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2 (반양장) - Royal Blood's Gift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1권의 서평에서 이어짐)

사실, 이 작품은 환타지임에도 진정한 환타지다운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환타지라는 것이 단순한 '허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환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용, 중세의 기사, 마법과 같은 소재들을 갖춘다고 해서 모두 환타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환타지에는 다양한 소재 외에도 그 소재를 적절히 조화시켜 만들어내는 재미와 흥미가 분명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체적인 주제와 문장의 수준을 평가하기에 앞서,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배치시켜 필연성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상당히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소재만을 접목시켜서 그때그때 이끌어내고 분산시켰다는 외에는 별다른 반전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정치, 종교, 철학 등 다소 난해한 주제들을 연결시킴으로써 환타지라는 분야를 억지로 끌어맞춘듯한 느낌을 준다. 중세의 기사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환타지가 되어야 하는 법은 없다. 굳이 끌어다맞춘다면 '중세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상과 주제를 끌어다맞춘 모험 소설' 정도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이런 내용이 환타지라면 틀린 평가는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읽는 이에게 짜릿함을 주는 요소가 없다. 소설이란 것이 그저 되는대로 끌어다맞추면 될 뿐이라고 여길 정도의 작가는 분명 아닐진대, 그런 요소들이 보인다는 것은 아직도 작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런 요소는 인물의 성격, 사건의 전개, 필연 관계, 소재의 선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볼 수 있다. 키 드레이번이 잡히자 느닷없이 배가 도착한다. 마법의 힘을 빌어 빨리 왔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탑에서 자리를 지키면서 감시하던 대사(뱀)는 키 드레이번의 한 방에 패하고 물러난다. 그 이유는 굶어서 힘이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가정에서 태어난 율리아나 공주는 책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이다. 그녀는 모르는 것이 없다. 정치 흐름은 물론이고 철학적인 주제에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웃음 한번에 모든 사내는 사랑에 빠진다. 평생 노예로 노를 젓던 오스발은 초반에 힘없이 쓰러지는 등 별볼일 없는 인물이지만 공주를 구출한 이후에 점점 더 똑똑해지고 마음이 넓어지고 못하는게 없는, 죽음도 두려워않는 이 세계의 왕이다. 그는 악마이니까. 등장부터 무력하고 빈약한 모습을 보이던 휘리는 언젠가 공주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후에 표현력과 사고력이 몇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제국의 새로운 공적이 된다. 그리고는 우습게도 불에 휩싸여 죽는다. 키 드레이번에게서 궁극적인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그와 함께 하는 마법사 세실은 결국 주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 밖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어설프고 불안전하게 얽혀 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기에 그의 문체에 대한 느낌을 단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흔히 보이는 말장난 같은 표현과 비약적인 문장, 그리고 심오한 의미를 담으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너무 가볍게 보이는 것으로 끝나는 글이 많다. 율리아나 공주와 오스발, 파킨슨 신부와 데스필드, 키 드레이번과 세실, 퓨아리스 성하와 플로라, 심지어는 해적 선장들 간의 대화 등 어디에서도 이런 문장을 쉽게 볼 수 있다.

뭔가 의미를 주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문장을 난해하고 가볍게 만들어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 작가의 의도가 어찌했던 종교관, 정치관, 철학적인 심오한 주제들을 모두 묶어서 넣으려고 했던 것은 다소 무리한 욕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책이 철학을 다루거나 선문답 형식으로 주제를 찾는 교양서가 아니라면 이런 방식은 분명 무리가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런 것들이 작품의 결론으로 향해가는데 그다지 영향을 주지도 못한채 흐지부지 사라져버리는 점이다.

(서평이 길어서 다음 책에 계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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