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스포 없음)

전쟁문명이 끝난 후, 지구는 영하 41도의 혹한의 세계가 되었다. 돔 형태의 따뜻한 스노볼을 중심으로 이 스노볼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영하 41도의 추위에 떨며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바깥사람들이 있다. 동경의 대상인 스노볼에서의 삶은 전부 TV 중계가 된다. 그들은 '액터'이다. 그 액터들의 삶을 보며 바깥사람들은 그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바깥사람들은 스노볼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액터 스쿨을 다녀 오디션을 본다. 우리의 주인공 십대 소녀 전초밤은 액터가 아닌 디렉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오디션에 도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디렉터인 차설이 그녀를 찾아온다. 스노볼 최고의 연예인 고해리가 갑자기 죽었다며 2년간 대역을 하라는 것이었다. 가족까지 돌봐주겠다는 말과 고해리에 대한 동경으로 전초밤은 스노볼에 입성하는데, 거기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음모와 추악한 진실이 밝혀진다.


디스토피아 영어덜트 소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인의 정과 의리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디스토피아 영어덜트 소설의 공식이란 암울한 미래, 희소해진 자원을 독점한 권력자들과 인간다운 삶을 잃은 피권력자들, 그들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몇 명의 똘똘한 10대 소년소녀, 그리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그들에게 조력하는 소수의 건전한 어른, 그들의 반란,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흐름이랄까?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 4권 시리즈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공식이라고 보인다.

이런 책을 읽으며 어떤 장치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메타포를 찾는 것이 다소 피곤할 때가 있지만, 이 책은 무척 편하게 4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순식간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동경하고 선망했던 것들이 한낱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고,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읽어낼 수 있었다.

영어덜트 대상인데, 10대도 20대도 아닌 나는 이 등장인물 중 누구에 가까울까 생각해 보았다. 영어덜트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어설프고 부족하면서도 동료와 함께 좌충우돌하면서 우정을 쌓고 사건이 대단원에 이를 무력 이전보다 한 뼘 성장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흐뭇함에 여전히 자주 읽는 장르이다.

우리나라 영어덜트 문학의 새 지평이 열린 듯하여 뿌듯하고 독자가 될 수 있어 기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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