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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해결사 5 - 기쁨 인형의 비밀, 제2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후속작 ㅣ 마시멜로 픽션
강민정 지음, 김래현 그림 / 비룡소 / 2024년 6월
평점 :
『환상 해결사』 다섯 번째 이야기!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걸스 스토리 공모전 No.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환상 해결사 5권 ‘기쁨 인형의 비밀’에서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위험한 소원을 비는 사람들과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새가온’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환상 해결사를 괴롭혀 온 새가온 멤버 현오와 리아의 생활을 가까이서 엿보는 재미와 함께, 악역이었던 그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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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첫 번째 사연만 가지고는 모호했지만, 나중에 온 쪽지들을 보니 아무래도 환상 사건이, 그것도 새가온과 관련 있는 사건이 맞는 것 같았다.
새가온의 목표, 지옥문을 열고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
겨울이는 도저히 이 목표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은 기억을 잃기 전 어째서 이 목표를 따랐을까?
기쁨 인형을 원하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그중 많은 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채워 주거나, 아니면 그들이 기대대로 살기 위해서 기쁨 인형을 원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모르는 거리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러다 겨울이는 어느새 언덕길에 들어섰다. 침울한 기분으로 바닥만 보다 걷던 겨울이는, 그만 에코백에 담겨 있던 기쁨 인형 한 개를 떨었뜨렸다.
“어.... 죄송합니다. 그 인형, 제가 떨어뜨린 거라서요.”
그런데 말을 꺼내는 순간, 겨울이는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목에 건 목걸이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
사라은, 우정은, 누군가를 도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슴에 아프게 와 박히는 말이었다. 순간 새가온과 자신의 관계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겨울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몇 번이고 아빠를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왈칵 눈물 흘리며 그대로 아빠를 끌어 안았다.
유리를 만나길 잘했다. 그날 아이들을 쫓아 산에 올라가길 잘했다. 괴물개 사건을 해결하길 잘했다. 환상 해결사가 되길 잘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우연이 합쳐져, 사라진 아빠의 귀환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 줘. 누군가를 사랑하면 뭐든 지해주고 싶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선 안돼. 단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 줄 줄 알아야만 해. 그게 너를 위해서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야.”
괜찮아.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비록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강대한 적과 마주해야 하더라도, 아직 끝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지는 않아도 대비할 시간이 남아 있었고, 겨울이와 유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이 세상을 지킬 환상 해결사들이 있으니까.
이후 ‘기쁨 인형’ 사건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새가온이 기쁨 인형을 나눠 준 비밀 채팅방과 인터넷 사이트를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신고 내용은 ‘사이트 주인이 경품으로 주는 인형에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 같다’였다. 그도 그럴 게, 인형을 받은 어린이들이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에, 환상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형에 독성 물질이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고 싶고,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싶고, 이 세상 모든 즐거움과 슬픔과 괴로움과 기쁨도 다 알고 싶어. 왜냐면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인생이니까. 엄마, 그러니까 허락해 줘.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후회 없이 새가온에 맞서 싸우게 해 줘.”
겨울이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말없이 고민한 엄마는 결국 겨울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우리 겨울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엄마가 모르는 세상을 만들어 냈구나.”
겨울이는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겨울이는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