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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타 칼니스의 아이들 1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우연이었다. 다른 책을 보던 중 'PC 통신에서 인기를 끌었고 곧 영화화 될 것이다'는 광고를 읽게 되었고, 이 책이 영화 '쥬만지'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이야기와 모험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 책은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정통 '환타지'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훨씬 더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어 딱 하루 반 만에 6권이라는 짧지 않은 소설을 다 읽게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엄청난 소설이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몇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별다른 이유없이 한 국회 의원이 어떤 남자에게 피살된다. 문제는 그의 죽음과 살인자의 동기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 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지는 형사 장욱은 우연히 친구인 원철의 도움으로 머드 게임에서 실마리를 찾고 거대한 음모를 하나씩 풀어간다. 한편 원철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비인간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전문 프로그래머이다. 그는 현실 도피 방법으로 가상의 세계인 게임을 선택하지만, 게임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자아를 조금씩 발견하게 되고 동료의 희생을 통해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두 이야기가 조금씩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결국 하나로 합쳐지고, 살아가는데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깨달은 주인공의 결론을 통해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훌륭하다. 먼저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작가는 이 책이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부분을 읽더라도, 그의 표현대로 '초짜' 글쟁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흔히 문학 작품에서는 '작가'라는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듯 화려하게 꾸미고 뒤틀고 어렵게 쥐어짠 문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문장이 전혀 없음에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체와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더하는 사실적인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게다가 정신 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게임 제작, 환타지, 정부 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명은 작가의 훌륭한 상상력과 함께 이 책을 더욱 현실감있고 생생하게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이 책을 위해 작가가 많은 노력을 했음을 또는 다양한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두번째로, 이 책은 정말 재미가 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환타지 롤 플레이잉 게임과 환타지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팔란티어'란 게임에 빠져들 것이고, 미스터리와 추리 등이 가미된 소설을 즐긴다면 장욱 형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눈길을 줄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충실하게 써내려간 덕분인지,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잘 조화를 이뤄 읽는 이를 긴장시키고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다시 한번 작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1권에도 있듯이 여러 환타지의 소재들을 인용하거나 변형시켰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없었다면 그처럼 사실적인 묘사와 새로운 세계의 창조는 어려웠을 것이다.
(너무 길어서 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