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그러니까 거의 10년만에 제대로 읽는 것이다.

10년전 동료의 책을 보고 잠깐 지나가면서 몇장 훑어 보았을 뿐 잊고 있었다.

그러던 몇달전 우연히 이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 다시 빌려와 읽게 되었다.

책과의 인연이란 사람의 인연과 같이 이렇게도 다시 만날 책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인가 보다 .

책을 다 읽을 때가지 이 저자는 참으로 인간적이며 자연을 이해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대부분의 자연과학 책들이 너무 사실만을 기록하느라 좀 딱딱한 면이 있는데 저자는 식물이야기를 식물의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오히려 나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참나무'란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다. 신갈나무는 참나무류 중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고 나무에게도 치열한 삶이 있기에 '신갈나무 투쟁기'라 이름 붙였다.

 이 책은 철저하게 나무의 관점에서 씌어졌고, 그래서 나무를, 자연을 그저 정신적 위안처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나무의 처절한 삶의 현장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단순히 도피적 위안이 아닌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기를 바라고 있다.

참나무류는 6종으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로 구분된다. 



산에가면 나무 잎을 가지고 구분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나는 아직도 헷갈린다.

신갈나무외에도 여러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비전문가들도 쉽고 재미있게 식물에 대한 흥미를 느낄수 있게 해준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나무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 독특한 향이 바로 플라타너스의 만니톨이라는 당분에서 나오는 것이라 한다.

그밖에 나무 중에서 영하80도에서 견디는 나무는 바로 미루나무라 한다

저자는 요즘 공기정화식물로 유해물질을 흡수하는 식물을 두는데 식물에게도 오염물질은 조직파괴와 생리작용을 방해해서 결국 죽게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똑같은 생명이라는 측면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에서 공짜란 없다. 존재에 대한 마지막 보상이나 되듯 이들 색소들은 잎이 마지막 가는 길에 무대로 올라와 잠시 주연 노릇을 한다.

단풍의 색은 나무가 우리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에게 이유없는 존재란 없다.

사람들은 조연이었던 이들의 마지막 가는길에 큰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여 온갖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가끔 거리의 정처없는 낙엽을 보면 소외되고 변질되어 가는 인간 무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책을 보다보면 식물은 비록 움직이지 않는것 처럼 보이지만 끓임없이 먹고 먹히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식물인간', '식물국회' 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지극히 동물 중심적 발상에서 오는 편견이라 한다. 나 또한 그 말에 식물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달았다.

나무는 위대했다. 인내했던 나무들은 큰 품으로 다시 채워 오른다. 나무는 쓰러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생명활동을 해왔지만, 죽음에 절대 번민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죽음앞에 부산스러움도 없다. 그저 살아가는 활동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신갈나무의 진정한 휴식은 이제부터이다. 나무는 부지런함 그 자체이다. 살고 있는 동안은 부지런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 지켜야 하는 의무였다(24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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