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 봐 우리민화 그림책
김인자 지음, 정하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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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자유미가 가득한 민화와 포근한 이야기의 만남

우리 민화 그림책을 만나 보세요!

 

민화는 (백성)(그림)의 합성어입니다. 조선 시대 관료직이나 양반이 아닌, 일반 민중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조선 시대부터 민화는 민중들의 곁에서 작은 즐거움을 주는 그림이었습니다. 우리의 이웃과도 같은 그림이었죠. ‘단비어린이 우리민화 그림책은 조선 시대 민화에 담긴 뜻을 그대로 담아,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민화의 즐거움을 가득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도 그러모았지요.

대한민국 민화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설촌(雪村) 정하정 선생님이 그린 그림은 어른도 아이도 피식 웃음이 나올 만큼 자유롭고 유쾌합니다. 유쾌한 붓놀림과 다정한 이야기가 만나, 밝은 생명력이 가득한 책, ‘우리민화 그림책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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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이름이 정말 많아.”

 

냐옹아!” “냥이야” “집냥아” “길냥아” “묘선생!”

 

나비야!”

그래, 난 나비야.”

 

넌 우아하게 걷는구나?”

넌 우아하게 나는 구나?”

 

우리

 

팔랑팔랑 같이놀자.

갸르릉 갸르릉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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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수사대 넘버스 3 : 절도뤼팽의 함정 - 와이즈만 수학 추리동화 어린이 수사대 넘버스 3
김용세 지음, 허아성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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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해력과 사고력을 높여 주는 와이즈만 수학 추리동화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의 시행에 따라 스토리텔링 수학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 또한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에 맞춰 기초 학문과 응용 학문, 그리고 다양한 분야 간의 융합을 창의적으로 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와이즈만북스는 체계적인 수학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탄한 논리 구조 속에 수학 원리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수학 문해력과 사고력을 높여 주는 수학 추리동화 어린이 수사대 넘버스시리즈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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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업체 수준을 점검하려는 것이니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전 그저 당신이 숨겨 둔 물건 하나만 가져갈 생각이니까요. 그 물건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 겁니다. 적어도 당신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죠. 그러니 딱히 아쉬워 할 필요도 없어요.

절도뤼팽 백

 

형님, 혹시 넘버스인가 뭔가 하는 탐정들 좀 연결할 수 있을까요? 그 왜, 지난번에 절도뤼팽을 거의 잡을 뻔했다던 친구들 말이에요.”

 

첫 번째 예고장보다 이동구 회장네에 다시 날아든 이 예고장이 더 중요한 것 같더구나.”

이동구 회장에게만 이 예고장이 날아왔다면 다른 형제들은 이동구 회장이 숨겨 둔 물건이 있는 줄 모르겠네요.”

그렇지, 비밀을 꼭 지켜 달라고 당부도 했거든.”

 

, 이노옴, 감히 내 금괴를 노려? 내가 순순히 금괴를 빼앗길 이동구가 아니란 걸 보여주마.”

 

왕 비서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은 강 팀장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물었다.

실은 제가....”

왕비서는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금괴에 대한 말은 여전히 아꼈다.

 

정말 암호를 입력한 적이 없다고요?”

, 똑똑히 기억합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첫 번째 문부터 열어 보도록 하죠.”

 

왕비서님, 혹시 그날 들어갈 모두 몇 개의 문을 통과했습니까?”

, 아마 열두 개의 문일 겁니다. 이렇게 문이 닫히지는 않았는데....”

왕비서의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럼 아직 열한 개의 암호를 더 풀어야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겠군요. 나가는 것도 그때....”

 

휴대폰이 터지지 않자 지금까지 방 탈출에 성공하며 만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하게 식었다. 지금까지 여유 있어 보였던 수리조차 긴장한 탓에 이마에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다빈이는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모래시계 안의 모래가 이전 것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진 방들도 모두 긴장감이 넘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넘버스와 강 팀장이 머리를 맞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 주어진 시간 안에 방을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은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확실한 답을 찾니는 못했다. 그러던 중, 다빈이가 막 결론에 다다르려는 순간.

정답을 찾은 것 같아요!”

 

결국 일행은 그날 밤이되어서야 모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투명 문을 연 것도, 열 개가 넘는 문제를 다시 푼 것도 아니었다.

 

삼형제가 서로 퍼뜨린 비밀 잔치 때문에 초록그룹은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지금껏 초록그룹과 거래하던 회사들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 회사가 망찰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세 형제는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었다.

 

한편, 도심 속에 자연 녹지가 잘 조성된 공원이 생기자 시민들은 기뻐했다. 나날이 더 많은 사람이 그 공원에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넘버스도 오늘 그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공원을 기부한 사람이 절도뤼팽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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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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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를 맡으면 꽃사람이 되지작은 희망을 노래하는 이해인 수녀

수녀원 입회 60주년 기념 단상집

 

우리 시대의 시인 이해인 수녀가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2024년에 이르기까지 60년간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책

어머니의 편지부터 사형수의 엽서까지, 첫 서원 일기부터 친구 수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까지, 수녀원의 고즈넉한 정원부터 동그란 마음이 되도록 두 손을 모았던 성당까지, 열정 품은 동백꽃에서 늘 푸른 소나무까지 그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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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

글방 곳곳에는 환대와 관련된 격언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나는 그 격언을 보며 손님들을 차별하거나 무례하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환대의 미덕을 가꾸는데는 조금의 용기와 너그러움, 지혜로 충분하다.

