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페이지부터 세번째 페이지 중간까지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가서 앞으로 펼쳐질 내용과 상관없이 감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 글들은 노년의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듯이 천천히 호흡를 하고 말을 하는 듯하다. 그 속도는 느리고 '-'는 그 느린 속도를 더욱 더 늘어지게 한다.

가난을 안고 태어나 그저 열심히 살아 남는 추억없이 일만 했고, 노숙의 생활에 접어들며 존재하지만 존재치 않아 죽기도 힘든 존재, 언제 존재했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누군가들에게 외면당하는 듯 하면서도 누군가들의 시선들에 감시당하는 존재... 누구 하나 그 존재가 되리라고 상상치도 못했지만, 그러한 존재로 살아간다. 노숙자...

작가는 그들의 인생을 기록하며 그들이 존재성을 드러내며 '불편한 피해자들'은 계속 배제롤 당할 것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말한다.

나는 작가가 작가 스스로 소수자성을 드러내며 그것이 다른 소수자성과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존재에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통해 연대하고 그것을 통해 개개인의 생명의 존엄성, 존재의 확인, 존중, 보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위와 같은 말을 해주었다. 연결감 있는 공감과 글을 통한 연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남는다-. - P10

그날 따라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아빠 타고 싶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 하지만 돈이 없었다. - P21

존재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도 없다. - P42

어둠 속에 혼자 서 있었다.

빛은 비추지 않는다.

비출 대상을 찾을 뿐이다.

그리고 빛이 나를 찾을 일은 없다. - P62

노력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노력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느꼈다.

지금까지도 일하려는 노력은 해왔지만 지금 이 노력은 살려는 노력이다. - P63

옛날에는 가족이 있었다. 집도 있었다. 처음부터 골판지와 비닐로 만든 천막집에 살던 사람은 없었고 자진해서 노숙자가 된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 각각의 사정이 있다. - P91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그럴 생각이 이니었는데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말았다. 젖은 머 리가 두피에 달라붙어 있는 이마와 정수리는 죄다 벗어졌고 조금 남은 머리카락에는 흰머리가 더 많았다. 나이는 머리카락 뿐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까지 늙게 만든다. - P160

재해 시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배제되었는지를 검증하고 다음 재해에 대비하는 규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불편한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제당할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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