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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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책은 2004년 개정판 3쇄 <자전거 여행>이다. 이십 대에  아직 <대학별곡>을 읽지 않은 내게 첫사랑이 그랬다.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았단 말이야. 그 이후 독서에 대해 올곧게 주장해왔다. 책도 사람도 집도 여행도...세상 모든 것들이 다 인연이 있다고.

 이 책 또한 그랬다. 남들이 이야기할 때는 선뜻 읽기 싫었다. 역시 뒤늦게 읽은 <책은 도끼다>로 인해 뒤늦게 읽게 되었다. 평소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 못하는 이유는 책을 다이어리처럼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책 역시 온통 밑줄에 형광띠지, 앞뒤 여백은 물론이고, 책장 여백에 메모가 가득이다. 아예 노트북에 타이핑 필사를 한 것도 있다. '흙의 노래를 들어라'이다. "봄의 흙은 헐겹다. 남해안 산비탈 경작지의 붉은 흙은 봄볕 속에서 부풀어 있고, 봄볕 스미는 밭들의 이 붉은색은 남도의 봄이 펼쳐내는 모든 색깔 중에서 가장 깊다...얼고 또 녹는 물의 싹들은 겨울 흙의 그 완강함을 흔들어서, 풀어진 흙속에서는 솜사탕 속처럼 빛과 물기와 공기의 미로들이 퍼져나간다. 풀의 싹들이 흙덩이의 무게를 치받고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도, 흙덩이의 무게가 솟아오르는 풀싹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풀싹이 무슨 힘으로 흙덩이를 밀쳐낼 수 있겠는가. 이것을 물리 현상이 아니라 생명 현상이고, 역학이 아니라 리듬이다. 풀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풀은 올라온다. 생명은 시간의 리듬에 실려서 흔들리면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살아있는 우리는 떠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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