 

꽃들을 버리기 아까워 자주자주 말린다. 마른 꽃으로 카드를 만든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장미나 안개 꽃, 모란 꽃잎으로 디자인한 편지지에 편지 쓰는 일이 즐겁다.

스티커나 조그만 조가비를 이용해 카드를 만들때는 디자이너의 재능이 부럽다.

편지지, 메모지, 포장지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꾼 시절도 있었지.

수녀원 둘레에 떨어진 태산목의 마른 열매를 줍는다. 태산목은 잎이 크고 꽃도 하얀 목련을 닮아 우아하다. 화려한 흰 꽃을 떨군 태산목의 열매를 보니 소명을 다한 뒤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꽃이 피고 진 자리엔 열매가 달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 다시 싹이 트고 꽃이 핀다.

나무의 일생을 돌아보며 인생을 묵상한다.

 

꽃들은 곱게 피어나는데 새들도 봄이 왔다고 지저귀는 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쟁과 분열이 끊이질 않으니 슬프다.

우크라이나에서 무참히 죽어간 희생자들, 가족과 헤어지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괴롭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깊숙이 박혀 아직도 종종 칙칙한 방공호 안에 있는 어두운 꿈을 꾸는 나는 더욱!

 

예비 수녀 시절, 자주 걸었던 복도. 수녀원 복도는 내가 가끔 울기도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어쩌다 만난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 수녀님에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고, 복도를 걷다가 멈추고 창밖의 장미를 보다가 혼나기도 했다.

침묵과 정적이 흐르는 수녀원 복도를 거닐고, 층계를 오를 때면 삶의 모습도 새롭게 움직인다.

 

평생 종소리 따라 규칙적으로 살았다.

종을 보면 그냥 좋다.

 

어떤 일로 마음이 무겁고 힘들거나 삶이 평화가 깨져 괴로울 때, 나는 수녀원 도서실을 찾아가 우두커니 서서 한참 동안 책 향기를 맡는다.

그러면 이내 마음이 차분해져 책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나온다. 얼마나 많은 위인과 성인이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대목에서 감동과 자극을 받아 이전과 다른 회심의 삶을 살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

 

우리는 기대어 산다. 다투지 않고 기대어 살려면 하루 한 번 삶의 끝을 상상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간절히 좋아해야 한다. 푸념하는 대신 미소 짓고, 불평하는 대신 감사 인사를 나눠야 한다.

젊은 날부터 끊임없이 사색하고 책을 읽고 이기심에 얽매이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좋은 말을 키우고

좋은 말은 나를 키운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안아만 주기에도 인생이 모자란다.

 

꽃 골무를 볼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꽃으로 피어난다. 내게 꽃 골무는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을 생각하며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꽃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기도자, 수도자가 되고 싶다.

 

지금은 무덤 속에 계신 김계옥 베네딕다 수녀님이 1978523일 내 서원 10주년에 멋진 글귀를 써주었다,

 

생활의 흐름을 끊을 때에는

직각으로 명확하게 끊어지는

대나무 마디와 같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도의 원리이리.

 

노을 진 들녘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가많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80대에 가까운 노수녀가, 이제는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것 같다. 누가 무어라 하든 스스로 선택한 수도 여정이 행복해 보인다.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수행하듯 꾸준히 시를 쓰다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될 작은 수녀! 그 수녀가 바로 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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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해결사 5 - 기쁨 인형의 비밀, 제2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후속작 마시멜로 픽션
강민정 지음, 김래현 그림 / 비룡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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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해결사다섯 번째 이야기!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걸스 스토리 공모전 No.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환상 해결사 5기쁨 인형의 비밀에서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위험한 소원을 비는 사람들과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새가온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환상 해결사를 괴롭혀 온 새가온 멤버 현오와 리아의 생활을 가까이서 엿보는 재미와 함께, 악역이었던 그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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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첫 번째 사연만 가지고는 모호했지만, 나중에 온 쪽지들을 보니 아무래도 환상 사건이, 그것도 새가온과 관련 있는 사건이 맞는 것 같았다.

 

새가온의 목표, 지옥문을 열고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

겨울이는 도저히 이 목표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은 기억을 잃기 전 어째서 이 목표를 따랐을까?

 

기쁨 인형을 원하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그중 많은 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채워 주거나, 아니면 그들이 기대대로 살기 위해서 기쁨 인형을 원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모르는 거리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러다 겨울이는 어느새 언덕길에 들어섰다. 침울한 기분으로 바닥만 보다 걷던 겨울이는, 그만 에코백에 담겨 있던 기쁨 인형 한 개를 떨었뜨렸다.

