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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노멀 피플》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작품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 계층 사이 갈등, 가정 폭력, 트라우마, 정신병, 젠더 이슈, 차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한 테이블에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갑갑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았다. 책 페이지에서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주인공 매리앤과 코넬 덕분이다.
둘 중 어느 쪽에 감정 이입을 하는 건 쉬운 일이었고, 두 사람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했다.
소설 제목은 왜 노멀 피플인가?
내게 평범함과 특별함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물음에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이슈였다.
아마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는 다른 곳에 관심을 둘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모르겠어.
어떤 면에서?
왜 사람들이 날 사랑하게 만들지 못할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나.
225쪽.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노멀 피플 속 주인공 매리앤은 코넬에게 사랑받음으로써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특별함 때문에 별난 사람,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넬과 매리앤은 각자 그렇게 불릴만한 약점이 있다.
코넬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것은 코넬 가문과 관련이 있다.
매리앤은 중등학교 시절에 또래들 사이에 혼자 붕 뜨는 존재였고, 엄마와 사이가 안 좋다.
죽고 없는 아빠에겐 가정 폭력을 당했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우등생 코넬과 모두에게 경멸 받는 부잣집 아이 매리앤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리앤은 코넬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고 코넬도 매리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아니다.
그럼 너희 둘은 언제 헤어진 거니?
우린 함께였던 적이 없거든.
160쪽.
내 감정에 관심을 가지는 건 너답지 않아, 코넬. 그건 우리가 논의하면 안 되는 영역인 것 같아.
187쪽.
코넬이 졸업 파티 때 매리앤을 파트너로 초대하지 않은 후
매리앤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
코넬이 매리앤을 다시 만난 것은 트리티니 대학에서였다.
이제는 두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정반대로 바뀌어
코넬이 고향을 떠나 가식적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매리앤의 주위에 친구가 많은 상태였다.
코넬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는 속하고자 하는 특별함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의 방황은 골웨이 대학 법학과와 트리니티 대학 영문학과 중 어디에 지원할지 고민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법학엔 관심조차 없지만 그곳에 간다면 수입도 안정적이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반면 매리앤의 조언대로 영문학과에 지원하면 사람들에게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는 못할 것이다.
폭력의 행위자가 사라지고 나서도 그것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매리앤이 방황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녀의 삶은 비정상적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잎사귀들이 떨어져 땅의 한 부분을 덮고 있다가 결국 그 토양과 섞여버리듯이,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시간에 덮였다.
과거에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그녀의 몸이라는 땅속에 묻혀 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심 그녀는 자신이 부도덕하고 형편없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사람이 되고, 올바른 의견을 가지고, 올바른 말을 하기 위한 그녀의 모든 노력은 단지 그녀 안에 묻혀 있는 것, 즉
그녀 자신의 사악한 부분을 감출 뿐이다.
294 - 295쪽.
코넬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리앤과 같이 있었을 때 둘의 관계가 좋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소설 속 시간은 2개월 후 4개월 후라는 식으로 휙휙 흘러간다.
각자 애인을 사귀고, 친구를 만들고, 시험을 보고, 취업을 고민하며 시간이 가고 그들은 성장해 간다.
이야기는 2011년 1월에 시작해서 2015년 2월에 끝이 난다.
마지막 문단을 읽었을 때
나를 휩쓸고 간 감정들을 부패하지 않게 통조림 캔에 밀봉하고 싶었다.
최근에 두 사람이 자신들의 우정에 대해 주고받은 일련의 이메일에서,
매리앤은 주로 그의 의견과 신념에 대한 그녀의 지속적인 관심, 그의 삶에 그녀가 느끼는 호기심,
그리고 무엇이 대해서든 갈등을 느낄 때마다
그의 생각을 살피려는 그녀의 본능이라는 면에서, 코넬에 대한 그녀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주로 일체감, 그러니까 그녀가 고통스러워할 때 그녀를 응원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감각,
그녀의 행동의 동기를 가나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그의 느낌을 표현했다.
매리앤은 이것이 성역할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너를 많이 좋아할 뿐인 것 같아. 그는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다정도 해라. 그녀는 그렇게 답장을 써 보냈다.
202쪽.
학교 문학 수업은 내게 이런 소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알려주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91년생 작가의 작품이라 처음엔 그저 얼마나 잘 썼는지 궁금했다.
만약 노멀 피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난 어쩔 작정이었을까?
sns에 악담을 늘어놓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진 않을 것이다.
나는 감정에 북받친 내 글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남들의 눈에 보이긴 더욱 싫으니까.
내 친구에게 이 책을 제발 읽고 나랑 이야기하자고(= 네 생각은 모르겠고 내 얘기부터 들어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을 테니
내가 쓴 글은 노트북 휴지통으로 들어가거나 비공개 계정의 구석에 처박혀서 디지털 먼지를 덮어쓰게 될 것이다.
내 친구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읽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안 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마음이 너무 심란해.
반면에 나는 그와 같은 변명을 대며 같이 게임하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거절당한 쪽은, 넌 진가를 모른다니까, 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실제로 친구들이 모여 같은 행위를 하는 게 불안하다.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그걸 즐기게 되고 설사 취미생활로 바뀌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나는 유난히 책에 집착하는 책의 노예가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내 친구는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서 새벽이 지나도록 게임 방송을 하는
미래의 인플루언서가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우린 우리에게 붙는 이름표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름표는 떼어버리고 싶어 한다.
그건 내가 원하지 않았어. 그렇게 나를 분류하지 말아줄래, 라면서.
구속당하고 싶어 하면서 한편으로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우린 정말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다.
서로에게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면서도, 평범해지길 원한다.
노멀 피플은 이 양가감정을 비추어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