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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있어서 구원 - 교유서가 소설
채기성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3월
평점 :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제목에 있는 ’구원‘이라는 말이었다.
구원? 종교적인 책인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수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종교적 구원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쩌면 개인의 성장을 위한 한걸음의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1️⃣수아에게
- 잘 지냈어?
- 너는 잘 지내나 봐.
한수아는, 잘 있어?
너희들은 그러고도 잘들 사네
생각지 못했던 오래전 기억의 조각이 차츰 선명해졌다.
집요하고 지속적인 괴롭힘. 그건 누구 한 명의 일이 아니었다.
한 명을 실컷 괴롭히고 나면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물색했다.
나 다음은 연우였다.
아이들 사이 비좁은 틈으로 보인 연우의 눈빛은
’너도 가해자야.‘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수아야 연우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우리는 애써 그 애에 대한 기억을 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p.196/ 둘 사이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모순과 고통을 그들은 굳이 숨기려 하거나 금기시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어.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른 척하거나 언급하지 않으려 할수록 진실은 더 완고하고 비뚤어진 형태로 그들 사이에 남는다 여긴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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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리 만들기
나는 게임 개발 작업에서 소리를 입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소리와 상관없어지고 싶다고 했을 때,
정우는 네 인생에 소리 없이 존재 했던 순간이 있기나 했냐며 쓸데없는 얘기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는 항상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며 날 속박했다.
어느 날 그는 날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한 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 이후엔 더 이상 나에게 질문하지 않은 채 멋대로 내 일상에 침투했다
그와 나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좁혀졌다긴 보단 그렇게 일방적으로 물리적 간격이 좁혀졌다
내가 그를 허락하는 대신 나의 반경은 그의 목소리로 채워져 갔다.
내 자신을 비워가는 만큼 그가, 그의 목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78p)
p.99/ 맞는 소리가 어디 있어. 소리면 다 각자 저 나름의 소리가 있는 거지. 꽃에 벌레가 앉는 소리, 컵 안의 얼음이 흔들리는 소리,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나는 그런 걸 만들어내고 싶어. 나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소리, 울림.
*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