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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엉뚱한 타이밍의 유머가 좋았다. 풋 하고 뿜어내며 웃을 수 있는 게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양씨 여성을 '양 양'이라 부른다거나 "너무 오래했죠 그래서 유령이 됐나봐요, 라든가, 어른이 구구단도 몰라요 라는 대답에도 유령이라 그래 , 또는 비타민 D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낙지야, 너는 뼈가 없어서 참 좋겠다" 라는 뜬금없이 낙지를 소환하는 등등 이것 외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표현은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이 소설과 장기하의 노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드렁하면서도 진지한 거 같고, 우울한 거 같으면서도 신나는 듯해 보이고, 둔감한 듯 보여도, 섬세한... 언발란스의 긴강감과 희열을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엉뚱한 전개와 색다른 소재 속에서도 은근히 낮익으면서 친숙한 장면들이 많다. 나와 엄마의 대화가 보이기도 내가 아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왠지 베스트극장과 잘 어울릴법한 소설이다. 예술영화 같으면서 사실에 입각해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 같달까?
맛있는 음식 앞에 혁대 풀고 양껏 먹는 사람처럼 거침없이 장을 넘기며 그의 유머를 향유했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내가 웃는 게 어색해지는 순간이 참기 힘들어 웃기를 생략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웃었다. 그런데 다 웃고 나니, 눈물이 나더라... 큰 한숨을 쉬며 책장을 넘기며... "그래서.. 뭐... 유령이 뭐?"하며 심드렁하게 반문해보지만... 허무하고 헛헛한 마음을 넘기기엔 충분치 않은 표현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나는... 유령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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