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 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 P36
안드로메다가 완전히 이상하고 정반대라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하니까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형제와 같은 존재다. 게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가까워지는 중이다. - P42
내가 들었던 ‘기본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시간에 무관한 기본 지식"이라는 멋진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걸 포스트잇에 적어 공책 맨 앞에 붙여두었다. 지당한 말씀이다. 천문학은 그렇다. 동시에, 천문학은 그렇지 않다. - P45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한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사람이 수 세기에 걸쳐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더하는 것, 나의 생각을 제삼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 P58
내 집에 남아 있던 제 짐을 마지막 하나까지 가져다 자기 보금자리에 옮겨두고는, 나더러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으라는 둥 아프면 병원에 좀 가라는 둥 타박을 할 것이다. 그 애가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돌아본 뒤 자신만의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아주리라.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 P156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이 보현산 천문대의 1.8미터 망원경으로 발견한 첫번째 외계행성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특별한 대상이다. 당신의 지갑 속 만 원권 지폐 뒷면에 나오는 바로 그 망원경이다. 요즘은 지갑에 현금은 없고 신용카드만 있는 경우도 많은데,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만 원짜리 한 장은 가지고 다니도록 하자. 소개팅에서 특별히 할말이 없을 때 이런 얘기하면 시간 잘 간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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