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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평점 :
뉴스에 잔혹한 살인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항상 궁금했다. 무엇이 저 사람들을 살인하게끔 만들었을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이 있었던 사람인걸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화가 나는 순간이 있을 텐데, 살인을 저지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히틀러는 채식주의자이자 반려견 블론디를 사랑했고 블론디가 죽었을 때 슬픔에 잠겼던 동물 학대 혐오자였다. 스탈린은 18개월 동안 교도소에 있으면서 항상 놀랍도록 조용했고 절대 소리 지르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범수였고 정치적인 편의를 위해 수백만 명을 학살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우리가 '악하다'고 평한 사람들이지만 옆집 이웃 같은 면모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점이 그들이 한 악행에 의문을 갖게 하면서, 결국 사람은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모두 지닌 종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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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간 본성의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반응적 공격, "주도적 공격", "자기 길들이기"와 같은 용어를 설명한다.
반응적 공격은 어떤 자극이나 위협에 대한 즉각적이면서 감정적인 반응으로, 화를 버럭 낸다든지 몰아세우는 것과 같이 ‘화끈한’ 형태이며, 주도적 공격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 지향적 공격으로, 계획적이고 정교한 ‘냉정한’ 형태다. 인간은 아주 특이하게도 반응적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용을 베풀며, 동시에 주도적 공격성이 높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하고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때로는 더없이 관대하고 때로는 한없이 사악한 것이다.
‘길들이기’는 특정 동물 종에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참을성이 증가하는 과정을 가리키며, ‘자기 길들이기’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야생 동물이 공격성이 줄어드는 등의 ‘행동 변화’와 두개골 크기 감소 등의 ‘신체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또한 이런 자기 길들이기 과정을 거쳤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자기 길들이기를 통해 사회화되었으며, 스스로 덜 공격적인 방향으로 동물적 본성을 억제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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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마지막에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이긴 점을 들며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사회의 문제는 줄어들기 보다는 새로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 길들이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것이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모습을 똑바로 직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숙고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이 양면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는 있지만 그 근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무엇보다 명료하고 합리적으로 그 역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어떤 미래를 상상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