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고 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몸살을 앓는 듯한 뜨끈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 책이다. 몇 번의 뒤집기 끝에 도달한 처연한 진실, 그러나 그것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스포 없음)

어려서 어머니를 일찍 잃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버지까지 잃은 후 고모 집에 얹혀 살다가 중학교 졸업과 함께 독립하여 다부지게 살아 온 사키코. 열심히 일하며 다니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알게 된 위악을 떠는, 속마음은 성실하고 순수한 청년 다다토키. 이 둘은 천애고아라는 비슷한 처지와 운명적 끌림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결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다다토키의 인생은 원활히 풀려 고졸 학력으로는 뚫기 힘든 대기업의 영업직 직원으로 일하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키코는 다다토키가 사무실 창문에서 추락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그가 반 년 전, 회사에서 정리해고당한 후, 사기 행각을 벌였고 그 피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관해 듣고 망연자실한다.

다다토키의 사기 행각과 과거 소년분류심사원 이력이 밝혀지자, 여론과 세간의 반응은 손바닥 뒤집듯이 다다토키를 비난하고 나서고 아내인 사키코에게도 가차없는 비난이 쏟아진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키코는 자살 파트너를 구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혼자 살아남는다. 그녀의 자살 파트너 에리는 이미 목숨이 끊어졌다. 에리를 위해 애도하다가 섬광처럼 스친 한 가지 생각이 사키코의 인생을 뒤바꾼다.

그건 바로 에리의 신분증 등을 이용하고 에리로 성형수술하여 다다토키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가 풀려난 의사 가바치카와의 아내가 되어 살해 사건의 증거를 찾고 복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사키코의 삶의 동기가 된다. 성형수술 후 순조롭게 가바치카와에게 접근하여 그의 호감을 얻고 그와 결혼한 지. 이제 보름. 서서히 가바치카와의 신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함께 살아가고 사람들을 대하는 가바치카와의 모습에 '진짜 사랑'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겪기도 하고, 가바치카와의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여동생 아키코에게는 진심으로 동정심과 애정을 느끼며 지내다가 서서히 진실에 도달하는데...

<절대 정의>로 관심을 갖게 된 작가였는데, 이 작품은 이야미스(불쾌한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진정한 휴먼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또렷하게 잘 그려져 있어 그들의 관점에서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내용을 이해 및 공감할 수 있었다.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다다토키가 어떤 마음으로 사키코를 지켜왔고 사기 행각을 벌였는지, 사키코가 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빌려서까지 복수하고 싶었는지, 선인인지, 악인인지 헷갈리는 가바치카와의 정체는 무엇인지, 선천적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청춘을 구가하는 가바치카와의 여동생 아키코의 마음의 뒤켠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등...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작열하는 한여름의 태양 같은 강하고 뜨거운 진심. 그리고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다음 계속 마음을 달구는 늦여름의 잔열 같은 애잔함이 남았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스포 없음)

전쟁문명이 끝난 후, 지구는 영하 41도의 혹한의 세계가 되었다. 돔 형태의 따뜻한 스노볼을 중심으로 이 스노볼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영하 41도의 추위에 떨며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바깥사람들이 있다. 동경의 대상인 스노볼에서의 삶은 전부 TV 중계가 된다. 그들은 '액터'이다. 그 액터들의 삶을 보며 바깥사람들은 그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바깥사람들은 스노볼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액터 스쿨을 다녀 오디션을 본다. 우리의 주인공 십대 소녀 전초밤은 액터가 아닌 디렉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오디션에 도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디렉터인 차설이 그녀를 찾아온다. 스노볼 최고의 연예인 고해리가 갑자기 죽었다며 2년간 대역을 하라는 것이었다. 가족까지 돌봐주겠다는 말과 고해리에 대한 동경으로 전초밤은 스노볼에 입성하는데, 거기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음모와 추악한 진실이 밝혀진다.


