면서도, 평범해지길 원한다. 
노멀 피플은 이 양가감정을 비추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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