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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3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은 도끼다>를 통해 읽게 된 책이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내 이십 대의 한 지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 이후 <농담>을 샀으나 읽지는 못했다. 최근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다시 펼쳤지만 이상하게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런 책들이 꽤 많다. 예전에 아주 인상 깊게 읽었으나 이후에 다시 읽을 때는 그만한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책.
리뷰 제목인 책의 부제, 부제에서 말하고 있듯이 책은 모두 7부로 나뉘져 있다. 1부 연속성의 의식, 2부 세계 문학, 3부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4부 소설가란 무엇인가, 5부 미학과 삶, 6부 찢어진 커튼, 7부 소설, 기억, 망각이다. 부제의 꼭지 제목만으로도 성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1부 '연속성의 의식' 중 '가련한 알폰소 키하다'의 마지막 부분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 삶이 패배하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에서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과연 그런한가 생각하게 한다.
또 3부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중 '소설만이 말할 수 있는 것'에서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다.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인간 실존 주위를 돌며 빛을 비추는 탐조등, 역사가 움직이지 않는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실현되지 않고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을 뜻밖의 가능성들에 빛은 던지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다."
소설가로서의 태도를 생각해본다.
4부 '이해하려면 비교해야 한다'에서
"범죄자란 무엇인가? 자신이 저지르는 온갖 도둑질과 사기 행각을 시민이라면 갖추어야 할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질서에 자리 잡고 기대어 사는 보수주의자가 범죄자다. 반대로 반역자는 기성 질서에 맞선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그 질서를 휘두르고 싶어 한다."
의 정의는 아주 통쾌했다.
이 책의 길을 따라 또 책을 샀다. 곰브로비치의 <페르디두르케>, 브로흐의 <몽유병자들>등. 책값으로 지불되는 비용이 꽤 되지만, 읽을 책이 눈앞에 있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