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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걱정 ㅣ 우주나무 그림책 5
안단테 지음, 소복이 그림 / 우주나무 / 2018년 9월
평점 :
걱정을 맞이하고 보내는 슬기로운 방법
내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 그 녀석! 바로 걱정이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크고 작은 걱정들, 금방 풀리는 걱정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걱정도 있지요.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녀석 걱정이 찾아오면서 떼어내고 쫓아버리려 애를 쓰지만 그 녀석은 더욱 끈덕지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요. 그 녀석 걱정을 대처하며 마음이 단단해지고 건강해지는 진정한 성장을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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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날, 그 녀석이 나에게 찾아왔다. 처음엔 좁쌀만 했다. 툭 떨어 버리려고 했는데, 안 떨어졌다.
나는 관심 없는 척 하다가 그 녀석이 가슴에 왔을 때 잽싸게 잡았다. “꺼져버려!” 나는 그 녀석을 창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런데 다음 순가, 그 녀석이 내 뺨에 찰싹 달라붙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 녀석이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친구와 싸웠다. 별 것 아닌데 괜히 짜증이 나서 까칠하게 굴었다. 선생님께 혼나니까 기분이 더 나빠졌다.
문득, 전학생이 물었다. “너 무슨 걱정 있니?” 나는 흠칫 놀라 도리질을 했다. 마치 비밀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저녁엔 머리가 지끈거렸다. 엄마가 체온을 재 보더니, 열이 난다고 했다. “우리 딸, 많이 힘들구나? 해열제 먹고 푹 자면 괜찮을 거야.” 정말 그렇게 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랐다.
꿈을 꾸었다.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 욕하고 따돌렸다. 모두들 나를 싫어 했다. 나는 너무 슬퍼서 그만 울고 말았다. 이게 다 그녀석 때문이다.
아침이 되자, 그 녀석은 거인처럼 변해 있었다.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넌 누구야? 너 뭐야! 왜 날 괴롭히는 거야?” 내가 소리치자, 그 녀석이 퉁명스러벡 대꾸했다. “나 몰라? 나는 네 걱정이잖아. 네가날 불렀으면서...”
“뭐라고? 내가 왜 널 불러? 난 네가 싫어, 얼마나 끔찍한데!”
나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그 녀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 녀석의 얼굴에 전학생의 얼굴이 겹쳐졌다.
나는 전학생이 마음에 들었다.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마음이 이상해지고 걱정이 생겼다.
“그래 난 그 애가 날 싫어할까, 그게 걱정이었어.”
그 녀석 걱정이 부드럽게 물었다.
“넌 어떤 친구가 좋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나한테 친절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그 녀석, 걱정이 빙긋 웃었다.
“바로 그거야. 네가 먼저 그 애한테 친절하게 해 봐. 그럼 그 애도 널 좋아할걸?
꽉 막힌 감옥 같은 방에 문이 스르르 열리는 기분이었다,
그 녀석, 걱정은 한 손에 잡힐 만큼 작아지고 순해졌다.
하지만 이제 해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걱정아, 잘 가. 너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