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 유어 드림 -상
시드니 셀던 지음, 정성호 옮김 / 북앳북스 / 2000년 5월
평점 :
합본절판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처음 접했던 것이 고등학교 1학년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추리 소설을 좋아했지만 읽을 것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책을 빌렸었고, 표지도 찢겨나간 너저분한 상태의 책이라서 제목이나 작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지 본문 아래쪽에 적혀 있던 제목이 <벌거벗은 얼굴(naked face)>이었고, 단순한 추리 소설로 알고 읽었지만 훗날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었음을 알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살려 기억하고 있다.

시드니 셀던의 소설은 읽는 이를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거나 빈약한 내용을 보이지도 않고, 복잡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고 시간을 거슬러 오가는 구성은, 마지막에 가서 작품의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게 해준다. 즉, 제목이나 평론만으로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읽은 후에야 비로소 결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옮긴이의 머리말과 표지에 있는 추천사 등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읽는다면 흥미가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섣부른 평가는 금물이다. 추리 소설이나 미스터리 작품에 익숙하고 관심이 많은 이라면 책의 도입부에서 언급되는 내용들과 서두를 읽은 후에 어느 정도의 짐작을 하게 되고, 그 예측이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 번역되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기대하는 미스터리는 전편(상권)에서, 그것도 일찌감치 끝나버린다. 정말 그럴까? 절반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권에서 약간은 지루한 듯 진행되는 법정 상황이 전개된 후에 결말로 이어지는 부분은 우리를 다시 당황시키기에 충분하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내용에 대해서 '재미'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분명 잔인할 수도 있겠으나, 소설이라는 작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책은 분명 재미있다. 옮긴이의 말처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숀 코너리의 '함정'에서 볼 수 있는 반전을 예상하게 되고 시고니 위버의 '카피 캣'과 안소니 홉킨스의 '양들의 침묵'에서 보이는 잔인한 살인 사건을 경험하며 '타임투킬'의 감동적인 판결을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느낌은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