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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기존에 알던 작가님들은 작품이 아닌, 작가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 책 전에는 몰랐지만,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의 빛나는 가치를 각자의 스타일로 펼쳐내는 그 분들이 낸 그림책을 찾아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이 책을 읽은 보람이자, 선물이다.
또한 인터뷰집이라는 형식과 그 인터뷰이가 그림책작가라는 점은 나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는 한 사람의 이야기 뿐 아니라 질문하는 자의 이야기와 그 두사람이 주거나 받거니 하는 가운데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까지... 풍성한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지혜와 통찰력은 개인의 역사에서 경험을 통해 나온 것이다보니 생생하고, 묵중하게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림'과 그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독특한 활동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동경하고 상상만으로도 매력적이라고 감탄했던 일이지만 그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과정 속에서 그 '사람'의 개인사가 동시에 진행되가고 있다. 그 점에서 낯설지만 친근한, 그래서 시선이 머물고 마음에 담게 된다.
작가가 '서른 쪽 남짓 이어지는 짧은 이야기에 푹 빠졌다 현실로 돌아오면 어둠 속에서 전구 하나가 반짝 켜졌다. 이상하게 기운이 났다.' 는 말처럼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하물며 책을 다 읽고는 그 책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운 적도 있다. 책 내용이 슬펐던 것도 아니고, 읽을 때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내가 모를 정도로 그림과 그림을 덮고 있는 여백과 짧은 글귀들이 나의 시린 마음에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여주었다.
그 때 이 후로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그림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선물도 했는데, 선물 받으신 분들이 정가를 보시고는 "아니, 무슨 그림책이 이렇게 비싸? 정말 책 값이 점점 비싸져"하시면 좀 당황스러웠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조차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말이다.
그런데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림책이 사람에게 주는 기분, 느낌을...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읽고나면 뭔가가 채워지는 기분이 아닌, 뭔가가 비어진 기분이라서다. 마음이 가벼워져서 해방감까지 느낄정도다. 그리고 그 비어진 마음으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은 용기도 생긴다. 왜 그림책을 읽으면 그렇게 될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해소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대화'로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가 좀 더 깊어지고 풍부해져 전보다 더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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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다음에 올 사람, 아직 미정인 존재를 위한 책이다. 주류 사회가 요구하는 언어로 스스로를 온전히 설명하거나 변호할 수 없는 사람들, 권력의 중심부를 서본 적 없는 이들을 향한다. 이들이 겪어나갈 세계는 그리 녹록지 않다. 위계는 촘촘하고, 경쟁은 잔혹하다. 좌절, 실망, 모욕, 상실, 상처가 필연적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쉽게 안 변해." 다음에 올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절망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림책은 부지런히 속삭인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니야. 더 자유롭게 비틀고 꿈꾸렴. 너에겐 이곳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 - P6
절망할 이유가 수만 가지지만, 그래도 이 세계는 살아볼 만한 곳이다. 다음번은 다를 수 있다. 절망에서 반대로 이 세계가 어때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좋은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실제로 세계를 살아볼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둠 속에서도 뭔가를 한다. 다음에 올 빛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이보다 더 강인하고 너그러운 힘을 알지 못한다 - P7
…체념의 문장은 어린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는 세계를 믿는다. 믿기 때문에 냉소하지 않고 성장한다. 나는 이런 낙관성과 회복력이 유년기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라고 생각하며, 이 에너지를 동경하고 또 되찾고 싶다. - P15
"방해물은 활동을 촉진하고,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전진을 촉구한다." - P23
많은 경우의 수 앞에서 자기 느낌대로 첫걸음을 떼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에요. 다만 한 획을 긋고 나면 다음은 조금 쉬워지지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붓의 성질, 종이가 흡수하는 성질,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반응들 때문에 늘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마주하게 돼요. 미지의 영역이 있기에 즐겁죠. 좋아하는 것을 행햐 용기를 내는 일도 비슷해요. 여렵지만 작게라도 첫 획을 그어야 만남이 일어나요. 일단 부딪히고 나면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의 수, 사람들과의 인연이 스스로 작용하며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고요.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만남을 만들어내세요. 빈 종이에 첫 획을 긋는 정도의 작은 용기만 있어도 돼요. - P28
한때 우리가 가졌던 위계 없는 시선이 그림책에 담겨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위안과 치유를 얻는 거에요. 그리워하는 가치가 그 안에 있으니까요. - P39
만약 관습적 기대에 불응할 줄 안다면 어떨까? ‘잡초니까 당연히 솎아
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왜 함부로 잡초라고 불러? 누구 기준에서 잡초래?‘ 라고 받아칠 줄 안다면? 당위를 둘러싼 힘의 작동 원리를 간파할 줄 안다면? 다들 그렇다고 하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 대신 자신의 본능과 감각으로 느끼고 판단할 줄 안다면?
- P55
의 관심사는 사회의 일원이 되는 거에요. 열심히 일하고 정당히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화가라는 직업인이고 싶어요. 세상에는 작은 도장 하나를 파면서도, 요리 한 접시를 내면서도 그 안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해 아름답게 결과물을 만드는 많은 직업인들이 있어요. 미술이나 음악만이 예술이 아니에요. 그들이 다 예술가에요. - P77
거절을 당하는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거절당한 이후에 내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먼저 거절의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습관을 버리세요. …그런데 성공은 100% 운이에요. … 그러니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연구하지 마세요. 연구한다고 그 사람 삶이 내 것이 되지 않아요. … 또 한 가지 조언이 있어요.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과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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