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뜻밖의 여정
선우 지음 / 푸른사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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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위에 하얀 크림을 얹은 콘파나를 사랑하던 작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세계를 해석하던 질문은 어느새 단 한 사람을 향한다. <정원, 뜻밖의 여정>은 그 질문이 바뀌는 과정을 따라가는 기록이다.


이 책은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난담도, 감동을 앞세운 이야기 또한 아니다. 대신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내려놓은 언어와 새로 익힌 태도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속도를 앞서 판단하지 않고, 그 보폭에 자신의 하루를 맞추는 선택. 가드닝과 돌봄이 겹쳐지는 장면들 속에서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 된다.


작가는 삶을 비극의 서사로 배열하지 않는다. 제도와 현실 앞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을 차분히 놓아두며, 책임이 개인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질문을 남긴다. <정원, 뜻밖의 여정>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이자, 삶의 속도를 다시 배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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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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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풀어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빵과 함께 저장돼 있던 기억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릴 적 손에 쥐고 먹던 소보로 빵, 비닐봉지에 눌려 모양이 흐트러졌던 땅콩샌드, 겨울 길모퉁이에서 만났던 붕어빵, 달콤한 향이 오래 남던 모카빵까지. 아홉 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남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감각보다, 내 시간을 훑고 있다는 기분이 앞섰다. 기억이 겹쳐질 때마다 마음의 결도 함께 풀어졌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날, 달고 부드러운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몸 안에 고여 있던 감정이 느슨해지는 경험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육아로 지쳐 있던 시절, 아이 머리 위로 시나몬 가루를 흘리며 허니브레드를 먹던 장면에서는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그 한 컷만으로도 당시의 공기와 체온이 충분히 전해진다. 책이 건네는 이 평범한 장면들이 유독 선명하게 다가온 이유는, 비슷한 결의 시간이 내 삶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위로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각자의 빵과 얽힌 기억을 담백한 문장으로 놓아둔다. 읽는 이는 그 곁을 지나며 저마다의 장면을 꺼내 보게 된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그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기획 자체가 신선하다. 빵은 언제나 삶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작고 확실한 기쁨의 역할을 해왔다. 책을 덮고 나면 그 사실이 또렷해진다. 제목을 다시 읽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책 속 이야기와, 그와 겹쳐 떠오른 나의 기억들이 그 문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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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정승우 지음 / 메이드마인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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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통해 소생을 하는 한 사람의 성장기가 감동적이다. 진심을 글로 쓰면 이런 글이 아닐까. 투박하지만 꾸밈없고 순수한 작가의 진정성에 빠져서 읽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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