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의 여정 - 먼 길 떠난 엄마를 위한 조홍시가
최우미 지음 / 림앤림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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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말... 엄마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엄마와의 이별을 마주하며 죽음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마주하게 된다. 남겨진 가족들이 화합해 가는 과정 속에서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딸의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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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리, 우선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다급함, 얼마나 그 상태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구조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급실로 갈 거라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우선이가 구급차에 타고 가고 나와 남편은 따라가기로 했다.

 

작은 공간이었다. 사방에 사물함 같은 장들이 들어차 있었고 비어 있는 가운데 공간의 한쪽 켠에 아까 따라왔던 이동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엄마가 누워있었다. 먼저 들어온 우선이는 엄마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사진 속의 엄마를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엄마가 여기 없다니, 저렇게 오래된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니, 내 감정을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빈소는 다시 고요해 졌다. 나는 빈소 앞 영정사진 앞에서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남편이 다가왔다. 내 앞으로 핸드폰을 내민다.

이거 한 번 볼래?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언제 이런 걸 찍었더라구.” , 엄마다. 동영상 속 엄마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툰 손놀림이지만 망설임이 없다.

 

언제부터 어떻게 울고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사람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가며 하염없이 소리 내어 울었던 것 같다.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유골의 따뜻함이 더욱 나를 서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 삼일장 동안 제대로 못 잔 탓이리라. 아이들은 학교에 갔고 나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나는 엄마와의 채팅방을 열어 보았다. 죽 훑어 보다가 사진 두장을 발견했다. 이런 사진이 있었던가? 사진 전송을 어려워했던 엄마 대신 우선이가 보낸 사진이었다. 흰색, 빨간색, 주주황색, 다양한 색의 꽃들이 화단에 잘 꾸며져 있다.

 

엄마가 벤치에 앉아 등을 구부리고 숙여서 눌러 쓴 문구를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울컥했다.

 

사망신고 하는 것을 조금 망설였다. 이렇게 엄마를 지워버리는 게 싫었다. 하지만 기한이 있기 때문에 마냥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마치 좀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빛났지만 필라멘트가 끊어져 더 이상 켜지지 않는 전구처럼 말이다. 엄마의 죽음은 내게 그렇게 인식되었다. 항상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 옆에 없다. 실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없는데도 시간은 잘 흐른다. 나는 회사에 출근하고 우선이도 일을 한다. 서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매일 카톡은 잊지 않고 주고받는다. 특별하게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한 안부인사다. 일은 갔는지 밥은 먹었는지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하는지 등등을 묻는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엄마가 여기에 묻혀 있다. 엄마가 혼자 있으려니 외롭지 않을까. 앞으로 추어지면 엄마 마음이 더 쓸쓸하지 않을까.

 

책상 앞에 앉아 출간을 앞둔 책의 초고를 작성하던 나는 카톡 소리에 놀라 시계를 보았다.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나는 서둘러 노트북을 닫았다. 노트북이 닫히자 뒤에 숨어 있던 액자가 보인다. 며칠 전부터 정 중앙에 새로 진열된 것으로 사진 2장이 마주보는 형태로 들어가는 액자다. 거기에는 엄마와 우선이와 함께 처음으로 갔던 일본 여행 때 찍은 사진이 끼워져 있다. 온천에서 식사할 때 기모노를 입은 할머니가 찍어 준 사진으로 셋이서 직은 사진은 이게 유일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식사하면서 너무도 즐거워하며 크게 웃고 있는 엄마의 사진이 있다.

 

먼저 출판사를 만들려고 해, 이름은 벌써 지어 두었어. 엄마 이름과 내 이름을 땄어. 그 출판사에서 내는 첫 번째 책은 엄마이 이야기로 할 거야. 세상에 엄마의 흔적을 남겨 놓고 싶었거든.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연주하던 우쿨렐레를 좀 빌릴까 해. 내가 잘 배워서 엄마한테 우쿨렐레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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