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큰 개 파이
백미영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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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큰 개 파이

글 그림 백미영
text.kcal

작가의 유난스럽지 않고, 담담한 개큰 개 '파이'와의 일상기록은 진한 감동을 준다.

인간이 같은 종인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언어도 다르고, 삶의 방식과 문화도 다른 종과 '동거'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을 안고 동거하면서 생기는 여러 일을 만화로 보여준다. 우선 개큰 개 파이는 엄청 귀엽고, 읽으면 읽수록 5~7살 사이의 인간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의미로는 '파이'는 더 많이 사랑을 주어야 하고, 보호해주어야 할 존재라는 거다. 작가는 본의 아니게 결혼을 통해 '파이'와 가족이 되었지만, 그 '가족'됨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파이를 지켜준다. 그 모습이 큰 울림을 준다.

대중매체 등에서는 반려동물은 귀엽고, 사람에게 순종적이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존재로만 그려질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그 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반려인은 무던히 노력한다. 의식주 보장 뿐만 아니라, 늘 소통하고, 귀기울이며 그의 욕구나 감정을 알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기쁨을 주지 않는다할지라도 다른 사람들 눈에 귀엽고, 이쁘지 않다하더라도 '가족'이기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그 동물의 가치는 '경제적 이득'이나 '유희'가 아닌, 자신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동반자'인 것이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감정과 사고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며 생명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간'에게 선택되어진 '동물'들... 일명 '반려동물'에 대해 우리의 시각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감정과 사고가 있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생명체이자, 교감과 소통의 상대자로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들이다. 작가가 '파이'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존중하는 과정은 정말 아름답다. 작가의 말 중 '제때 밥을 챙겨주고, 부족하지 않게 환경만 마련해 준다면 '개'는 어디에서나 잘 지내리라 생각했던 나다. 개에게 남편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지금만큼 깊이 헤이리지 못했다. 지금은 개가 옮겨 딛는 발걸음마다 보이는 그 '마음'이라는 것을 다 보지 못했다.' 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어떤 사람, 어떤 생명을 사랑하는 과정은 지극히 쉽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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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큰 개 파이
백미영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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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과 동시에 대형견 ‘파이‘와 가족이 되어 일상을 살아나가는 담담하고 솔직한 기록! ‘파이‘를 점점 알아가며 사랑하고, 또 배워나가는 아름다운 동거기! (치열하고도 현실적인 아름다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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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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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표지부터 기대감 100% 호감도는 200%여서 책을 받자마자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정말 표지 최고!!! 직장에 가져갔더니 직장동료분들도 요즘은 책이 참 이쁘다면서 이 책 정말 이쁘다며 어려울 거 같은데, 읽고 싶어진다고 하시네요...^^

앗!! '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작가님이었어요!!!!

글을 읽는 동안 여성의 연대를 느끼기도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배제, 제한을 받던 사회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자신이 사랑하는 학문이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여성 개개인의 역량, 에너지, 지혜에 존경을 표하고 감동을 받았답니다.

특히,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그녀가 정치인, 행정가로서도 활약이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주장했던 정책과 제도는 그녀의 수학적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통계자료를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멋진가요?!)이것은 비단 나이팅게일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수학자들 역시 생물학적인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한계(차별, 소외, 배제, 혐오...)를 넘어 학문의 탐구와 실용을 위해 제안하고, 도전하고, 싸웠습니다. 그들의 이런 행보는 힘들었지만,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남녀노소를 떠나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녀들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것에 함께 분개하며 타파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힘썼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이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위장결혼 등)으로 지원하고 지지했습니다.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등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불리워지는 역할로서의 내가 아닌, '나' 자체로 인정받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지금도 어려운 일입니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 배제, 소외가 존재하고, 거기다가 여성에 대한 혐오가 여성 스스로를 위축되게 하고, 포기하거나 멈추게 하지요.

그럴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내가 딛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겁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꿈과 능력을 포기하지 않고, 인생과 생명을 걸고 묵묵히 나아감으로서 하나하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에게도 역사적인 자양분과 든든한 '빽'이 있다는 걸 느낄 겁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느낀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의 인생과 그 인생을 통한 영감과 연결되고, 연대감을 느끼며 지금의 나를 비춰보게 됩니다. 그동안 여성들의 역사 자체가 존재했는지도 모르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성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그 전에도 여성들은 살아왔습니다. 그 삶의 빛났던 순간들을 드러내고 공유하며 나의 자아정체성과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 용기와 힘을 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혜진작가님이 '여성, 귀신이 되다'에 이어 여성의 역사를 다루어주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수학자들은 처음 들어보거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훌륭한 업적이 있었는지 몰랐던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하물며 수학자라는 직업 뿐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전혜진작가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고, 기대도 됩니다.