 

.... 죄송합니다. 그 인형, 제가 떨어뜨린 거라서요.”

그런데 말을 꺼내는 순간, 겨울이는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목에 건 목걸이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

 

사라은, 우정은, 누군가를 도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슴에 아프게 와 박히는 말이었다. 순간 새가온과 자신의 관계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겨울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몇 번이고 아빠를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왈칵 눈물 흘리며 그대로 아빠를 끌어 안았다.

 

유리를 만나길 잘했다. 그날 아이들을 쫓아 산에 올라가길 잘했다. 괴물개 사건을 해결하길 잘했다. 환상 해결사가 되길 잘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우연이 합쳐져, 사라진 아빠의 귀환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 줘. 누군가를 사랑하면 뭐든 지해주고 싶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선 안돼. 단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 줄 줄 알아야만 해. 그게 너를 위해서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야.”

 

괜찮아.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비록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강대한 적과 마주해야 하더라도, 아직 끝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지는 않아도 대비할 시간이 남아 있었고, 겨울이와 유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이 세상을 지킬 환상 해결사들이 있으니까.

 

이후 기쁨 인형사건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새가온이 기쁨 인형을 나눠 준 비밀 채팅방과 인터넷 사이트를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신고 내용은 사이트 주인이 경품으로 주는 인형에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 같다였다. 그도 그럴 게, 인형을 받은 어린이들이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에, 환상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형에 독성 물질이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고 싶고,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싶고, 이 세상 모든 즐거움과 슬픔과 괴로움과 기쁨도 다 알고 싶어. 왜냐면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인생이니까. 엄마, 그러니까 허락해 줘.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후회 없이 새가온에 맞서 싸우게 해 줘.”

 

겨울이의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말없이 고민한 엄마는 결국 겨울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우리 겨울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엄마가 모르는 세상을 만들어 냈구나.”

 

겨울이는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겨울이는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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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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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딘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겁니다”(대니얼 래드클리프)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상상의 산물우리 옆에 반드시 있을 누군가의 실패와 희망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상상의 산물. 우리 옆에 반드시 있을 누군가의 실패와 희망

전 세계를 휩쓴 영화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와 해리 포터역의 후보로 함께 올랐던

선택받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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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이었다. 마틴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영국 소년이었다.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아스널 팬인 마틴은 응원하는 팀에 니콜라 아넬카가 들어오자 기뻐 날 뛰고 있었다. 그가 골을 넣으면 어머니가 프랑스인인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세션이 끝날 무렵, 마틴은 환상이 세계에서 활기를 주입받은 듯 완벽한 컨디션이었다. 계속해서 연기하고만 싶었다. 다른 장면들도, 모험과 돌발 사건이 가득한 장면을 꿈꿨다. 어쨌든 그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저울은 대니얼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제작사 측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으며,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운명 전체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틴에겐 제작자의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머리가 뜨겁고 멍멍해졌다. 앉아있는데도 쓰러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떨어질 가능성도 각오했지만, 현실의 충격은 너무나 거셌다. 이런 충격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왜 괴로워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너도 그 괴로움이 네가 이룩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성공시키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거야.”

 

마틴은 어리석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었던 수모가 어떻게, 무슨 힘으로든 변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만 좀 해라... 기껏해야 책 한권 갖고! 그런 일로 크리스마스를 망치다니, 쟤 진짜 짜증나!”

그 말이야말로 마틴을 가장 아프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의 괴로움을 변덕으로 치부하는 것. 그는 개인적인 비극으로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거의 항상, 혼자 고통스러워 하는데 말이다. 상한 감정은 잠시 시간이 지나자 가라앉았다. 실수란 언젠가는 저질러지는 법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마틴은 자기를 괴롭히던 이를 공격했지만, 진 것은 그였다. 이제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된 채 혼자 병실에 있었다. 악의 세력은 계속해서 그의 인생을 파괴했다. 여기서 보낸 첫날 밤, 머릿속에선 오랫동안 현실과 허구가 계속해서 뒤섞였다. 약물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정신적 열기의 미궁에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부터 생각을 가다듬을 만한 상태가 됐다. 후회는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밀려든 건 해방감이었다.

 

평온해지는 길이 아직 멀어 보였다. 그래도 마틴은 거의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한 달 뒤처져 학년을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자기를 보호라려는 바람을 굳게 지키느라, 그는 여전히 친구를 사귀는 걸 피했다.

 

마틴은 남들이 지닌 행복의 독재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괜찮은 제목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심은 변치 않았고, 그는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그는 말을 통해 마음 깊이 묻어둔 감정을 해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감정을 다시 느끼기까지 했다. 일종의 쉼표에 의한 요법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에겐 맞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고통의 유적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 고통이 새롭게 생생히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마틴은 완전한 불확실 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마틴은 멍하니 있었다. 특별한 생에서 비껴갔다는 생각에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던 그가, 지금 대니얼 래드크리프가 같은 종류의 아쉬움을 표하는 걸 듣고 있었다. 아직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는 생각만으로도 운명의 균형을 조금 바로잡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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