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불행이 작정하고 이들에게 덤볐다고 오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내가 배운 것은, 비정상적인 외모가 흉함을 만들지 않고 불행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에 무너지지 않고 마음의 격을 지킨다는 것.
특별히 기억나는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킬 수 없었고, 이미 눈이 멀어 있었다. 그런데도 매일 노래를 불렀다. 다른 병실에서도 우렁찬 목소리가 넘어올 정도였다. 어느 날은 내게도 노래를 불러보라 권했는데, 쑥스럽고 생각나는 곡도 없어 거절했다. 가슴속에 노래를 간직하고 있는 이와 그렇지 않은이의 차이였을 것이다. - P32
가지지 못한 것이 많고 훼손되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에서도, 노래를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 가슴에는 노래가 산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