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은 노래가사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혼잣말같기도 하여 귀기울여 듣게 된다. 그 작은 그 말을 듣자니 점점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작가의 글에서 일상에 대해 섬세하고도 따스한 시선은 느끼며, 나의 무심함을 깨닫는다. 어찌 이렇게 주변의 풍경, 사물, 사람들에 대해서 무심히 지나쳐 왔을까?
특히 작가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할 때는 참 생소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해본 게 언제적인지... 그렇게 가까운 관계인데도 아버지와의 대화도 그렇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본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작가의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면 너무도 낯설어서 환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친숙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인데, 그것이 낯설게 아름답고, 친숙하게 따숩다. 그래서 내가 습관적으로 놓치고, 지나쳐온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나의 것으로부터 반복하여 생각하고, 쓰고, 지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이야기가 생기고 나만의 언어가 몸에 배게 됨'으로써라고 한다. 그 결과 그 누가 부른대도 이질감이 없는 작가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이 얼마나 숭고한 작업인가!
결국 밋밋한 일상을 특별한 감성으로 만드는 것은 단단하고, 우아한 습관이 아닌가 싶다.
그 단단하고, 우아한 습관이 이뤄낸 숭고한 결과를 다시금 느끼게 된 것은 작가가 들려주는(작가 역시 '동진오빠'(여기서 동진오빠는 가수 조동진씨겠지요?!)에게서 들었다고 하네요.) 미국의 피아니스트인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 이야기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 오른손 마비가 온 레온 플라이셔는 포기하지 않고 왼손으로만 연주곡을 만들어 연주했으며, 오른손 재활도 거르지 않아, 40년만에 오른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때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이 〈Two Hands〉라고 한다. 작가는 오른손이 움직인 것을 '마법처럼'이라고 했지만 그 마법은 40년동안 꾸준히 재활을 한 플라이셔의 노력에 대한 응답이 아닌가 싶다. 그가 마법사 당사자였던 것이다. 그를 40년동안 멈추지 않고 연주하게끔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름다운 음악을 평생하며 살고자 하는 의지, 열정이었을까? 아니면 두 손으로 연주하고 싶은 갈망, 끝내는 그렇게 되리라는 믿음과 운명적인 숙명 같은 것이었을까? 무엇이든 플라이셔의 이야기는 고결하고, 아름답고, 잔잔한 파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