디스토피아 영어덜트 소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인의 정과 의리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디스토피아 영어덜트 소설의 공식이란 암울한 미래, 희소해진 자원을 독점한 권력자들과 인간다운 삶을 잃은 피권력자들, 그들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몇 명의 똘똘한 10대 소년소녀, 그리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조력하는 소수의 건전한 어른, 그들의 반란,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흐름이랄까?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 4권 시리즈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공식이라고 보인다.

이런 책을 읽으며 어떤 장치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메타포를 찾는 것이 다소 피곤할 때가 있지만, 이 책은 무척 편하게 4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동경하고 선망했던 것들이 한낱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고,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읽어낼 수 있었다.

영어덜트 대상인데, 10대도 20대도 아닌 나는 이 등장인물 중 누구에 가까울까 생각해 보았다. 영어덜트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어설프고 부족하면서도 동료와 함께 좌충우돌하면서 우정을 쌓고 사건이 대단원에 이를 무력 이전보다 한 뼘 성장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흐뭇함에 여전히 자주 읽는 장르이다.

우리나라 영어덜트 문학의 새 지평이 열린 듯하여 뿌듯하고 독자가 될 수 있어 기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라다 마하 작가는 소설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에세이로 접하니 말할 수 없이 감회가 새롭다. 소설로는 더없이 진지하고 여성의 성장을 응원하고 큐레이터이자 미술 컨설턴트로서의 전문적인 '완전 멋진' 면모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토록 발랄하고 통통 튀며 엉뚱하다니 얼마나 박장대소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는지 모른다. 이게 진정한 에세이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평소에 애정이 있던 작가이기에 더더욱 몰입하여 읽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과 확산의 반복으로 모두가 폐색감과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찬 이 시점에 하라다 마하 작가의 여행 에세이가 적시에 나와서 큰 기쁨을 주었다. 모두들 대리 체험 및 대리 만족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방랑가! 편집자 혹은 역자가 방랑'자'가 아닌 방랑'가'라고 이름 붙인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헤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방랑'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헤매는 사람, 어떤 의미에서는 직업인 같은 뉘앙스까지 풍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심중을 헤야려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용어(^^; ㅋㅋ)로 '역마살'이라고 한다고 하라다 마하 작가님께 알려드리고 싶다.)

각설하고, 너무너무 부러웠다. 제목은 '방랑가 마하의 어슬렁여행'이지만 실제로 저자의 여행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제목에서 표방하고 있는 '어슬렁여행'이다. 대학 동창이자 여행 친구인 지린 씨와 함께 "다음에는 ~ 에 가볼까?" 이렇게 방랑이 기획되고 가방 챙겨 떠나서 어슬렁어슬렁 맛있는 것을 찾아, 멋진 예술품을 찾아 거니는 여행 본위의 여행이다. 인생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이득인 것 같다.(나도 있다, 이런 친구!!)

둘째, 의뢰받은 일과 통합된 겸사겸사 여행이다. 40줄까지 미술 컨설턴트로 구찌로 빼입고 또각또각 하이힐 신고 멋지게 세계를 활보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이후 프리를 선언한 후, 멋지게 소설가로 데뷔한다. 이후, 소설가로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머쥔다. 에세이나 잡지 기사 등의 의뢰가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여행과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 진정한 성덕이요, 덕업일치로다.

셋째, 당신의 책 집필을 위한 취재여행이다. 고 장영희 교수님의 아버지 고 장왕록 교수님은 정성들인 번역과 그렇지 않은 번역은 독자가 알아본다고 하셨기에 장영희 교수님은 조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하라다 마하 님 역시 엄청난 조사와 취재를 하신다고 했다. 너무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으셨다는 반 고흐에 관한 책 (아마도 2018년 서점대상 4위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국내 미출간)인 듯>을 쓰시기 위해 반 고흐의 삶의 여정을 그대로 밟아보는 여행까지 하셨다고 했다. 일견 광인 같은 반 고흐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부럽고 부럽다.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시간'과 '금전'의 여유가 맞고, '마음'이 맞는 여행 친구가 있다는 것도 부러워 죽겠고, 일이 여행이 되는 것도 부럽고 이 책을 이렇게 멋진 문체로 쓸 수 있는 재능도 부럽고... 이 책을 읽고 하라다 마하 작가님이 더욱 좋아졌다.

