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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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바다에 멈추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오는 사람도, 우리를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배는 그저,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었다."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앞날이 보이지 않은 채 바다 한가운데에 고립되면 어떤 기분일까.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래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아는 사실이었지만, 생각했던 영역을 훨씬 벗어난 곳에서의 피해를 접할 때마다 코로나의 영향력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그토록 꿈꿔왔던 세계여행을 떠나 마지막 여행지인 남극탐험을 하던 도중 코로나로 인해 선상에서 고립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92명의 승선자 중 마지막으로 하선한 두 명의 한국인. 일본의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던 사건으로 인해 저자가 타고 있던 배 또한 입항을 거절당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생생해서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코로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 모를 뻔했다. 지금도 충분히 거리두기를 착실히 이행하며 살고 있지만, 더 큰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멀리 존재하는 누군가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1부는 14일간의 남극탐험의 기록이고, 2부에서부터 선상 고립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에서의 아름다운 사진들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2부였기에 더 긴장감 있게 읽었다. 만약 남극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1부를 먼저, 이들의 극적인 탈출 과정이 궁금한 독자라면 2부를 먼저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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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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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속 - 새로운 시대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들
김대식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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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한 2020년이 미래 역사학자들이 쓰게 될 21세기 역사책에서의 첫 페이지라면, 앞으로 이어질 2페이지, 3페이지에는 어떤 글들이 적혀 있을까?"

 

"이 책에서 다섯 명의 저자는 각각의 시각으로 코로나19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진단한다. 그리고 이 책의 핵심이 된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가속화’다. 지금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역사의 흐름에 내재되어 있던 변화이며, 코로나19는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키는 가속기(Accelerator)이자 촉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를 이은 다른 분야의 발제자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이 가설에 부합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이들은 ‘초가속(Hyper-Acceleration)’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출판사 리뷰 중 일부분을 인용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 잘 대비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목표를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에 대한 공부모임을 하면서 나눈 의견과 정보를 담았다. 그리고 그 중점에는 '초가속'이라는 현상, 즉 원래 존재했거나 알고 있던 것들을 빠르게 실행하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뉴노멀'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기에 내게 '초가속'이라는 개념은 새로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기업과 학교에서 화상 회의, 화상 강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실행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사소하지만 거대한 전환을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2020년은 너무 많은 변화가 너무 빨리 이뤄졌다. 언젠가 마케터로 취업을 희망하는 나였기에 이러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해져 버거웠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않았던' 것에 집중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새로운 시대가 어떤 양상을 띌지 다양한 관점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적 차원에서 20세기가 1900년이 아닌,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18년에 시작했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2019년까지 20세기의 마지막 끝자락을 경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궁금해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한 2020년이 미래 역사학자들이 쓰게 될 21세기 역사책에서의 첫 페이지라면, 앞으로 이어질 2페이지, 3페이지에는 어떤 글들이 적혀 있을까?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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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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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가장 느리고 약한 것들과의 연대

 

우리는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며 행복과 위로, 애도와 회복, 자유로움과 같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동반자를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끝없는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천 개의 파랑』은 이렇듯 상처 입고 약한 이들의 서사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따뜻한 파랑波浪처럼 아우른다. 세계의 구석에서 누구도 홀로 물방울처럼 울지 않게 말이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천변만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천 개의 파랑』은 변하지 않는 것, 이 세계의 가장 느리고 약한 것들과 기꺼이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다.

 

(출판사 리뷰 중 일부분을 인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윗 문장은 '콜리'가 '보경'에게 말하는 내용이다. 남편을 잃고 난 뒤 혼자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보경에게는 상처를 보듬을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아무리 바삐 살아도 잊히지 않는 상처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 있어 '시간'이라는 단어는 흔히들 말하는 '흐른다'라는 표현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동안 나는 상처를 어떻게 대했는지, 상처를 받아 위로를 구하는 이에게 나는 어떤 말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슬프면 슬픈 대로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울고 싶으면 울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그저 잠만 자며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감정이 조금 추슬러질 때 잠깐 산책을 갔다 오든 책을 읽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만들어 보든 하나씩 해보자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종종 좌절을 마주했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동시에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책을 끝까지 다 읽다니, 잘했어!'와 '이제 하나 읽은 거 가지고 뭘 할 건데?'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 이외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의 시간은 나의 그것에 비해 너무 빨라 보였고, 그 속도에 조급해졌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충분히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정말 힘들 땐 그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모두 힘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가 가진 슬픔은 결코 연결되지 못한 채 내 슬픔, 네 슬픔 분리되어 있음을 느낀다.

