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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평점 :
빵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풀어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빵과 함께 저장돼 있던 기억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릴 적 손에 쥐고 먹던 소보로 빵, 비닐봉지에 눌려 모양이 흐트러졌던 땅콩샌드, 겨울 길모퉁이에서 만났던 붕어빵, 달콤한 향이 오래 남던 모카빵까지. 아홉 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남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감각보다, 내 시간을 훑고 있다는 기분이 앞섰다. 기억이 겹쳐질 때마다 마음의 결도 함께 풀어졌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날, 달고 부드러운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몸 안에 고여 있던 감정이 느슨해지는 경험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육아로 지쳐 있던 시절, 아이 머리 위로 시나몬 가루를 흘리며 허니브레드를 먹던 장면에서는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그 한 컷만으로도 당시의 공기와 체온이 충분히 전해진다. 책이 건네는 이 평범한 장면들이 유독 선명하게 다가온 이유는, 비슷한 결의 시간이 내 삶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위로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각자의 빵과 얽힌 기억을 담백한 문장으로 놓아둔다. 읽는 이는 그 곁을 지나며 저마다의 장면을 꺼내 보게 된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그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기획 자체가 신선하다. 빵은 언제나 삶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작고 확실한 기쁨의 역할을 해왔다. 책을 덮고 나면 그 사실이 또렷해진다. 제목을 다시 읽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책 속 이야기와, 그와 겹쳐 떠오른 나의 기억들이 그 문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