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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을 형성하는데 있어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중 어떤 부분이 더 작용하게 될까. 예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이 주제에 확실한 답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끔찍한 사례가 존재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성기를 잃게 된다면, 그리고 여성화 수술을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1960년대 미국 최고의 의과대학 중 하나인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 브루스와 브라이언 형제 중에서 브루스는 남자아이로 태어났지만 못난 어른들에 의해 졸지에 브렌다라는 여성이 되어버렸지만 계속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고, 현재는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남자로서 가장을 꾸리고 살아가게 된다(저서의 끝에서 데이비드의 자살 소식을 알린다). 이 일을 주도한 존 머니 박사는 얼마간 성공으로 비쳤던 이 희귀한 케이스의 연구를 통해 학계에서 큰 명성과 지위를 얻게 되었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 이론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였음에도 존 머니 박사의 지위와 존스홉킨스 대학이라는 큰 벽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지 못했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조금 극단적인 버전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사례에서, 그동안 환경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주장하던 많은 학자들에게 전환점이 되는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행복할 수 있었던 한 가정이, 미래가 창창했던 두 아이가 단 한 번의 의료사고와 학자들의 오만으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적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는다.
이 책의 원제는 《As Nature Made Him, 본성이 그를 만든대로》이다. 마침 이 책의 주제에 대한 과제가 있었는데, 우연히 선택한 이 책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원래부터 인간의 유전적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해왔는데, 지능, 성격, 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들이 아닌 정말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성별의 후천적 변화가 데이비드의 삶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을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데이비드가 브렌다로 살던 어린 시절에, 자신의 성이 후천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그릴 때 남성적인 이미지를 계속 떠올렸다고 한다. XY와 XX, 염색체 하나의 차이로 바뀌는 성별이지만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우리가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어떠한 복잡함과 소중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 존 콜라핀토 존 콜라핀토는 토론토에서 태어나 토론토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8년 <롤링 스톤>에 '존/조앤의 실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기고해 데이비드 라이머의 사연을 폭로했다. 라이머의 고통스러웠던 인생뿐 아니라 사건의 은폐를 둘러싸고 의학계에서 벌어진 추문을 폭로한 이 기사로 콜라핀토는 200년에 전미잡지편집자협회상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이 기사를 책으로 엮은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피터 잭슨 감독에게 영화 판권이 팔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