 

『천 개의 파랑』은 그런 우리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사는 이들, 아니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이들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존재들 간의 끈질긴 연대를 그리며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그 연대 속으로 초대한다. 함께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보자. 큰 힘을 들이지 말고, 아주 천천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림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림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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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 내 삶을 취사선택하는 딩크 라이프
도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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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가 너무 싫어.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만약 내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밖에서 큰 소리로 우는 것, 고집 피우는 것 등 구구절절 말해줄 순 있겠지만, 그 후에 종종 따라오는 "너도 어렸을 땐 그랬을 것 아냐. 그런데 어떻게 싫어할 수 있어?"와 같은 반응 때문에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저 나는 무언가를 싫어할 뿐이고, 이유를 물어보길래 대답을 해줬을 뿐인데 왜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납득시켜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위에 적었듯 그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네가 직접 낳은 애는 달라."라는 말로 내 마음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당신들의 생각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내 생각 또한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 마음이, 그래서 아이를 낳기 싫은 내 마음이 그 어떤 설명을 할 필요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뒤에 나오는 문장이 더욱 와닿을 것이다. "가족계획은 오롯이 부부의 선택에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부부만의 선택으로 가족계획을 하기란 어렵다." (p.15)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는 기혼이라고 밝히면 자녀가 있는지, 없다면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선택한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의 이야기를 담았다.

딩크족이 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결정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 딩크족으로서 겪는 사회적 편견과 마주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이 없는 삶에서 찾는 또 다른 행복.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비출산주의자이다. 그러나 결혼은 할 계획이 있다. 그래서 딩크족의 삶에 항상 관심이 있었던 내게 이 책은 내 미래의 삶을 조금이나마 예상해보고 계획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직관적인 제목 덕택에 나는 책을 보자마자 바로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고, 저자와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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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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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잔혹한 살인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항상 궁금했다. 무엇이 저 사람들을 살인하게끔 만들었을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이 있었던 사람인걸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화가 나는 순간이 있을 텐데, 살인을 저지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틀러는 채식주의자이자 반려견 블론디를 사랑했고 블론디가 죽었을 때 슬픔에 잠겼던 동물 학대 혐오자였다. 스탈린은 18개월 동안 교도소에 있으면서 항상 놀랍도록 조용했고 절대 소리 지르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범수였고 정치적인 편의를 위해 수백만 명을 학살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우리가 '악하다'고 평한 사람들이지만 옆집 이웃 같은 면모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점이 그들이 한 악행에 의문을 갖게 하면서, 결국 사람은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모두 지닌 종임을 시사한다. 


―――――


이러한 인간 본성의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반응적 공격, "주도적 공격", "자기 길들이기"와 같은 용어를 설명한다.


반응적 공격은 어떤 자극이나 위협에 대한 즉각적이면서 감정적인 반응으로, 화를 버럭 낸다든지 몰아세우는 것과 같이 ‘화끈한’ 형태이며, 주도적 공격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 지향적 공격으로, 계획적이고 정교한 ‘냉정한’ 형태다. 인간은 아주 특이하게도 반응적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용을 베풀며, 동시에 주도적 공격성이 높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하고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때로는 더없이 관대하고 때로는 한없이 사악한 것이다.


‘길들이기’는 특정 동물 종에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참을성이 증가하는 과정을 가리키며, ‘자기 길들이기’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야생 동물이 공격성이 줄어드는 등의 ‘행동 변화’와 두개골 크기 감소 등의 ‘신체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또한 이런 자기 길들이기 과정을 거쳤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자기 길들이기를 통해 사회화되었으며, 스스로 덜 공격적인 방향으로 동물적 본성을 억제해 왔다는 것이다.


―――――


책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마지막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이긴 점을 들며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사회의 문제는 줄어들기 보다는 새로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 길들이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것이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책은 우리의 모습을 똑바로 직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숙고해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이 양면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는 있지만 근원에 대한 답을 찾을 없었던 독자들에게 책은 무엇보다 명료하고 합리적으로 역설을 해결해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어떤 미래를 상상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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