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아들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 하며 가족과 삶에 대해서 생각한 내용을 담은 성장일기이다. 처음에는 절망에 빠졌던 작가는, 때로는 일상 속의 요리와 가끔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통해 조금씩 아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간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가족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친구란 참 좋은 거야, 가장 큰 재산이니까 소중히 해.”라고 만했다.

신기하게도 평소 반항기 있던 아들이 하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스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리스본의 알토 자구라서 들을 수 있었던 아들의 친구들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 순간 앞으로도 몇 년이나 이 애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자기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아들이 50미터쯤 앞의 큰 길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고 있었다.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남겨 뒤기 위해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아들의 뒷모습을 찍었다.

 

나는 주방에서 거품기와 그릇에 담은 생크림을 가져와 니콜라 앞에서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기심 많은 니콜라가 눈을 반짝이며 해보고 싶다고 해 둘이서 휘휘 저어서 휘핑크림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아들도 해줬는데 이제는 안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2019년 연말 아들은 마침내 에펠탑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곳에 오르기까지 아들은 1511개월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주일 후면 아들은 열여섯 살이 된다. 많이 컸다. 친척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라는 뜻에서 사랑하는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켜라.”라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당분간 어디로도 영행을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디서든 얼마든지 인생을 즐겁게 살 수가 있다.

 

사람의 인생이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인생을 잘 설계하거나 계획을 세워도 그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예정대로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제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한다 해도 결국은 닥치는 대로 살기 마련이다.

 

나는 가족이란 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거 아닐까?”

맞아 고향 같은 거지.”

나는 일본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났어. 그런데도 일본의 역사나 문화와 연결되어 있잖아. 고향이란, 한 예로 내가 달걀말이나 된장국을 좋아한다는 말인가?”

맞아, 아빠가 하는 요리가 너의 고향 아닐까?”

 

프랑스에서도 많은 애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고, 이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 자살도 늘고 있다. 다 코로나 탓인 건 아니지만 코로나가 방아쇠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느닷없이 세상이 확 바뀐 이 상황에 비관적인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건 어느 날, 아빠가 나에게 가르쳐 준 건데... “너한테는 친구가 재산이다. 일본인인데,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니까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데는 친구가 가장 큰 재산이 될 거야.”라고 말해줬거든. 기억나?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말해 줬잖아.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어. 그리고 지금 난 수 없이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고통과 슬픔과 고민에서 멀어질 수 있는 거지. 아빠 덕분이야.

 

스스로 헤쳐나가는 과정일 터이므로 내 의견을 더 이상 개입시켜서는 안 되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래도 아들 나름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로든 좋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뿐이다.

 

나는 갈매기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중 한 마리가 틀림없이 아들이다. 날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지는 갈매기도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다. 어느 정도 강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계속 아들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2주 후에 아들은 높고 넓은 하늘로, 절반쯤은 자기 힘으로 날아야 한다. 그래, 그렇게 시킬 생각이다....

그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