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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MBC 뉴스데스크, EBS 다큐 프라임이 주목한 아빠들
아이의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아빠로서 가까이 지내며 시간을 함께 쓰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야기 한다. 어쩌면 아빠들을 성장 시키는 건 육아일기가 아닌, 매일이 다르게 새로운 사이들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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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이를 갖겠다고 결심하는 것’부터 난도가 높았다. ‘왜 아이를 가져야 하지?’라는 의문부터 해결해야 했다. 정작 나는 ‘과연 한 생명을 내 마음대로 시작해도 될까? 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내 한 몸,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군가를 낳아 잘 키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빠, 부자가 뭔 줄 알아.” “응?”(설마 얘가 벌써 돈 맛을?) “에이, 그것도 몰라? 아빠랑 나잖아!” 장난스럽게 툭 던진 그 말에 마음이 덜컹하고 녹아내렸다. 그래... 그러네 돈 많은 부자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없어도 이미 부자인 걸 깜박하고 있었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친구 관계에서든 부모인 우리 부부와의 관계에서든, 또는 태어난 이유를 찾고, 고민하며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힘듦보다는 그 뒤에 찾아올 기쁨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아가 태어나서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미용실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감정이 풀리니 입맛도 돌아왔는지 돌멩이처럼 바라보던 사탕을 입어 넣고 자유롭게 거리를 뛰어다녔다. 사탕을 그렇게 먹으면 치과에 남들보다 빨리 가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입안 사탕에도 끝이 있으니까. 그리고 운 게 잘못은 아니니까.
다행이도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절차는 사실 라면 끓이는 방법에서 대부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빠로서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라면 끓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 정도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나마 아이가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취하는 태도가 자연히 몸에 밸 수 있기를 바란다.
난 진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 걸까? 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이런 고민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손에 닿는 일을 이어갔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조금 달라졌다. 이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매일 부대끼느라 잘 몰랐지만, 이 녀석들, 어느새 한 뼘 자랐다. 예전에는 죽고 못 살던 장난감 친구들과 이제는 제법 쿨하게 이별 인사를 나눠도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다음 단계를 향해 조금 씩,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었다.
두 분에게 은혜를 갚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아이를 제대로 키워 내는 것이 아닐까. 내가 받은 희생과 배려를 이서에게도 온전히 돌려주고 싶다. 서툴겠지만 천천히, 두 분에게 받은 사랑에 다시 우리 부부의 사랑을 얹어 아이에게 돌려 줄 것이다. 아이가 더 크면 그 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잘 말해주겠다.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아기 때문에 잠을 설치고, 분유타기, 기저귀 갈기, 유아식 만들기로 끝없이 이어지는 육아노동의 굴레가 역시 듣던 것처럼 결코 쉽지 않음을 토로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토로는 우리 아이가 얼마나 방긋방긋 잘 웃는지,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는 가슴 뿌듯한 자랑으로 이어진다. 말하는 이의 얼굴은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다.
부모 취향에 맞춰 아이가 자라기도 하지만, 아이 성향에 의해 부모가 바뀌기도 한다. 이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아이 덕분에 주말이면 가끔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기상한다.
아이의 걸음 하나마다 흐뭇한 상상 하나가 더해진다. 아이의 작은 걸음이 다 큰 어른을 꿈꾸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취학통지서를 손에 쥔 날을 아직 기억한다. 그날 아내와 나는 비록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잘 가르쳐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양육자가 매한가지다.
가족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이라는 글자가 둥글어지면 사랑’이야 라는 말을 떠올린다. 네모의 뾰족한 모서리가 동그랗게 마모되기까지 싸우고 화내고 울고 체념하는 고단한 마음을 상상한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울퉁불퉁 못생긴 사랑의 동그라미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거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 보니 남편이 텔레비전에 핸드폰으로 연결해서 저장된 여행 사진과 동영상들을 함께 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의 더 앳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도 나고 이런저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