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초등학교 가는 길에서 만난 언덕

 

 

 "우리들이 모든 소유로부터 참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지막 소유, 즉 우리의 마지막 비밀은 간직되지 못한다. 그러나 참으로 떠나는 것은 두렵다. 몸이 떠난다고 해서, 늘 풍경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낯선 공간으로 이동하는 공포, 몸에 익은 공간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자의 공포이다. 이 공포는, 말은 쉬우나 쉬 극복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공포는 아마도 정신적 공포가 아니라 몸의 공포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두뇌가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사실은 우리들의 살 속에 새겨져 있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세계, 살이 담도 있는 공간을 우리는 떠나면서도 끌고 가기 쉽다."

 

 마을 중심도록 옆의 나무 뒤로 비스듬히 놓인 검은 안내석이 보였다. "옛날 종달리(終達理)는 유명한 소금 생산지로 알려졌다."로 시작해서 선조 때 육지에서 제염술을 익혀와 소금을 생산하고 90년대까지는 논농사를 짓다가 폐작되었다는 내용이다. 논이었던 곳은 누런 갈대가 수북하게 자라나 지나가는 겨울바람에 서걱거렸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달팽이 같은 데를 가지고 있다. 떠나면서도 항상 '저의 집'에 살고 있는 그 완만한 동작의 달팽이를 가만히 지켜본 일이 있는가? ...달팽이에게는 집이 따로 없다. 그의 일부가 그의 영원한 집이다. 그러나 우리들 몸이 기억하는 풍경은 저기 어느 곳에 따로 있고 그 풍경이 떠나 있는 우리들을 그곳으로 끌어당긴다...그러나 달팽이는 세상의 어느 곳에서도 '저의 집' 속에 살고 있고 어디를 가나 저의 고향, 저의 조국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집은 주소가 없다. 그래서 달팽이는 쉬 떠나지 못하는 붙박이, 겁 많은 여행자보다 유랑하는 유목민이나 집시나 남사당 같은 이들에게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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