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힘 2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규태 지음 / 신원문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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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나 뜻있는 선비가 회갑을 맞으면 흠모하는 많은 사람들이 뜻을 받드는 의미에서 병풍에 시구와 이름을 적어 백수를 축원했는데 이를 만인병이라 했다. 친지의 자제가 돌이 되거나 서당에 입학하면 천 명의 친지들이 각자 한 자씩 천자문을 써서 책으로 엮어 선물함으로써 면학과 장수를 축원했던 백수문이란 것도 있다. 공동체로서의 구심력을 잃고 됫박에서 흩어져 나간 콩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력을 잃고 사는 현대 사회에서 이 백수문이라는 정신 민속이 싱그럽도 새삼스럽기만 하다."

"신바람 나는 에너지를 가진 긍정적인 한국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한국인의 힘 2권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 습속과 정신적인 유산에 대한 글을 모았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 동네 부녀자들이 와서 함께 슬픔을 울어대는 풍습은 한국 여성들의 울음 속에 자신의 감정 분출을 대신하려는 의지와 남을 위해 울어준다는 감정의 나눔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에 토착화되었는가 하면,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오가는 정감있는 행동과 대화법은 한국인만의 독특한 통찰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소개한다.

1권에서 한국인의 정서와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재기와 도약의 희망을 전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저자는, 2권에서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정서와 예로부터 전해오는 풍습을 통해 과거의 전통을 돌아보고 이어가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 유산(습속)을 짚어보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 점은,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있어서도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거문고의 발생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보자. 소리와 소리 사이의 묵음의 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악기와 달리 독특한 특징을 가진 거문고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기술하는데, 누에고치가 뿜는 호르몬 수액을 잘 다듬어서 금줄로 만들었다거나 금줄의 수와 모양에도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담겨 있기에 가치있다는 것이다.

"밥상머리 예절"을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있고 의미있다. 어른과 겸상을 하면서 밥을 먹고 반찬을 먹는 예절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사는 의미를 배웠다는 것이다. 포악한 연산군을 강희맹의 집에 의탁하여 키웠다 하니 그 법도와 기품의 엄격함이 고유의 예절을 만들어낸 것이다. "똑똑한 아이를 만드는 7태도"라는 내용에서도 교육관을 엿볼 수 있다. 서양식 육아법이, 어릴 때부터 글과 말, 셈을 가르치는 영재 교육에 있다면 한국식 육아법은 정서적으로 기품있고 예의바르고 안정된 아이로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지금에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선현의 명구를 외고 시를 읽거나 붓글씨를 쓰고 품위있는 음악을 듣고 소나무의 바람 소리를 듣고 매화나 난초의 은근한 향을 맡는" 육아법은 문장 자체만으로도 품위가 느껴지는 일이다.

저자가 2권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훌륭한 전통과 한국인 고유의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발전시켜 가면서 세계 속의 한국인을 차별화하면서 현대에 맞는 모습을 갖자는 것이다. 세계화란 변화 속에 묻혀가는, 또는 묻혀버린 우리의 정서와 전통이 지금과 같은 도덕과 윤리가 없고 퇴폐적이고 물질적인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이라고는 돌과 물과 아름다운 풍경밖에 없는 우리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자원은 한국의 과거요, 과거 속에 스민 기억들인 것이다. 그 기억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천의식이다"는 저자의 말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정치적 편견을 지닌 국수주의자로 몰아가는" 현대 사회의 가치관을 비핀하면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과거의 전통을 이어가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때로는 세계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거나 너무 편협하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긴 역사 속에 이어져온 우리만의 정신적인 유산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 "한국인의 힘"을 세계 속에 펼쳐보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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