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위를 유영하던 비행기가 제주 공항 위에 떠서 착륙 준비를 할 때였다. 비행기 창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그만 활주로가 있는 허허벌판에 반해버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망망대해와도 같은 벌판을 내가 한때 꿈꾸던 몽골의 초원과 다르지 않았다. 까무스러한 작은 점이 비행기와 가까와지자 활주로를 안내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원양어선의 항해사를 꿈꾸듯 활주로 안내인으로라도 활주로를 누비고 싶었다. '아, 활주로는 텅 빈 벌판이다.'

 

 제주 풍경의 결

 

 "사물(事物)을 보는 나의 눈은 나의 밖에 있는 사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동시에 본다."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언덕 또한 어마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것을. 어쩌면 언덕을 좋아해서 이렇게 오름을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대단한 사실을 종달초등학교 가는 언덕길에서 알아낸 것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다시 살아난 듯 들떴다. 양팔을 벌리고 활주로를 날아오르는 비행기가 되어 골목길을 달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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