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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벌 알파 ㅣ 사과밭 문학 톡 2
이귤희 지음, 최정인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4월
평점 :
기후 변화로 병들어가는 지구, 꿀벌을 지키기 위한 로봇 벌 알파의 모험!
환경오염이 심각한 근 미래에 사라져가는 꿀벌을 지키기 위한 로봇 벌 알파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다. 주인공 알파가 전하는 우정과 연대의 메시지는 모든 생명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자연 섭리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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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충전 중. 배터리 충전 중.
절전 모두가 자동으로 해제되며 눈앞이 밝아졌다. 햇빛이 자동차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알파는 해를 향해 배터리가 있는 꼬리 침을 세웠다. 충전이 빠르게 되면서 온몸 구석구석 힘이 들어갔다. 알파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탁 트인 벌판이었다. 도시를 벗어난 것 같았다.
“네가 진짜 꿀벌이라고?” 알파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물었다. “그렇다니까! 난 꿀벌 맞아. 근데 너는 뭐야?” “나? 새로운 꿀벌이지.” 알파가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너도 꿀벌이라고? 하지만 넌..... 너무 매끄럽고 차가워. 너랑 난 비슷하면서도 엄청 다른 것 같아.”
스크린은 언제나 글로비를 강하고 영원한 존재라고 말했다. 알파는 그 말이 자랑스러웠는데 그게 좋지 안다니, 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세상 모든 건 서로에게 영향을 주니까. 우선 나는 꽃가루를` 옮겨서 꽃과 나무가 열매 맺게 도와주지. 그렇게 열린 열매는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내가 옮긴 꽃가루 덕에 생긴 열매 중에 빨간 딸기도 있는데, 딸기는 덩치 큰 곰도 좋아하고 작은 다람쥐도 좋아해, 음.... 탐스러운 딸기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
어느새 괴물이 둘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괴물의 몸통에서 막대기가 튀어나왔다. ‘괴물이 내뿜는 물을 맞으면 죽는다.’ 썬이 한 말이 생각난 알파는 썬을 꽉 잡았다.
“네가 꿀벌이라고?” 데이지가 알파를 매서운 눈으로 훑었다. “넌 우리랑 달라, 생긴건 비슷하지만 너한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느낌이 안 좋아. 넌 인간들이 마구버린 쓰레기처럼 우리를 병들게 할 것 같아.”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데이지의 말은 알파가 지금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모욕적이었다.
멀리 연구소가 보였다. 연구소 주차장이 세워진 차 위에도 네모 안에 지구, 지구 안에 나무 로고가 있었다. 알파는 자꾸 눈에 들어오는 그 로고가 불길했다. 지구를 살린다는 기업의 로고가 왜 꿀벌을 죽이는 괴물 몸에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렇죠, 어느 곳에서든 꿀벌이 글로비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되죠.” “좋아, 뭐든 해 봐. 글로비 프로젝트 덕분에 회사 이미지가 좋아졌어. 환경 파괴 기업에서 환경 재생 기업을 바뀌었다고. 그 이미지로 번 돈이 얼만 줄이나 알아? 뭘 하든 조용히, 신속하게 해결해.”
“난 꿀벌과 글로비, 둘 다 사는 길을 찾을 거야.” 알파는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넌 꿀벌을 살릴 수 없어,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베타도 지지 않았다. 둘은 팽팽하게 맞섰다.
“꿀벌은 죽으면 끝이야. 영원히 사라진다고, 우리처럼 필요하면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아니야. 그걸 알면서 모른 척하란 말이야? 넌 우리가 글로비와 다른 게 싫다고 했지만 난 내가 그들과 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선택할 수 있으니까!”
“선택한 대로 살 수 있는 건 행복한 거야. 넌 늘 결정지어진 삶에 불만을 가졌고, 항상 다른 길을 선택했지. 그런 네가 부러워, 하지만 데이지, 정해진 운명에 순종하며 사는 삶을 무시하지 말아 주렴. 그렇게 사는 꿀벌이 있어야 우린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단다.” 데이지를 바라보는 여왕의 눈이 촉촉해졌다. “서두르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이사할 수 있어, 모두 들어라! 이사를 준비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들을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그럼 계속 함께 살 수 있을 거야.’
갈 곳이 연구소뿐이라 막막했던 알파는 기운을 차렸다. 며칠 뒤. 베터리를 충전하고 온 알파에게 데이지가 외쳤다. “새 여왕벌이 다 자랐어. 이제 떠나야 할 때야.” 알파는 새로운 희망에 마음이 들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내가 선택한 거야. 꿀벌을 지키고 싶어 하는 너를 돕고 싶어. 어서 발리 그들에게 가!” 베타는 알파를 힘껏 밀었다.
“난 꿀벌을 죽이지 않으면 연구소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알파, 빨리 꿀벌들을 멀리 보내서 우리가 찾지 못하게 해. 그리고 그들과 헤어져, 그래야 꿀벌들이 살아. 알았지? 말벌이 된 베타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위로 날아갔다.
“데이지, 약속해. 너희들은 계속 살아남을 거라고.” “당연하지. 우린 강하고 끈질겨, 절대 사라지지 않아.” 데이지의 말에 알파는 안심했다.
“알파........ 안녕.” 데이지는 눈물을 흘리며 알파를 땅에 묻었다. ‘이곳에 진자 꿀벌이 잠들었다.’ 데이지는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계속 되뇌었다. 노을이 알파가 묻힌 땅을 붉게 물들었다. 데이지는 노을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