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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지음,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평점 :
최근에 개정 번역된 소설로 로맹가리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읽게된 이 책은 어느책의 주인공처럼 나를 로맹가리에 푹 빠져 들게 하고 말았다 .
이책을 먼저 읽고 나서 다른 책들을 보게 된다면 그의 작품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것 같다.
나는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자전적 소설은 왠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즐겨 읽는 편이다
18년전에 타계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빅서해변에 누운 44세의 주인공(로맹가리)은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는 어머니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가끔 그의 어머니의 돈키호테적인 용감무쌍한 행위에서 웃음이 나왔지만 그 웃음뒤에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담긴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빅서해안의 물개처럼 엄숙하고도 약간 슬픈 표정으로 한참동안을 그렇게 머물러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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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해 내가 벌이려고 하는 모든 투쟁들을 내가 내 인생의 새벽에 나 자신과 맺은 약속을 생각하였다(13)
사십줄에 들어서야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사랑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우리는 버림받은 개처럼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무덤으로 돌아와 짖어대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이제 다시는....(36,37)- 읽지 않았지만 로맹가리의 「하얀개」의 배경이 아닐까 추측된다.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때마다 내 운명에 대해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46)
“왜 엄마가 내 눈을 바라보면서 울지?”
“네 눈의 빛깔때문이야 네 눈이 엄마를 꿈꾸게 하거든” (67)
오랫동안 걸작들 사이를 방황하고 난 뒤 나이 마흔이 거의 다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씩 진리가 내안에 자리잡기 시작하였고, 마지막 공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슬픈 진실이며 어린아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어서는 안된다(133)
어머니의 용기안에 있는 어떤 것이 내게로 옮겨와 내안에 깃들어 살며, 절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내 인생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283)
어머니의 재능은 어머니가 나를 위해 꿈꾸어 왔던 그토록 열렬히 믿었고, 애써왔던 예술의 걸작, 인생의 걸작을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어하게끔 만들었다(372)
내가 죽은 뒤 하늘을 유심히 보아주길 바란다. 오리온 자리나 플레이 야드, 혹은 큰곰자리 옆에 새로운 별자리가 보일 것이다. 어떤 신의 코를 이빨 전체로 악물고 잇는 인간개의 별자리를
나는 깨끗하게 패배하지 못하였다...나는 희망과 기대에 미소를 짓는다. 나는 나의 끝에서 어떤 교훈도, 어떤 체념도 이끌어 내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만을 포기할 뿐이며, 사실 그렇게 하여도 그다지 큰지장은 없다(410)
대양(大洋)이 내게 하는 말을 알아들을 것만 같아 나는 눈을 감고 미소 지으며 듣는다
“해안이 빌수록 내겐 더욱 가득한 것 같다...나는 살아 냈다(414)- 마지막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