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의대를 졸업했을 때, 그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슬플 거라던 자상한 여교수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해 땡볕 아래서 총장의 마지막 격려사를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내면의 공포가 증폭된 나머지, 케빈은 영혼이 조여오는 기분을 느꼈다. 점잖은 가운을 입었던 백발이 성성한 총장은 자신의 말이 케빈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공포를 악화시켰다는 걸 전혀 몰랐으리라. 프로이트마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사랑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고. 사람들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간판에서, 영화에서, 잡지 표지와 텔레비전 광고에서 모두가 간단명료하게 내뱉고 있었다. 우리는 가정과 사랑의 세계에 속해 있고 너는 그렇지 않아. - P80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