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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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르겠죠. 

자신들이 이 세계에 방출하는 아름다운 에너지를. 

어른들은 그것을 쬐면서 지나간 날을 떠올리며 애틋해지고 

인생이, 자신의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을요. 


 다양한 내용이 담긴 『오늘의 인생 2 : 세계가 아무리 변해도』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자면 바로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다.


 책에는 화자가 아이들을 관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앞머리에 헤어롤을 만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고등학생을 보며 '나는 이제 저런 표정을 지을 일은 없겠지' 하고 쓸쓸해지기도 했다가 곧 '좋은 걸 봤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팔이 아픈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 같은 초등학생 남자애들을 보며 어린 시절 경험했던 수많은 비슷한 사건이 실어 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절함을 느끼고.

남자 중학생과 여자 중학생이 길에 서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동시에 삶의 일회성을 한 번 더 깨닫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나이를 '잘' 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만 집중해 놓친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친구와 그네를 타며 그 당시의 우리에게 중요했을 무언가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던 것, 방과 후에도 불편했던 교복을 갈아입지 않고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러 갔던 것, 과거의 우리에겐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멀었던 홍대에 부모님의 허락을 맡고 다 같이 가장 예쁜 옷을 입고 가서 놀았던 것.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렀나, 뒤를 돌아보면 영원할 줄 알았던 그 시절이 아득하기만 하다. 꼭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선택권조차 없다는 사실에 괜히 아쉬워질 뿐이다. 점점 불어나는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화자의 씁쓸한 얼굴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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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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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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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동경하거나 혐오합니다.

우리가 마약에 가지고 있는 인식은 관념적입니다.

실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죠. 

 

 나는 단순히 마약을 나쁜 것으로 치부해왔고, 마약을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본인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마약을 모른다고.

 

 우선 마약은 과학적 자료에 근거에 분류되는 것이 아닌 법적인 개념이라는 것. 그래서 같은 물질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고,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우리는 일반적으로 뭉뚱그려 '마약'이라 칭하지만, 사실 마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성제, 억제제, 환각제 등 각기 효과가 다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약 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저 '마약을 하는구나'라고 스치듯 지나갔던 과거와는 달리 그것은 무슨 마약이며, 감독은 왜 그 마약을 선택했는지 알고 감상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마약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뿐만 아니라, '마약은 나쁘다'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기인한 마약금지 정책이 어떻게 마약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지 또한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마약이 불법 시장이 된 순간 규제가 사라지고, 자연스레 사람들은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마약이 범죄가 아니었을 땐 그저 눈총을 받고 끝날 사람이었지만, 범죄의 영역에 포함된 후 그는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마약중독자의 삶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마약중독'이어서가 아니라, '마약이 불법'이었기 때문이었다는 문장이 마음 깊은 곳에 꽂혔다.

 

 이 책은 '마약'하면 떠오르는 영화인 <레퀴엠>의 일부 줄거리를 들며 사회 문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사점을 도출한다. 같은 영화를 보고 '마약 하면 안 되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에 그친 내가 부끄러워졌고, 이런 나의 무지가 문제를 악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닐까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상의 내면을 조금만이라도 들여다본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알려준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마약에 대해 유쾌하게, 동시에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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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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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써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어가는 것,

그게 일기다. 

 

저자의 일상에 대한 기록인 만큼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내가 주목한 꼭지는 <일기, 나를 보여주는 거울> 편이다.

대학생 시절만 해도 일기를 거의 매일같이 써서 일 년에 일기장을 두 개를 샀을 정도였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새해에 굳은 다짐과 함께 비싼 다이어리를 샀다가 하루 이틀 적고 금세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마는 사람이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유명 연예인이든 인플루언서든 여기저기서 강조하는 일기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얼마 전 과거에 썼던 일기장을 펼쳐보았는데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잊고 있던 경험이 나를 덮쳐오면서 '현재의 나'를 잘 기록해두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흔히 백세시대라고들 하니, 인생의 끝을 100세라고 한다면 아직 반도 채 살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고 쑥스럽지만 나는 인생이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난 단단한 사람이야'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가도 어느새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내가 누구인지 헷갈렸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나를 알아가기 위해 기록하기로 했다. 이게 다 무슨 쓸모가 있나 의심이 들 땐, 인생 선배이자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이 알려주는 일기 쓰기의 효과를 마음속에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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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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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편의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거리의 오아시스."라고 이야기한다.

항상 그곳에 있어서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변함없이 늘 있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라는 소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여러 종류의 편의점 음식을 소개하는 내용과 편의점에 얽힌 작가님의 경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도 어떤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중국 유학 시절, 집 아래에 위치했던 패밀리마트를 거의 매일같이 이용하곤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편의점 음식은 맛없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또 무언가를 사고 싶다면 자연스럽게 슈퍼를 떠올렸기 때문에 편의점은 아주 가끔 음료수나 컵라면을 먹으러 간 정도였다. 그러다가 중국을 가게 된 나는 서툰 중국어로 인해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마침 집 아래에 위치했던 패밀리마트에, 단순히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골라 계산만 하면 되는 편의점 시스템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나의 중국 편의점 여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밀크티 같은 음료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었고, 점점 편의점에 익숙해지면서 도시락, 샐러드, 찐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섭렵했다. 특히 어떤 도시락은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 내내 먹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패밀리마트는 나에게 카페가 되어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편의점 원두커피는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중국 패밀리마트 원두커피는 카페에서 매번 커피를 사기 부담스러웠던 나에게 충분한 대체재가 되어 주었다. 너무 자주 커피를 사러 가니 어느 날 점원분이 나에게 패밀리마트 회원권을 추천해 주셨고, 그렇게 난 다양한 할인 혜택으로 커피를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 온 지금 난 여전히 중국의 편의점이 그립다. 언어의 장벽에 힘들었을 때, 가족의 품을 벗어나 혼자 살게 되면서 처음 마주한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를 보며 배를 곯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카페 갈 돈은 없었을 때 간 편의점. 그때 그 시절, 편의점은 좀 더 편한 유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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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고흐 - 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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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불행한 자, 경멸당하는 자, 버림받은 자들이다.


내가 그림에 빠지는 순간은 그 작품을 본 순간이 아니라 화가의 인생을 알았을 때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할 때마다 화가는 어떤 마음에서 이 그림을 그렸을지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만약 나도 비슷하게나마 겪어본 적 있는 것이라면 그 화가에 더욱 마음이 갔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고흐를 좋아했다. 고흐의 작품이 왜 유명한지에 대해 기법, 색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순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인생이었고, 그래서 그의 삶 전체를 지배했던 고독과 타인을 연민하는 타고난 성정을 알고 난 뒤 그의 그림이 달리 보였다.


그는 자신의 고통에서 타인의 그것으로 시선을 옮길 줄 알았고, 그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태를 다룬 책을 읽고, 일하느라 바삐 움직였을 그들의 손을 더욱 주의 깊게 그리는 것은 그의 이런 성정을 잘 보여준다.


내가 고흐의 그림으로부터 얻고자 했던 것은 비단 위로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이 내 하루를 지배할 때 그의 그림을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그러한 고독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승화하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타인까지 둘러보며 함께 하는 삶을 가꿔나가는 것. 이렇게 고흐의 그림은 언제나 내게 위로 그 이상의 무언가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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