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3 (반양장) - 죽지 않는 선장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계속해서 이어지는 서평)

국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작품에 쓰는 어휘에도 많은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롱 레인저(무장정찰병), 핸드건(총), 패스 파인더(여행 안내자), 패신저(여행자), 자유호, 서 소사라(소사라 경)... (사실 한글로 표현하면 때론 우습고 유치해진다.) 한글과 영어, 그리고 근원을 알 수 없는(마치 독일어를 연상시키는 단어까지) 어휘의 사용에는 어느 정도의 절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윈디어(windeer)를 '바람 사슴'이라는 우스운 말로 만들고(굳이 이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좀 '할머니호'라고 하기 보다는 더 품위있게(또는 작품답게) 보이려고 그랜드마더호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왜 '자유'호는 freedom이나 liberty로 표현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독자는 할말이 없지만, 그저 격을 높이기 위한 외래어(또는 알 수없는 말들)의 혼용과 남용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통해 너무도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환타지 분야의 게임과 소설이 많은 일본풍의 작명법, 외래어 도입 방법이 국내 환타지에도 너무 당연한 듯이 퍼져 있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을 써야 하는 부담'이 작용해서인지, 혹은 '주제의 부각을 위해서는 다른 사소한(?) 소재와 구성 요소들을 무시해도 된다'는 주관 때문인지, 너무도 성급하게, 치밀한 계획없이 써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가 한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그의 사상과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는 외에도 재미와 흥미를 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독자의 입장에서 세세한 부분을 되돌아보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랬더라면 굳이 종교적인 측면에서 주님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존재'를 부각시키거나 현실과 비슷한 날짜와 시간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명칭을 약간 바꾸는 식으로 어설픈 변형을 주려는 시도도 없었을테고 주제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하이마스터라는 창조물을 끌어다 마지막 권에서 급격히 결론을 내리는 식으로 억지를 부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그 넓은 제국이 다름 아닌 도시 국가에 불과하고 남해의 영역이 때로는 너무도 먼, 때로는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고무줄식 거리라는 논리적이지 못한 창작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 그것도 '생각대로 제멋대로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되어 있는 환타지에서 이런 논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에 논리적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도 비평가도 아닌 무지한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지적을 하는 자체가 실제로는 작품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작가는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결론... 이 평가는 이 책을 흠집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에게 전체적인 구성과 문학성에 비해 부족한 세세한 요소와 소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을 건의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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