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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천년의 수업》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혹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질문 아홉 가지와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과 그들의 신화 이야기를 엮어서 강의식으로 엮은 책이다. 아홉 가지의 질문 중에서 자신이 특별히 관심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읽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 부분을 골라 소개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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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온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죽을 텐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가끔은 이 모든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일리아스』의 수 많은 영웅 중 아킬레우스는 원래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터였다. 오뒷세우스가 그를 찾아내 설득했다. 아킬레우스는 평범하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 죽음을 각오하고 전장에 나가 공을 세워 후세에 길이 남을 명예로운 삶을 얻을 건지 선택해야했다.
『오뒷세이아』의 주인공 오뒷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칼륍소라는 님프와 지내면 불멸의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삶을 택했고, 자기 앞에 펼쳐진 위험천만한 모험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한다. 칼륍소는 '가리는 자'라는 뜻의 이름이다. 겉으로 볼 때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의 선택이 달라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오뒷세우스가 칼륍소와 지내는 이상 그는 속세에 가려져 아무도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없어질테니.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에선 죽음이 있는 삶을 긍정한다는 대목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자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을 '실패'라는 한마디 말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의 내 삶은 내가 어떻게 써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본문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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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혐오를 넘어 화합으로 가는 길.
그리스 신화의 시작 부분은 혼돈(카오스)에서 가이아가 태어나고 제우스의 손에 의해 우주가 균형 상태(코스모스)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라노스 - 크로노스 - 제우스의 순서로 독단적인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권력을 빼앗고 자리에 오른다. 제우스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세대들을 포용하고, 젊은 세대에게도 기회를 주고, 자신의 권력을 다른 형제들과 분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올림포스 신들의 엽기적인 가족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통찰을 담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 사회의 본질, 끝없는 세대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어는 너무나 쉽게 내뱉어지고, 단 한글자로도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말한 이의 의도는 절반도 담지 못하는 것 같다. 여덟번째 문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에선 전염병 처럼 번지고 있는 '혐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치관과 태생이 다른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은 그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갈등은 상호 이해의 계기를 제공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혐오의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일반화, 집단화 하고 배척/공격하는 순간 부터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로스는 가이아가 나타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에로스는 결핍을 전제로 한 욕망과 사랑의 신이다. 결핍을 충족하려는 의지 때문에 욕망하게 된다. 다툼과 미움, 혐오의 원인이 되어 버리는 것 또한 에로스다. 어떻게 하면 혐오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광장에 모여 비극을 즐겨 봤다. 그 당시의 비극은 일종의 종교적 정화의식의 역할을 했다. 무대 위에 오른 배우들은 극장의 관객의 욕망을 대표하며 관객 대신 그곳에 올라 서 있다. 비극은 욕망을 현명하게 다스리지 못한 주인공들이 슬픈 결말을 맞이하는 걸로 끝나는데,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욕망이 쌓이면 갈등이 고조된다. 언젠가는 시원하게 분출해야 한다. 욕망의 분출은 올림피아 제전 같은 축제들의 역할이었다. 오늘날의 록 페스티벌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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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이유.
고전은 오래된 책, 읽기 힘든 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말로 번역될 때 높을 고(高)가 아닌, 옛 고(古)를 써서 더욱 그렇다. 사실 고전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클래식이고 그 어원은 클라시무스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임을 뜻한다. 클라시무스라는 단어 자체엔 시간적 개념이 없다.
고전이야말로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 그것도 엄청 나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여러 질문에 부딪히고 그 답을 찾아야 할 때, 가장 유력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 중 하나가 고전인 것 같아요. (…) 고전은 분명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90쪽.
미래교육의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의 책이기에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진정한 고전 교육이란 고전에 있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꺼내 새로운 틀에 담아 오늘의 고전으로 만들고, 미래에도 고전으로 남을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란 말이 기억에 남았다. 고전을 재해석하고 재탄생 시켜 시대와 함께 갈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작품들을 읽고, 아예 존재조차 몰랐던 작품들을 발굴하며 이야기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와 '너'를 '우리'로 묶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의 공유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는 서로의 차이점이 의미가 없어진다. 앞에서 혐오 시대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 있는 고전이야 말로 타인을 나와 연결해 주는 훌륭한 접착제가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건 결국 같은 세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 묶어주는 힘이 되지요. (…) 이제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본문 282쪽.

고대 그리스 인들에게 축제와 대화의 장이었던 아크로폴리스.
우리 시대의 아크로폴리스는 어디일까?
언제든지 모여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라하면...
그곳은 이미 우리 곁에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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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교수님이 아닌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교육자가 쓴 책이다. 저자의 격려의 메세지는 바로 타인에 대한, 특히 자신보다 어린 독자들을 향한 공감과 애정이 담겨있기에 읽는 사람을 위로한다. 인생의 황혼기에서도 질문하고 탐구하는 자세, 단정하지 않고 경청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기꺼이 공유하려는 그런 그의 태도는 책 전반에서 느껴진다.
지금 닥친 어려움도 훗날 나의 역사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나는 내 인생의 시인이고 주인공임을 어느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나의 이야기와 역사를, 그리고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임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57쪽.
그리스로마 신화와 인문학 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렵지 않은 언어와 보편적으로 통용될 만한 감성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평소에 실존주의적 질문과 힘겨루기를 하는 사람,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사람들도 잠시 쉬어가며 교수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