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그 밑에 깔린 추악한 모습보다는 화려하게 빛나는 동기에만 주의를 빼앗긴 나머지 세상의 악을 보지 못한다. 이런 식의 주의 분산은 오직 인간만이 하는 직무유기이다. 다양한 형태로 위장한 악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적·도덕적 의무 유기가 가면 뒤에 숨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명백히 아픔과 고통을 초래하고, 그것을 즐기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악은 보기 드문 예외에 불과하다. -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