이전에 번역 기획서로 공을 들였던 작품은 끝내 성사되지 못할 모양이지만 앞으로 또 멋진 작품이 나온다면 언젠가는 하라다 마하 작가님 작품의 역자가 되고 싶다는 높고 높은 포부를 키워본다.

읽기는 재미있고 재치 넘치지만 결코 번역하기는 쉽지 않았을 작품인데 말맛과 글맛을 잘 살려 멋지게 번역해 주신 역자님 성함 꼭 기억해두겠다. 출간해 주신 편집자님께도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 자기계발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생활에 유용한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이다. 신간 알림을 설정해 놓은 몇 안 되는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도 목차만 봐도 호기심이 퐁퐁 솟아나는 쉽고 유쾌한 심리실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차는 다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전 세계에서 실행된 88가지 심리실험들이 소개되어 있다.

제1장 인간 심리의 사각지대 찾기

제2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간단한 일에 실패하기

제3장 당신의 인간관계 온도는?

제4장 밤이 되면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제5장 고양이 상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각 실험은 다음 사진과 같은 흥미로운 제안이나 질문으로 시작된다.

깍지를 껴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우뇌형인지 좌뇌형인지 알 수 있다는 건가? 이것뿐만이 아니다.

-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가벼운 가방을 든다고?

- 날이 맑으면 주가가 오른다고?

-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정말로 머리가 좋아질까?

- 보름달이 뜬 밤에 외출을 삼가야 하는 심리학적 이유

88가지 실험 자체도 흥미롭지만, 과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했다는 그 시도 자체가 감탄스럽다. 각 실험은 짧으면 한 장, 길어야 3-4페이지로 간명하게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각 실험마다 내가 몸소 겪었거나 아니면 사회, 사람들을 관찰하며 느꼈던 부분에 딱딱 들어맞아 무릎을 탁 치기도 했고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동질감으로 인해 인류애(너무 거창하다^^;)를 느끼기도 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홈경기에 이점이 있다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승률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동 시대에 살고 있어 영광으로 생각하는 김연아 선수, 그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우리나라에서 했던 경기에서 압박감으로 인해 실수를 했었고 그때 흘렸던 안타까움의 눈물이 떠올랐다. 그러나 역시 강하고 전향적인 선수이기에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 내가 이제서야 슈퍼주니어의 '규현'의 팬이 되었다. 어쩌다 아이돌이 십대 후반에 데뷔하는 아이돌이 서른세 살이 되어서야 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살면서 이렇게 흰색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본 사람이 없었다. 79번째 실험으로 소개된 것이 흰색 옷은 호감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청결하고 순수해보이는 이미지가 크다고 한다. 그보다 어쩌면 흰색이 잘 어울리려면 피부가 깨끗하고 미남, 미녀여야 하기에 흰색이 호감을 주기보다는 미남, 미녀가 흰색을 잘 소화한다는, 결국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도 혼자 해 보기도 했다.

-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매우 현명하고 부지런하게 검색하여 구매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게으른 소비자라고 한다. 물론 구매처에 신뢰가 생겨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을 때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이곳저곳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지금은 신선식품, 생필품은 다른 곳은 검색도 하지 않고 쿠팡, 온라인 서점도 외국서적은 알라딘, 국내서적은 알라딘과 예스24 병행, 공산품 등 불특정한 항목의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주 조금이라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검색하는 그 노력과 시간 값이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던 곳에서 바로 주문한다.

