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ㅣ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황시운
올해가 내가 병을 가진채 살아간 지 10년째이다.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후천적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다른 점이라고 하면은 정확한 원인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이 없다는 건 원망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어디에든 화내고 탓하고 싶은데 탓할 곳이 없었다.
그저 마음 한구석에 억울함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왜 하필 나지?“. 그 물음은 나의 15살을 집어삼킨 질문이었다.
익숙해지길 바라지만 통증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외롭다.
유일한 위안은 세상이 내게만 잔혹한 것은 아니라는 정도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봐도 여전히 다른 누구의 짐보다
내가 짊어진 짐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산문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어 종종 눈물을 흘렸다.
가끔은 내가 아프면서 느끼는 감정에 확신이 없어
스스로를 의심하는 날들이 있었다.
나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내가 그 순간들에 느꼈던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나의 병을 드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원하지 않는 배려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내 병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건 사실이니까.
내 고통에 매몰되어 있을 땐 최대한 숨기고 싶어 했다.
매몰되었던 그 시간에서 빠져나오자 비로소 사람들이 보였다.
날 배려해 주는 사람들이 보였다.
날 지켜주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제야 보였다.
마지막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사는 게 비명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온통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삶에도 온기가 돌고 웃음이 깃들거든요.‘
온통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삶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네요.
덕분에 제가 가진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 글이 작가님께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
p.51/ 흉터로 남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상처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어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날의 나를 잊지 않은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p.179/ 사람들은 종종 감사해야 할 일을 잊고 살아간다. 정작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잊은 채 남이 가진 것에만 눈을 반짝이는 것이다. 그것이 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가진 소중한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나은 것을 이룰 수 있을까.
p.195/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마련이어서 반쪽뿐인 삶일망정 내 나름대로 꾸려가고 있다. 아직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가끔 나를 위해 주문을 외워볼 만큼은 치유가 되었다.
p.222/ 그렇게, 겨우 반쪽 남은 몸의 감각을 한껏 동원해 연필을 깎던 어느 날 생각했다. 뿌리 뽑힌 나무도 이렇게 그윽한 향을 내뿜고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한 흑연도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발하는데, 나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이 꼭 두 다리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p.271/ 고통이 일상이 되다보면 어지간한 고통쯤은 미처 감지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기도 하니까.
•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 교유서가 @gyoyu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