이 책의 짧은 평은,

'여성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역사 속에 여성의 불굴의 의지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책! 그리고 '수학'이라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인 차별이 큰 학문을 통해 생물학적인 차이가 '학문'의 월등과 취약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책!


♣ 인상 깊은 구절

하지만 허사는 멈추지 않았다.(p198.)

하지만 그레이스는 포기하지 않았다(p206.)

p5~6.(프롤로그)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남자 이름으로 가명을 쓰고, 위장 결혼을 하고, 밀항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피부색 때문에, 혹은 전쟁으로 혼란한 나라에서 태어나 어려움을 겪기도 햇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강단에 서지 못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계속해나가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꺽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이 책을 읽는 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불굴의 마음과, 수학의 역사 속에서 이들이 놓아나간 계단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p6.(프롤로그) 시대의 시줄을 삼아, 동시대의 동료들을 날줄 삼아, 여성 수학자들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길고 긴 수학의 역사라는 태피스트리에 자신의 수학을무늬처럼 짜 넣어간 이야기는, 지금 수학을 사랑하는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7.(프롤로그) 그리고 그 모든 마음을 담아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도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갈 용기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p19. "피타고라스 아카데미에서 우리는 같은 인간이고 학자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우리는 여자일 뿐이었어요."

p19. "학문과 철학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그 점을 세상 여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p19. " 용기와 정이와 지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속하는 겁니다."

p35. 여성이 학자로서 명성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기, 위대한 학자로서 명성을 남기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피하티아는 기독교의 권위로 처벌받은 최초의 마녀로, 약하고 무력한 여성 지식인으로, 혹은 젊고 아름다우며 곤경에 빠진 여성으로 형상화되었다.

p104. 바이런이 없어도 그는 여전히 여성 수학자였다. 또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가난한 소녀들을 위한 직업학교를 세우는 등 여러 사회운동에 헌신하는 진보적인 지식인이었다.

p105. "세상에 쓸모없는 생각이란 없어요. 원래 가장 뛰어난 생각은 그런 공상 속에서 나오는 법이지요. 에이다를 보세요. 자기가 배운 과학 지식을 그 상상과 연결하고 있잖아요?"

p124. "아니,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cure의학 전문가라면,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며 care 회복하게 하는 사람이지, 의사가 병 자체를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간호사는 치료과정 전반, 특히 보건위생에 걸친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이라고 새각해. 그렇다면 만약에 보건위생과 관련된 행정적인 일들을 누군가 처리해야 한다면, 그건 간호사의 일이 아닐까?"

p132. 한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영국의 페미니즘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플로렌스는 이전까지는 천한 직업으로 여겨지고 존중받지 못했던 간호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된 훈련을 통해 전문직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인정되지 않던 시대, 많은 여성이 교육을 통해 간호사가 되어 자립의 길로 나설 수 있었다.

p157. 다만 아버지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가르친 어느 학생보다도 재능이 뛰어난 이 딸에게 최선을 다해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었다.

p158. "에미 뇌터가 바보라고? 당신들이 시시덕거리며 술을 마시러 가는 사이, 그 사람은 벌서 논문을 몇 편이나 발표하고 있어요. 어디로 봐도 그 사람은 벌써 논문을 몇 편이나 발표하고 있어요. 어디로 봐도 그 사람은 훌륭한 학자이지, 당신들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p162. "에미 뇌터의 성별이 그의 학문적 역량에 대한 반례가 될 수는 없지요. 여긴 목욕탕이 아니라 대학이지 않습니까."

p164. 에미는 수학 토론을 할 때는 다른 모든 것은 잊어버린 듯이 행동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여성을 차별하거나 조롱하는 이들에게는 언성을 높여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좋아하는 친절한 교수였다. 에미는 자신의 집에 학생들을 불러 같이 저녁 식사를 하며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p166.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도 있어, 공부를 계속하자, 수업은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p180. 셔우트는 영국으로 와서 얼리셔를 직접 만났다. 그는 얼리셔가 평범한 가정주부처럼 보이는 것에 한번 놀라고, 그가 초공간에 대해 어떤 수학자보다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랐다.

p181. "당신은 평범한 가정주부도, 누군가의 조수나 비서도 아닙니다. 스토트 부인, 당신은 훌륭한 수학자예요."

p191. 하지만 허사는 달랐다. 그는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거리로 나갔고, 여성 시위대나 파업 투쟁 중인 여성들을 자신의 집에서 보호하기도 했다.

p191. "평범한 프랑스 남자와 비교할 수 없는 지성을 갖고 있지만, 당신(마리 퀴리)에겐 투표할 권리도 없죠. 피에르가 마치 내 남편인 윌리엄처럼 열등감 없이 아내의 업적을 존중할 줄 아는 남자였으니 망정이지, 남편과 함게 연구하다가 연구 실적을 빼앗겨버리고 잊히는 여성 과학자들은 역사 이래로 수도 없이 많았어요."