-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광경을 목격하면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게 된다. 친절의 선순환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책이 <Pay it forward>인 것 같다.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원작이다. pay it back이라고 하면 돈을 갚는 것인데 pay it forward는 누군가에게 먼저 친절, 선행을 베풀면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고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random acts of kindness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각박하고 마음이 거칠어진 세상에서 이런 친절이 퍼져가면 좋겠다.

- 부모로서 콕콕 찔렸던 것이 수용적인 부모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이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긴장도 없고 유머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포용력도 더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떤 부모인가, 반성도 많이 하고 고민에도 빠졌다. 내가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부모인가?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가끔 내가 싫은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서 보일 때 흠칫 놀랄 때가 있다.

- 여러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이미지, 남녀를 불문하고 미모는 득이 된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최선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약간의 감량, 약간의 메이크업, 약간의 멋을 낸 복장 등 자신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

정말 재미있게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마트의 선반을 훑어보듯 가벼운 맘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눈에 띄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실험들은 연구자의 이름이나 실험명으로 심층적으로 더 조사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심리학이란 학문인 동시에 모두에게 공감과 새로운 발견의 장을 마련해 주기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몰랐던 나의 어떤 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면 지식과 삶이 통합되는 최고의 독서 경험이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를 이은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죽이기'의 네 번째 이야기이다. 표지를 열자마자 나오는 저자의 간략하지만 정성스러운 인사말은 무척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런 소통의 언어와 몸짓을 무척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처음 접하는 작품인데 호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작품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50페이지 정도 읽으니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점차 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 속 외딴 료칸의 동창회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동화 속 캐릭터마다 현실 속에 '아바타라'가 존재하며 동화 속 사건이 현실에 구현된다.

*

동화 속에서 피터팬이 후크 선장을 무찌르고 웬디가 네버랜드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간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피터팬과 함께 이들이 다시 네버랜드로 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버랜드에서 우연히 만난 도마뱀 '빌'을 만난다. 피터팬은 등장부터 강한 아우라를 띤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 기억 속의 영원한 동심을 간직한 영원한 소년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리고 엽기호러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과시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것이 취미다.

웬디의 귀환을 못마땅해 하던 요정 팅커벨이 네 개의 날개가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칼과 같은 예리한 것으로 몸이 관통하여 살해된 채 발견된다. 웬디와 도마뱀 빌, 그리고 살아남은 해적들, 동화 속에서 피터팬이 구해줬던 타이거 릴리의 부족인 붉은 피부족들과 죽고 죽이는 살육전 속에 팅커벨을 죽인 범인 찾기에 나선다.

한편, 현실 속의 이모리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자신이 늘 꾸는 꿈속의 도마뱀 빌의 '아바타라'가 자신이며, 여기 모인 동창생들과 료칸 직원의 일부가 네버랜드 거주자들의 아바타라라는 것을 알아챈다. 네버랜드의 거주자가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이 료칸에서도 자살, 사고 등을 이유로 그 아바타라가 죽어간다. 현실에서 아바타라가 자신들의 본체를 조종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도 범인 찾기와 살육을 멈출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없을까 하는 이모리의 노력이 시작된다.

*

동화와 현실을 오가며 단순한 듯, 복잡한 듯 특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멋진 '판타지', 말로 표현하기도 섬뜩한 수법의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네버랜드의 거주자들의 '엽기 호러' 행각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책장 넘어가는 것을 잊게 만든 작품이었다. 도마뱀 빌은 앞의 작품들에서도 나온다고 하는데 앞의 세 작품을 읽어보고 읽었다면 더욱 심오한 고바야시 야스미 세계관에 심취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출간되기에는 꽤나 '매운 맛'이었던 것 같은데 동화의 재해석이 신선했기 때문인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그리고, 더욱 기함하게 한 것은 피터팬의 원작 속의 피터팬이 『팅커벨 죽이기』 속의 피터팬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원작을 읽지 않고 아이들 용으로 각색된 이야기들의 피상적인 이해만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런 독특한 작품으로 인해 기존 고전들의 원작을 탐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