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가까이에 있거나 자신보다 작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뻗어 붙잡는 사람은 없다. 그게 애완동물과 친구의 중요한 차이다. - P295
나는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내 몫으로 설계한 거푸집에 들어갔다. - P297
그게 내가 여우에 대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였다. 함께 있으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 - P310
인류의 직업과 생활양식은 사람 수만큼 많아 보이지만 여우는 모두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1000세대를 거치도록 식단을 바꾸지 않았다. 그가 차분하고 작은 짐승이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 P317
마치 한쪽에 인간이 있고 반대쪽에 야생동물이 있는 시소를 탄 것처럼 우리는 자연적 삶에서 멀어질수록 야생동물을 자연적 삶 쪽으로 억지로 몰아붙인다. 동물에게 자연적 삶을 강요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 P319
애석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이 습득한 모든 기술 중에서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니까. - P325
생텍스와 동료 조종사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고 인구가 많은 거주지들을 둘러보았으나 가장 혹독한 지역에서 "어디서도 알 수 없었을 기쁨"을 발견했다. 기쁨은 아드레날린에 의해 촉발되는 감정이 틀림없다. - P327
나는 식량과 주거를 위해 일하고 식량과 주거에 대해 걱정하는 데 그보다 많은 시간을 썼다. 나의 자유 시간은 취미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고 싶지 않은, 또한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장소에 있는 ‘진짜 일자리‘를 위한 미완의 구직 신청서를 쓰는 일에 허비되었다. 나의 취미는 걱정하기였다. - P333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명사로 정의하려 했다. 동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직업과 동일시되는 직함으로 나를 나타냈다. 직함을 나타내는 명사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어쩌면 고의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누군가 내게 그는 가수다가 아니라 그는 노래한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 P336
이슈메일과 생텍스는 터전을 먼저 선택했다. 그런 다음 그 터전에 맞는 일자리를 찾았다. - P338
모든 짐승에게 공간과 고독과 야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짐승은 최적의 서식처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 P339
그때 나는 자연에서 가장 경이로운 선물들이 곧잘 단명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344
여우를 연구 주제로서 객관화하려는 나의 시도는 실패했다. 그를 총칭적이고 비인격적인 동물로 외삽하려는 나의 시도는 역풍을 불렀다. 그를 관찰할수록 그를 더더욱 이해하고 그의 수월한 삶에 경탄했다. 통찰은 공감이 되었다. 공감이야말로 확신하건대 우정의 관문이다. - P347
숲과 마찬가지로 내 삶도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여 절정 단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나는 여우와의 관계가 내 삶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내 삶의 목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목적이 직업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356
나와 마찬가지로 이슈메일은 세상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바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계 구성원이 야생동물과 가축의 두 범주 중 하나에 속하며 어떤 인간은 야생동물에, 어떤 인간은 가축에 속한다고 믿는다. - P357
에메랄드를 가진 사람이 부자인 것은 에메랄드의 내재적 가치 때문이 아니다. 그가 부자인 것은 그의 에메랄드를 탐하는 당신의 욕망 때문이다. - P386
사람들은 말을 이용하여 소통하는데, 그 말들이 (알게든 모르게든) 거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여 그들의 말을 해석한다. 그러지 않고 사람들의 말을 덜컥 믿으면 언제나 낭패를 보게 된다. 여우가 사람들보다 이해하기 쉬웠던 것은 말을 이용하여 나를 속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397
최고의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는 존재다. - P398
나도 그가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의 바람이 그의 바람보다 더 간절한 척하며 생색을 내고 싶지는 않다.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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