p192. "마리, 여성과 과학은 별개가 아니에요. 그저 어떤 여성이 훌륭하고 위대한 과학자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죠. 그냥 어떤 인간이 훌륭한 과학자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듯이요. 여성과 정치도 마찬가지에요. 보편적으로 인간이 정치라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여성도 정치를 하는 거에요. 당연하잖아요."

p193. 하지만 마리는 언젠가 자신의 딸들이 자신이 느꼈던 억울함을 느끼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렌과 에브가 지금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마치 사내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랐다.

p195. "허사는 재생과 전통, 어머니 대지를 상징하는 여신이야." 특히 스윈번의 시에서 허사는 기독교적 서계관에 도전하며, 원초적이고, 여성주의적인 힘을 일깨우는 여신이었다. 사라는 여신 허사의 힘, 열정, 평등함을 동경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은 세라를 허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허사는 '여신 허사'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갔다.

p196. "사람들은 여성이 훌륭한 기술적 업적을 남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럴수록 이런 발명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p199. 허사는 여성 최초로 왕립 학회에서 수여하는 휴즈 메달을 손에 넣었다. 헤사 에이턴은 살아 있는 동안 스물여섯 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p199. 한 때 허사 에어턴의 논문조차도 다른 남성 과학자가 강독하게 했던 왕립학회는 2010년 허사 에어턴을 과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여성 10명 중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p217. '컴퓨터computer'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는 '계산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우리가수학을사랑한이유 #전혜진 #다드래기 #지상의책 #이기정 #여성의학문추구의역사 #불굴의역사 #포기하지않는다 #멈추지않는다 #서평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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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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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역사 속에 여성의 불굴의 의지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책! 그리고 ‘수학‘이라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인 차별이 큰 학문을 통해 생물학적인 차이가 ‘학문‘의 월등과 취약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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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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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면 생생하게 풍경이 다가오고, 투명인간이 되어 오필리아와 함께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원문이 좋기도 하겠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가님의 수고로움과 탁월한 글쓰기에 놀라울 때가 많았습니다. 번역된 글을 읽다가 너무 좋아서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오랜만이네요. 저는 이번에 엘리자베스 문 작가님의 책이 처음인데, 정말 좋아서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번역가님이 번역한 엘리자베스 문 작가님의 글을 읽어도 지금 받은 인상과 느낌일지 궁금해지네요...^^;;; )

이 책의 첫문장,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축축한 흙은 시원했지만 두피는 이미 땀으로 스멀거렸다.' 정말 기가 막힌 첫 문장 아닌가요?! ^^ 여과되는 것 없이 감각이 바로 피부로 투과되는 거 같더라구요. 매 장 넘기며 슥슥 적어내려가는 필사 역시 쉽게 다음 장 다음 장으로 넘어갔어요. 그만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힘이 느껴지는 구절이 많았어요.

레이어를 쌓아올리듯이, 씹고, 곱씹는 듯한 표현은 감정을 점점 짙고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내면의 '오래된 목소리'VS '새소리'와 외부의 '괴동물' VS'인간들'이 오필리아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대비시킴으로써 우리가 가진 '늙고, 피지배계층의 여성'에 대한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시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이어떻게 내면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자아는 어떻게 그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지도 알 수 있어요. 결국 오필리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한 세계와 한 세계를 평화롭게 이어주지요. 책을 덮고는 '와~!! 이 책 SF히어로물이었네요...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가 그동안 봐온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는 힘이 세고, 잘 싸우잖아요. 그리고 미지의 악당은 늘 나쁘고, 뭔가를 파괴하는데, 실은 싸우면서 더 파괴되는 세상을 보며, '이렇게 싸워서 이겨봤자, 저 망가진 세상에 살아가는 것도 끔찍하겠어.'란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들(그런 작품을 만든 이들)의 논리는 "망가져도 멸망하진 않았잖아.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아?!"인데...

이 책은 미지의 악당은 악당이 아니고, 그냥 미지의 괴동물인거죠. 그리고 수용과 소통을 통해 '오필리아'라는 여성이 한 세계와 한 세계를 '조용하고 평화롭게' 이어주죠. 그 어떤 폭력을 용납하지 않아요. 오필리아는 기다리고, 설득하고, 인정하고, 수용하죠. 그 가운데, 괴동물들에게는 존경과 신뢰를 받는 둥지수호자가 됩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괴동물과 처음 만나 소통하여 두 세게를 잇는 대사가 되지요. 또 암석 해변의 모든 도시들의 전기를 쓰는 작가가 됐지요. 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결말인가요? 그 결말로 다가가는 과정 역시 감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는 내내 오필리아가 가진 외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지혜와 수용, 평온하고 고요한 아름다움, 단호한 용기에 빠지게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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