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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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딘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겁니다”(대니얼 래드클리프)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상상의 산물우리 옆에 반드시 있을 누군가의 실패와 희망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상상의 산물. 우리 옆에 반드시 있을 누군가의 실패와 희망

전 세계를 휩쓴 영화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와 해리 포터역의 후보로 함께 올랐던

선택받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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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이었다. 마틴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영국 소년이었다.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아스널 팬인 마틴은 응원하는 팀에 니콜라 아넬카가 들어오자 기뻐 날 뛰고 있었다. 그가 골을 넣으면 어머니가 프랑스인인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세션이 끝날 무렵, 마틴은 환상이 세계에서 활기를 주입받은 듯 완벽한 컨디션이었다. 계속해서 연기하고만 싶었다. 다른 장면들도, 모험과 돌발 사건이 가득한 장면을 꿈꿨다. 어쨌든 그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저울은 대니얼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제작사 측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으며,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운명 전체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틴에겐 제작자의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머리가 뜨겁고 멍멍해졌다. 앉아있는데도 쓰러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떨어질 가능성도 각오했지만, 현실의 충격은 너무나 거셌다. 이런 충격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왜 괴로워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너도 그 괴로움이 네가 이룩하고자 마음먹은 일을 성공시키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거야.”

 

마틴은 어리석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었던 수모가 어떻게, 무슨 힘으로든 변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만 좀 해라... 기껏해야 책 한권 갖고! 그런 일로 크리스마스를 망치다니, 쟤 진짜 짜증나!”

그 말이야말로 마틴을 가장 아프게 했다.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의 괴로움을 변덕으로 치부하는 것. 그는 개인적인 비극으로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며 거의 항상, 혼자 고통스러워 하는데 말이다. 상한 감정은 잠시 시간이 지나자 가라앉았다. 실수란 언젠가는 저질러지는 법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마틴은 자기를 괴롭히던 이를 공격했지만, 진 것은 그였다. 이제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된 채 혼자 병실에 있었다. 악의 세력은 계속해서 그의 인생을 파괴했다. 여기서 보낸 첫날 밤, 머릿속에선 오랫동안 현실과 허구가 계속해서 뒤섞였다. 약물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정신적 열기의 미궁에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부터 생각을 가다듬을 만한 상태가 됐다. 후회는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밀려든 건 해방감이었다.

 

평온해지는 길이 아직 멀어 보였다. 그래도 마틴은 거의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한 달 뒤처져 학년을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자기를 보호라려는 바람을 굳게 지키느라, 그는 여전히 친구를 사귀는 걸 피했다.

 

마틴은 남들이 지닌 행복의 독재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괜찮은 제목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심은 변치 않았고, 그는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그는 말을 통해 마음 깊이 묻어둔 감정을 해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감정을 다시 느끼기까지 했다. 일종의 쉼표에 의한 요법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에겐 맞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고통의 유적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 고통이 새롭게 생생히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마틴은 완전한 불확실 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마틴은 멍하니 있었다. 특별한 생에서 비껴갔다는 생각에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던 그가, 지금 대니얼 래드크리프가 같은 종류의 아쉬움을 표하는 걸 듣고 있었다. 아직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는 생각만으로도 운명의 균형을 조금 바로잡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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