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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ㅣ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평점 :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손홍규
309p/ 내가 느끼는 슬픔, 기쁨, 괴로움, 외로움 등은 나의 것이기에 누구보다 절절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태에서 나의 감정에 몰두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위로의 말에 고맙다거나 괜찮다고 대답해줘야하고 내 감정을 타인이 부담스러워할까봐 억눌러야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감정은 설령 이미 존재했다 해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실감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정과 감정에 대한 반응에도 시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때로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독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모른 척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감정이란 사적인 것이기에 박탈당할 수 없다고 여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을 순수하게 홀로 소유할 수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감정만은 오롯이 내 것이라 믿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마저 온전한 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늘어버린 게 고작 억눌림이라니
최근에 본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든다고 표현한 건 어쩌면 기쁨을 주는 무언가가 줄어든다기보단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다 보면 내 감정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감정 또한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고, 그 사실을 무시한 채 내 감정만을 우선시할 수는 없기에 자연스레 억누르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온전히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 교유서가 @gyoyu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